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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잇 수다] 그 작가의 데뷔작이 궁금하다, 여성작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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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故 박완서, 공지영, 한강 연합뉴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한국인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어릴 적부터 남다른 관찰력으로 지켜봐 온 개미들의 세계를 그린 데뷔작 ‘개미’로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 데뷔작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세계에서 따라올 자가 없는 호러 소설의 킹, 그를 사랑하는 애독자 중에는 영화를 보고 원작이 궁금해 책을 샀다가 영화화가 ‘안된’ 책들을 골라보는 이들이 많다. ‘이 영화도 이 사람 거야?’ 싶게 만드는 이야기 천재 스티븐 킹의 데뷔작은 여학생의 마음을 놀랍도록 섬세하고 날카롭게 그려낸 ‘캐리’다. 유명작가의 데뷔작은 남다르다. 자신만의 색채가 뚜렷한 작가가 문단에 등장할 당시 문체와 분위기는 낯설고 이질적이기까지 하다. 비교하고 찾아내고 때로는 '역시'하며 감탄하는 맛이 쏠쏠하다.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들일수록, 그래서 데뷔작은 더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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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목' 책표지)


■ 박완서, 영원히 기억될 문화유산의 첫 작품은

“죽을 때까지 현역작가로 남는다면 행복하겠다”던 한국 문학의 유산은 지난 2011년에야 펜을 놓았다. 자신의 바람대로 죽을 때까지 펜을 놓지 않았던 故 박완서는 1931년 태어나 마흔 살이 되던 1970년 장편소설 ‘나목’이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 ‘나목’은 1.4후퇴 후, 암담하고 불안한 시기에 텅 빈 서울에 남겨진 사람들의 전쟁의 상흔과 사랑, 예술에 대한 사랑 등 생생한 이야기를 PX 초상화부에 근무하는 스무 살 여성의 시각에서 담아냈다. 작가가 스무 살에 PX 초상화부에 근무하며 만난 故박수근 화백을 떠올리며 쓴 소설이기도 하다. 타계 1주기를 맞아 세계사에서 ‘나목’을 새로 펴냈으며 초판본에 실린 서문이나 후기를 고스란히 옮겨 실어 저자의 생생한 육성을 들을 수 있다. 그는 40여 년간 80여 편의 단편과 15편의 장편소설을 포함, 동화, 산문집, 콩트집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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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간에 대한 예의' 책표지)


■ 공지영, 그다운 처녀작

국내 문학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성작가 공지영은 1988년도에 창착과 비평에 ‘동트는 새벽’으로 등단했다. 대학생 주인공 정화가 1개월 동안 위장 취업 체험 후 겪은 ‘구로구청 농성 사건’이 서사의 중심을 차지한다. 실제로 공지영은 1987년 구로공단 근처의 전자 부품 제조업체에 취업했다가 한 달 만에 위장 취업이 탄로나 강제로 퇴사를 당한 이력이 있다. 공지영은 이 작품을 통해 노동자에 대한 신뢰와 연대감을 통해 노동자가 역사의 주인이 되는 세상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제시한다. 이후 공지영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도가니’, ‘봉순이 언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즐거운 나의 집’ 등으로 두터운 독자층을 형성했다. 세상의 변화와 여성의 현실을 투시하는 섬세한 문학적 감성과 속도감 있는 문체로 주목받았지만 사회적 목소리로 더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동트는 새벽’은 그의 첫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에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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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여수의 사랑' 책표지)


■ 한강, 첫 소설에 대한 평은…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여준 한강은 단숨에 인기 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한국 문학사상 ‘가장 큰 이름’을 가졌다는 한강은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기자로 일했지만 ‘붉은 닻’이 수록된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이 출간된 후 사놓기만 하고 못 읽었던 책도 읽고 여러 곳을 여행하고 싶어서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붉은 닻’은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아버지란 존재가 한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그려진 작품이다. 신세대 소설가답지 않게, 세상을 다 살아버린 자의 좌절과 비애의 분위기를 그리는 한강. ‘붉은 닻’과 함께 내놓은 ‘여수의 사랑’ 소설집에 평단은 “치밀하고 빈틈없는 세부, 비약이나 단절이 없는 긴밀한 서사구성, 풍부한 상징과 삽화들 같은 미덕으로 한 젊은 마이스터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는 파격적인 찬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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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책표지)


■ 정유정, 상상초월 데뷔작

‘7년의 밤’ ‘종의 기원’으로 한국 문학계에 강렬한 방점을 찍은 정유정의 데뷔작은 청소년 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다. 이 작품으로 2007년 제1회 청소년문학상을 받은 그는 이후 앞서 언급한 두 작품과 더불어 ‘내 심장을 쏴라’ ‘28’ 등 성인 소설로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광주기독간호대를 졸업하고 간호사로 일했던 정유정은 35세에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40대에 소설가가 된 정유정은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후기에서 “나는 문학을 공부한 적이 없다. 소설 쓰기를 가르쳐준 사람도 없다. 세상의 작가들이 다 스승이었고 열망이 인도자였을 뿐이다”라고 남다른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요즈음 그의 소설들과는 사뭇 다른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는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세상으로 뛰어든 열다섯 살 세 애송이들의 이야기다. 청룡열차를 탄 것 같은 속도감 있는 문체, 유머 가득 담긴 입담 속에 펼쳐지는 십대들의 풋풋한 사랑과 그 비밀스러운 성장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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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책표지)


■ 조남주, 역시 남다른 시선

올해 가장 핫한 남자 작가가 김영하였다면 여자작가는 단연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다. 조남주는 이 책으로 ‘2017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 시상식에서 양성평등문화콘텐츠상을 수상하며 “앞으로는 여성들의 경력단절 이야기를 벗어나 그 다음의 이야기가 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란다”고 남다른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 그의 첫 작품은 제17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귀를 기울이면’이다. 모자라고 아둔한 줄로만 알았던 한 소년의 재능이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소시민들의 현실적인 비극을 그려냈다. 다큐적인 서술로 삶의 부조리와 소외를 다룬 이 소설은 소시민들의 현실과 인간의 속물적 욕망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바보아이 일우의 귀를 통해 현대인의 우울한 초상을 발랄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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