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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리뷰] 뮤지컬 ‘타이타닉’, 관객을 초호화 유람선에 태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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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타이타닉(사진=Yes24 화면 캡처)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뮤지컬 ‘타이타닉’은 다분히 실험적인 작품이다. 기존 국내 뮤지컬들과는 다른 독창적이고 색다른 시도가 엿보인다.

관객에게는 실제 배에 탑승하고 있는 듯한 입체적인 무대구성으로 색다른 관람을 선사했으며 출연배우는 모두가 주인공이됐다. 이 영민한 선택으로 작품은 변별력을 챙겼다.

지난 10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첫 막을 올린 ‘타이타닉’은 전설이 된 선박의 비극적인 실화를 무대 위에 구현한 작품이다.

1912년 4월 10일, ‘타이타닉호’의 역사적인 첫 출항이 시작된다. 그러나 ‘꿈의 선박’에 첫 승선하는 인물들의 설렘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비극과 마주하며 산산이 부서진다. 배의 소유주 이스메이는 속도 상승을 무리하게 재촉했다. 배의 설계사 앤드류스는 안전조치를 간과했다. 선장 스미스는 여러 차례의 빙산경고를 무시했다. 결국 떠들썩하게 출항한 타이타닉호는 항해 5일 만에 빙산과 충돌해 침몰하게 되는 비극적 파국을 맞는다.

1998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된 적 있는 ‘타이타닉’은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지 20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올랐다. 영화가 계층을 넘나드는 ‘세기의 사랑’을 그려냈다면 뮤지컬 ‘타이타닉’은 실제 벌어진 사건과 인물들을 그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극중 등장인물들의 주·조연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다. 27명의 배우가 모두 주인공이다. 배 안에는 세계적인 부호들부터 전 재산을 털어 기회의 땅으로 가는 이민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있다. 1등실부터 3등실까지의 인물들은 각 계층의 욕망을 대변하는 자들이다. 욕망은 배 ‘침몰’이라는 파국으로 치닫기까지 사건에 점층적으로 개연성을 불어넣는다.

다만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와는 다르게 타이타닉이 침몰하는 장면에는 3등실보다 1~2등실 승객들이 먼저, 더 많이 구조된 상황은 재난 앞에서도 ‘물질’이 우선시되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여성과 아이 등 약자부터 구조한 남자들과 끝까지 승객 곁을 지키려 했던 선원들의 모습은 진한 인간애를 부각시켜 감동을 배가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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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타이타닉(사진=Yes24 화면 캡처)


실험작인만큼 무대구성도 웅장하다. 전체 무대는 관객들을 흡사 배에 실제 탑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설계했다. 무대 위에는 서로 교차된 3층 높이의 계단과 복도가 엇갈려 있어 배우들이 자유롭게 사용한다. 단선적인 무대 사용이 아닌 입체감을 활용한 효율적인 무대 구성이 인상적이다.

또한 오케스트라가 무대 아래가 아닌 2층 계단에서 연주한다는 점이 자못 신선하다. 일반적으로 뮤지컬에서 오케스트라 위치가 무대 아래 움푹 파인 자리에 있었다면 ‘타이타닉’의 오케스트라는 실제 타이타닉호의 선상 밴드 역할을 하고 있어 감동을 준다. 다만 오케스트라의 위치가 실험적인만큼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방해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뮤지컬 ‘타이타닉’은 전혀 낯설지 않다. 오히려 영민하다. 무대장치나 소품, 인물 활용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한 배우가 여러 배역을 소화하는 ‘멀티롤’도 인상적이다. 또 섬세함을 연기하는 윤공주와 정동화, 신예로서 함께 자리에 선 켄이 눈길을 끈다. 무대 경험이 많은 배우의 노련함과 신인 배우의 색다른 표현력의 적절한 조합도 돋보인다.

다만 대부분의 장면이 대사로 이뤄진 점은 아쉽다. 기존 뮤지컬처럼 역동적인 군무가 없어 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이 또한 장르적 틀을 깨는 색다른 시도로 본다면 큰 무리는 없겠다.

뮤지컬 ‘타이타닉’은 내년 2월 11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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