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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키즈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②노키즈존맵 등장, 예스키즈존도 속속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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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노키즈존은 논란 덩어리다. “13세 이하 아동 출입 금지” “우는 아이 안됩니다. 소리 지르는 아이 안됩니다”라는 문구를 건 노키즈존 영업점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한계 없는 배려는 또다른 폭력이라며 “일부 무개념 부모를 생각하면 당연히 존재해야 할 선”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자꾸 가르고 나누고 떼어내는 분위기가 안타깝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이에 대한 차별이라는 시선과 이용객들의 권리를 위한 선택이란 기로에서 노키즈존은 방황 중이다. 이 가운데 인권위가 나서면서 문제의 방향성을 찾는 듯 했지만 사업주의 자유영업권, 부모의 태도 개선과 사회적 장치의 필요성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다.-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노키즈존’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신문, 방송 등 매스컴에 소개되며 사회 다양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노키즈존에 대한 논란은 더욱 심화됐고 결국 인권위가 나서 중재,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노키즈존은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사회적 변화는 아이들 전용공간인 키즈카페 외 ‘예스키즈존’인 일반 업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노키즈존과 노선을 정반대로 달리는 운영방식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카페 M은 예스 키즈존으로 운영 중이다. 시민단체 ‘민중의 집’이 운영하는데 모두에게 열린 공간에 모두의 공간에 아이들과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배제될 수 없다는 철학이 예스키즈존으로 이어졌다. 카페 운영을 맡고 있는 조영권 민중의집 운영위원은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혐오의 연장선에서 노키즈존이 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이들과 여성들이 안심하고 올 수 있길 바라며 예스키즈존을 내걸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충남 아산에 있는 카페 ‘토닥토닥’도 예스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다. 카페 안에 갓난아이를 위한 바운서(흔들의자)와 기저귀 갈이대도 마련돼 있을 정도다. 인근에 20여개에 달하는 카페가 있는데도 마음 편하게 아이를 데려 갈 수 있는 카페가 없다는 데서 착안해 예스키즈카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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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어아시아)


■ '노키즈존' 외국도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노키즈존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일까. 아니다. 영국은 이미 2010년 BBC를 통해 한차례 토론이 벌어졌다. 1995년 부모가 아이를 동반할 경우 아이의 펍(Pub, 선술집) 출입이 가능하다고 법률을 개정한 후 “소란스러운 아이들 소리가 분위기를 깬다”는 등 항의가 이어지면서 논쟁이 붙었다. 결국 시내 유흥가 중 노키즈존을 시행한 곳이 나왔는데 이를 두고 영국에 사는 한 한인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시내나 유흥가는 가능하지만 오히려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펍이 더 많다고 씁쓸하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또 영국의 몇몇 여행 사이트는 아이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여행지와 레스토랑 리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 한동안 이슈가 된 ‘제주도 노키즈존 리스트’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런가 하면 영국 예약 사이트 레이트딜이 지난해 1108명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비행 중 가장 싫어하는 행동’에 대해 조사한 결과(3개까지 중복응답 가능) 48%가 ‘아이가 우는 것’이라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70%가 비행기 내 노키즈존을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고, 30%는 노키즈존에 앉는다면 추가요금을 내겠다고 답했다.

미국도 마찬가지. 노키즈존 레스토랑이 증가 추세인 가운데 어린이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민권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와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8월, 오카야마현 소자시에 있는 한 카페가 ‘미취학 아동을 데려온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라고 공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지난 7월 카페 안 옛날식 미닫이문 종이가 찢어졌는데 엄마를 따라온 어린이가 한 짓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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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트위터)


카페 주인은 이전에도 엄마들이 대화에 빠져 있는 동안 아이들이 메뉴판을 망가뜨리거나 다다미에 음료수를 엎지르는 사고가 2~3일에 한 번꼴로 있었다면서 “가게의 분위기나 종업원의 부담을 생각해 아이 동반 손님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카페가 노키즈존을 결정한 이유다. 카페 주인은 “유아를 동반한 모든 손님들이 이렇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기에, 이러한 결정은 저희에게도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면서도 “변상하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이 돌아가는 부모들의 행동은 매우 충격적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이의 잘못에 미안한 마음조차 없었던 부모들의 잘못이 가장 컸던 셈이다.

이 밖에 노키즈존을 전면에 내세운 항공사들이 눈길을 끈다. 2012년 말레이시아 항공은 노키즈존을 공표했고, 에어 아시아 엑스는 항공기 내에 ‘콰이엇 존’(quiet zone·조용한 구역)이란 이름의 노키즈존을 만들었다. 2013년 스쿠트 항공도 ‘스쿠트의 고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을 위한 전용좌석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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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예스노키즈존맵 캡처)


■ '노키즈존맵' 등장, 운영자가 지도 만든 이유는

국내에서는 ‘노키즈존맵’이 등장했다. 이 서비스는 아이디 ‘yesnokids’를 사용하는 한 개인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지난 9월 26일 트위터를 개설했다. 12월 11일 기준, 두 달여 만에 ‘노키즈존맵’에는 전국 260개 노키즈존, 키즈존 지도가 꾸려졌다.

‘노키즈존맵’ 운영자는 왜 이같은 지도를 만들게 됐을까. 일부에서는 시끄러운 아이들을 피하고자 하는 네티즌이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노키즈존맵’을 만든 이유는 따로 있다. 운영자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아이를 대동한 부모들의 시간낭비를 줄여주기 위해 지도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열차나 비행기, 조용한 카페에서 아이들이 시끄러워 노키즈존을 원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노키즈존이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생각하게 됐다. 아이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고, 많은 아이들이 (다른 고객들을)불편하게 하는 것도 아니라 생각했다”면서 “대부분은 아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부모의 문제이기도 하고, 사소한 부분도 용납 못하는 사회의 여유 부족도 한 몫 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주어진 환경을 바로 개선하는 것도 어렵다고 봤다. 시간이 걸리는 문제인데 그 과정에 불필요한 감정 소모나 시간 낭비를 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지도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 운영자는 처음에는 노키즈존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 예스키즈존이란 이름을 붙였다가 대결구도로 보일 수 있다는 의견에 ‘예스노키즈(yesnokids)’로 이름을 바꿨다.

특히 운영자는 노키즈존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 등 명확한 입장차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노키즈존이 바람직하다거나 우리가 추구해야될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매장의 특성상 부득이하게 노키즈존으로 운영하는 매장을 비난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노키즈존도 없어졌으면 좋겠고, 이 지도도 없어지고 이런 논란도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무엇보다 운영자는 노키즈존 맵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이나 반대하는 이나 조금의 배려심을 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출난 전문가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도 않은 그가 당부하는 말이 노키즈존 논란을 해결하는 가장 첫걸음으로 보인다.

“부모들에게는, 집 밖에서도 조금 더 아이에게 신경쓰고 조금 더 아이에게 신경쓰는 분위기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 아주 많은 분들이 조심하고 계시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로 전체가 매도 당하는 것은 아주 안타까운 일이다. 주위 사람들이 아이를 배려하지만 그 배려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조금 더 아이들에게 신경쓰면 좋겠다. 사업하시는 분에게는, 조금만 더 부모와 아이들에게 마음을 열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이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고 우리의 미래입니다. 조금 덜 귀찮기 위해서 마음의 문을 닫은 부분이 있다면, 아주 조금만 더 배려해주셔서 아이를 안아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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