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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희의 끌려서] ‘감빵생활’ 김경남에게 배우는 ‘덕후’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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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남(사진=tvN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성격과 취미가 달라도, 자라온 환경이 달라도, 심지어 국적이 달라도 모두를 하나로 만들어주는 신비한 힘이 있다. 그 이름하야 ‘팬심’. 연예인이든 스포츠든, 애니메이션이든 어느 하나에 푹 빠진 사람들에게는 본인들만의 리그가 있다.

‘덕후’들은 그 안에서 자신들끼리 통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교류하며 재미를 즐긴다. 단순히 신나는 무언가를 했을 때 느끼는 긍정적 성취감과는 또 다른 분류의 감정이다. 무언가를 행해서 즐거움을 얻는 기브 앤 테이크의 과정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그들 혹은 그것들이 나를 즐겁게 만들기 때문에 덕질을 한다.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김경남은 이 덕후의 마음을 백번 이해하는 인물 준돌을 연기한다. 극중 준돌은 주인공이자 야구선수 김제혁의 열혈 팬으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꿰고 있다. 블로그 ‘제혁야구실록’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그의 방과 컴퓨터에는 각종 스크랩과 고등학교 야구부 시절, 시즌별 한국시리즈, 출퇴근 영상 등 김제혁의 자료로 가득하다.

극 초반에는 블로그 운영자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 수상한 인물로 의심받기도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저 애정 가득한 한 명의 덕후로 드러났다. 그와 동시에 경계도 풀렸다. 덕후의 세계에서는 누군가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팬이 아니라 해도 ‘덕후’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주를 뛰어넘는 동질감을 품는다.

준돌을 진정한 덕후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팬질의 기본인 ‘믿음’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말끝마다 “우리 제혁이형”이라며 자신의 친형 준호(정경호)보다 더 깍듯이 챙기는 건 물론이다. 김제혁이 머무는 곳의 교도관으로 일하는 준호의 눈빛만 보고도 김제혁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예민하게 알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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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남(사진=제이알이엔티 제공)


김제혁이 수감생활을 하게 됐음에도 그 억울함을 믿고 끝까지 지지하는 준돌이다. 물론 실제로도 김제혁은 정당방위에서 과잉방어로 감방에 들어오긴 했다. 준돌은 여전히 블로그에 글을 업데이트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던진다. 김제혁이 어깨부상을 입었을 때는 10년 전 김제혁을 진료했던 의사에게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때 왜 가족이 아니면서 가족인척 했냐고 묻는 준호에게 준돌은 명언을 던진다. “팬도 가족이야”

믿기 힘든 현실에 맞닥뜨렸을 때 나타나는 덕후의 심경 변화도 실감나게 묘사한다. 준돌은 김제혁이 은퇴 선언을 하자 처음에는 믿지 못한다. 아이돌 그룹이 해체했을 때, 한 멤버가 탈퇴했을 때 보이는 감정변화와 다를 리 없다. 준돌은 “그가 포기할 리가 없다”며 현실을 부정하고 눈물을 흘린다. 은퇴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인다. 이는 배신감이라기보다 팬이기에 느낄 수 있는 절실함에 가깝다.

진정한 팬의 면모는 ‘야구선수’로서 김제혁의 존중에서 나온다. 준호가 준돌에게 “김제혁 여자친구가 누군지 아냐”고 묻자 준돌은 “연애보다 야구생활에 더 관심이 있다”고 답한다. 여자친구를 알고 있지만 파헤치지는 않는다. 사생활을 지켜주는 것. 게다가 김제혁을 보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실제로 마주하자 엄청난 우상을 본 듯 긴장하는 모습은 ‘팬질’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면 공감이 가 웃음이 터졌을 장면이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수감생활을 위주로 그리는 작품이기 때문에 김경남의 분량은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김경남은 팬의 심리묘사를 실감나게 그린다. 팬의 존재가 드러남으로써 김제혁이 야구선수라는 사실이 상기되고 배경(교도소) 밖 상황을 묘사하기 수월한 환경이 됐다. 덕분에 극에 생동감이 더해졌다. 덕후 연기로 또 다른 덕후(시청자)를 끌어당기는 격이다. 김경남의 준돌을 진정한 덕후로 인정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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