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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블락비 비범과 '여도'의 이민혁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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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민혁(사진=세븐시즌스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블락비 비범은 어디 갔을까. 첫 연극무대에 오른 이민혁은 그야말로 조선시대 6대 임금 단종이다. 특히 그가 연기한 단종은 결코 나약한 왕이 아니다. 존재감이 웅장하다. 아이돌로서 멤버들과 무대 위에 있을 때보다 더 꽉 차 보인다.

“작품 캐스팅 당시 연극이라 부담된 건 사실이었어요. 처음인데다 장르상 뮤지컬보단 연극이 더 무겁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많이 고민됐죠. 결정하기까지 어려웠어요. 준비도 없이 무작정 시작하는 건 무모하다는 생각이 가장 컸거든요. 극에 도움이 되도록 연기하려면 많은 준비를 해야 하잖아요. 그래도 나중에 연출가와 만나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별거 아니다, 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많은 용기를 얻게 됐어요”

이민혁은 ‘여도’에서 특별한 왕을 선보인다. ‘단종’하면 떠오르는 애잔하고 나약한 왕의 분위기와는 다르다. 이민혁의 단종은 장성하고 어진 왕 그 자체다. 결코 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기골이 장대하다는 단종의 본래 모습을 재현한 이민혁은 배역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역할 분석을 위해 대본을 읽어 가는데 기존에 알던 단종과는 많이 달랐어요. 그래서 역사적 사실을 찾아가며 캐릭터를 잡아나갔죠. 결국 ‘여도’의 단종은 조금 다른 성향을 매력으로 선보이게 됐어요. 사람들이 알고 있는 모습보다 조금 더 성숙한 단종을 표현해보고 싶었죠. 절대 어리지만은 않은 왕으로 그려보고 싶었어요. 특히 사고하고 행동하는 부분에서 더 캐릭터가 확실한 왕을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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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민혁(사진=세븐시즌스 제공)


■ 무대 위 단종이 되기까지

연극 ‘여도’는 과거 단종의 시점과 세조의 시점을 오가며 단종 죽음의 실마리를 파헤치는 작품이다. 조선시대 역사 중 단종의 죽음에 대해 광증을 보인 세조의 아들 이성과 연결시켜 긴장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무래도 첫 연극 도전인데 사극이고 배역도 단종이다 보니 역할 소화를 위해 참고한 부분들이 많았죠. 배역에 대해 올바르게 접근하고자 설민석 강사의 강좌를 찾아보기도 하고 조선왕조실록도 읽어봤어요. 덕분에 인물을 이해하는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죠. 관객 분들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연기하기 위해서는 단종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필수였거든요. 사실 누구나 역사를 떠올리면 어렵다는 생각부터 들잖아요. 그런데 막상 작품을 보고 나면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를 본질로 삼고 연기했어요”

이민혁은 세조에 의해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단종을 수동적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캐릭터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가 성숙한 임금 단종으로 거듭났다. 짧은 가요무대가 아닌 긴 시간 이어지는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그의 진면목이다.

“가수와 배우로 무대에 서는 건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해요. 둘 다 라이브지만 노래는 보통 3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에너지를 발산하잖아요. 반면 연극은 2시간 남짓이라는 긴 시간동안 다양한 감정을 보여줘야 하니까 신경 쓸 부분이 훨씬 많죠. 그래서 더 예민해지고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부분이에요. 첫 무대 땐 정말 많이 긴장했죠. 막상 공연을 해보니까 연극은 이런 점이 더 자극적이고 재밌기도 해서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그에게 연극은 즐거운 도전이다. 그러나 첫 작품인 만큼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래도 수월할 수 있었던 건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선배들이 있어서다.

“작품에서 단종은 재인과 붙는 장면이 많아요. 재인 역을 맡은 이달형 선배가 편하고 유쾌하게 해줘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죠. 사실 모든 선배 분들이 다들 크게 도움을 주셨어요. 대사부터 발음, 속도, 행동 등 실로 많은 도움을 받았죠. ‘진심으로 인물을 느끼고 배역에 빠져서 몰입하라’는 조언은 여전히 귀에 생생해요. 정말 감사한 건 첫 공연이 끝나고 양창완 선배로부터 격려 문자를 받았어요. 많이 걱정했는데 무대에서 하는 걸 보니까 걱정은 다 기우였다고, 오늘의 첫 느낌을 잘 간직하면 좋겠다는 좋은 말씀을 해주셨죠.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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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민혁(사진=세븐시즌스 제공)


■ 배우 이민혁이라는 정체성

“연극 ‘여도’는 한 편의 추리물이자 흥미진진한 전개로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특별한 사극이에요. 작품과 함께 따라오는 메시지는 덤이죠. 무엇보다 이를 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후회는 없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작품 말미에 ‘성아 너의 몽유도원도는 무엇이냐’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면서도 사람들 각자의 신념에 대한 대답을 요구하는 물음이라 생각해요. 귀중한 메시지죠.”

그는 블락비 콘서트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당일 공연 관객들의 반응을 살핀다. 자신이 극에 도움 되는 단종을 연기했는지가 궁금하다.

“어떤 평가보다도 ‘공연 잘 봤다’는 말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관객 분들도 극 안에 푹 빠져 단종을 잘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질감 없는 표현을 통해 단종다운 단종을 연기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나아가 배우 이민혁보단 단종이라는 역할 자체로 평가받고 싶어요. 그만큼 배역에 푹 빠졌죠. 이번 공연을 잘 소화하고 나면 다음에는 성삼문 같은 충신 역할도 연기해보고 싶어요. 성품 면에서도 잘 맞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느껴지거든요”

시작하는 배우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꾸준히 공연에 임하며 작품을 점점 완성도 있게 만들어나가는 장인정신이 아닐까. 이민혁은 이 점에 가장 충실한 배우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연극은 배우 이민혁으로서의 시작이에요. 많은 경험치를 쌓기 위해 진지하게 더 공부하고 알아가고 싶죠. 여태껏 블락비 ‘비범’으로 활동해왔다면, 이민혁으로선 첫 시작이자, 첫 발걸음이에요. 무엇보다 지금은 연기가 너무 재밌어요. 연기력도 탄탄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크죠. 작품도 다양하게 해보고 싶고 앞으로도 즐겁게 연기하고 싶어요. 꾸준히 연기해나가면 아마 10년쯤 뒤에는 지금의 선배들처럼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멋진 선배가 돼 있지 않을까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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