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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레이더] 택(TAEK), 천천히 그러나 어느 순간 스미기에

저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토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막상 다가서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음악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가수였는데 그들에게 다가설수록 오히려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죠. [B레이더]는 놓치기 아까운 이들과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갑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금주의 가수는 택(TAEK)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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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사진=온더레코드 제공)



■ 100m 앞, 단 몇 곡만으로 마니아층 형성

택은 유니버셜뮤직이 만든 인디레이블 온더레코드(on the record) 소속 가수다. 2016년 4월 싱글 ‘라이어(Liar)’로 데뷔해 두 번째 싱글 ‘보내주오’까지 발매했다. 다음 해 5월에는 이 두 곡이 실린 첫 번째 미니앨범 ‘우린 함께 늘’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가장 최근 나온 앨범은 그 해 11월 말에 나온 싱글 ‘어딜 가든 나쁜 사람은 있잖아요’다. 이 외에도 마이큐 ‘주르륵’, 지바노프 ‘테이블’에도 참여했다. 아직 이름이 많이 알려진 가수는 아니지만 음악의 일관된 색깔이 있어 마니아층을 끌어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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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사진=택 SNS)



■ 70m 앞, 대표곡 ‘우린 함께 늘’

첫 번째 미니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이다. 앨범은 전체적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에 푹 빠져 있는 이의 모습을 담고 있다. ‘우린 함께 늘’은 “빗소리와 함께 우리 마주봐요” “나 너와 춤을 출래” “나 너와 책 읽을래”와 같은 단순한 문장들로 ‘사랑’을 표현한다.

단순한 반복 속 느껴지는 운율에 더해진 공간감은 노래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비눗방울에 들어가 보자/너와 난 멀리 날아갈 거야/행복해서 난 무서워/꿈이 아니야 빨리 와줘”라는 가사가 특히 그렇다. 마치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는 해의 이동을 느끼며 지구 밖 두둥실 떠 다니는 느낌이다.

첫 타이틀곡은 가수의 개성을 대변하는 일종의 출사표이듯, 다른 노래들도 마찬가지다. 택은 평범한 언어를 공감각적으로 굴려내 자신만의 소리를 골고루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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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사진=온더레코드 제공)



■ 40m 앞, 느릿느릿 스미는 택의 음악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음악을 널리 알리겠다’는 온더레코드의 목표처럼, 택 역시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편안한 가수여서 더 매력적인 가수다.

보통 흐릿한 사운드와 나른한 목소리가 만난 알앤비 혹은 얼반 스타일 음악들은 얼핏 들으면 비슷해 보이기 쉽다. ‘몽환적’이라는 표현이 단박에 떠오르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런 소리들을 좋아하는 리스너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비슷함 속 다름을 찾는 일은 꽤 어렵다.

택이 이 상투적인 감상을 뚫고 내세운 강점은 편안함이다. 똑같은 신사 사운드여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질감이 다른데, 그의 소리는 뭉툭하다. 그러나 지루하지는 않다. 마치 잔잔한 물웅덩이에 빗방울이 툭툭 떨어져 조그만 물결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 택의 음악은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진행되면서 적재적소에 파동을 만들어낸다.

덕분에 지금까지 발매한 6곡을 연달아 들어도 물리지가 않는다. 자극적인 소리뿐만 아니라 무른 듯한 소리도 은근히 귀에 피로감을 주는데 택의 음악은 그렇지 않다. 여기에 택은 특유의 느릿느릿한 글루미함까지 담아냈다. 개성은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천천히 다가오는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음악으로 스밀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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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사진=택 SNS)



■ 10m 앞, 현실과 비현실 그 사이에서

택의 가사에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무엇이 진짜인지 알아내려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어느 정도 모호하고 깊은 표현 속 우리의 일상에 밀착되어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

“네가 갖고있는 우울증에게/우린 너무 밀착해 닳아 없어지고/각자를 잃었고/넌 너의 진짜 표정이 필요해...넌 날 이용해 슬픔을 느껴”(밀착) “우린 그냥 웃어 영문도 모르고/그게 모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거야/우린 너무 사랑해/근데 니 이름 뭐였지/난 버릇처럼 말해/넌 내겐 너무 특별해”(Liar) 등은 진실 속 거짓을 파고든다.

‘보내주오’에서는 상대방에 사랑을 갈구하지만 결국 우리가 같이 있는 곳은 꿈속이고 영화이자 우주인 상상이다. 사랑하는 이의 향기와 손짓도,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무중력으로 보내달라고 한다. “혹시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지금 너의 생각과 상태를 묻지 않겠다는 노래 역시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 그 자체를 그린다.

■ 드디어 택, 추천곡 ‘어딜 가든 나쁜 사람들은 있잖아요’

‘어딜 가든 나쁜 사람들은 있잖아요’: 택 특유의 편안함이 정점을 찍었다. 노래는 한 마디로 위로다. 택은 ‘힘내’라는 말 대신 어차피 나쁜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니 난 대신 같이 울어주겠다고 한다. ‘힘을 낼 힘조차 없을 거’라는 이 현실적인 위로는 멋지지만 이미 널리 퍼진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택이 어김없이 천천히, 차분하게 내준 곁은 너무나도 따뜻하다. 음악적인 스킬을 떠나 이렇게 듣는 사람의 마음에 깊게 와 닿게끔 할 수 있는 가수야말로 진정성이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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