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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소녀주의보·제이닉 김태현 대표 “왼손 잃고, 임창정에게 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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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엔터테인먼트 김태현 대표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은수 기자]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비틀거리던 차는 김태현, 당시 임창정 매니저가 운전 중이던 고가의 수입차를 들이받고 달아났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왼손은 잘린 후였다.

“영화 ‘색즉시공’ 촬영 직후 (임)창정이 형이 꿈에 그리던 드림카를 갖게 됐죠. 그 차가 임시번호판을 채 떼기도 전에 제가 운전하고 가다가 사고가 났어요. 완파됐죠. 바로 폐차를 해야 했어요”

당시 사고를 이야기하며 김태현 대표는 자신이 잘린 왼손보다 임창정의 드림카 이야기를 먼저 했다.

김태현 대표는 그룹 소녀주의보와 솔로가수 제이닉이 소속되어 있는 뿌리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다. 뿌리엔터테인먼트에 대해 그는 “임창정에게 꿈을 받았어요. 내가 받은 꿈을 이제 청소년들이 꾸게 하고 싶어서 이 회사를 만들었지요. 그래서 소녀주의보에게는 ‘복지돌’이라는 수식이 붙습니다. 왜냐고요? 방송 출연보다 봉사 활동이 우선이기 때문이죠”

■ 의수(義手), 고통 아닌 희망

당시 사고로 김태현 대표는 왼쪽 손을 잃었다. 의수를 착용중인 그는 누가 볼까 움츠려드는 일이 없다. 의수는 그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이 아니라 목표를 상징하는 희망인 셈이다.

“물론 왜 고통스럽지 않았겠어요. 벌써 15년 전이니까 한참 꿈 많았던 나이죠. 저도 가수가 되고 싶어서 서울로 올라왔어요. 여러 좌절로 창정이 형 매니저가 돼서 일을 시작했는데 그렇게 큰 사고가 났으니까요. 당시에는 내 손보다 ‘차를 어떻게 물어줘야 하나’ 걱정이 앞었죠. 근데 창정이 형이 병원에 있는 저에게 와서 한 첫마디가 뭐였는 줄 아세요? ‘차 완전 잘 나가지?’였어요. 차 걱정하지 말라고 건넨 농담이었죠. 그 한 마디에 모든 걱정이 사라졌어요. 그리고 수술 후 다음 날 찾아온 형이 술에 엄청 취해서 울며 이야기 하더라고요.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니 걱정하지 마라. 시대가 좋아지면 네 손을 대체 할 것이 생길 거다. 너는 앞으로 평생 책임질거니까 우울한 모습 보이지 말고 힘 내라’라고요”

임창정의 속 깊은 배려는 김태현 대표에게 꿈을 심어 주었다. 그는 임창정의 눈물 앞에서 ‘이 사람 앞에 자랑스러운 매니저가 되겠다’ ‘이 사람에 받은 꿈을 다른 사람에게 심어주는 사람이 되겠다’라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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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소녀주의보 (사진=뿌리엔터테인먼트)


■ 목표의식 뚜렷하면 ‘다 된다’


목표를 가졌지만 삶은 김태현 대표에게 녹록치 않았다. 가진 돈 다 털어서 만든 회사는 사기로 부도가 난다. 가까스로 재기를 했지만 역시 사기를 당했다. 가진 것을 다 털리고 난 2014년도가 돼서야 성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려운 일 많았지만 비싼 수업료 내고 인생 공부했다고 생각해요. 목표의식이 뚜렷하면 지나가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아무것도 문제가 안되더라고요. 인생 풍파는 그저 비싼 수업료에요”

그렇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장착한 김태현 대표는 곧바로 청소년 꿈 심어주기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인 엔터테인먼트에 복지를 결합시킨 형태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뿌리엔터테인먼트’다.

그 시작은 소녀주의보와 함께했다. 소녀주의보는 걸그룹이다.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는 멤버들이 방송 출연보다 복지관을 더 자주 찾기까지 많은 눈물이 함께해야 했다. 김태현 대표의 뜻과 한 방향으로 정렬하기까지 어린 멤버들의 마음에는 섭섭함도 적지 않았다. 그 모든 걸림돌은 복지관 봉사활동 한 번에 치워낼 수 있었다. 성심이 따뜻한 소녀들이었던 셈이다.

“청소년을 위한 희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소녀주의보를 제작했지요. ‘나중에 돈 벌어서 해야지’하는 생각이 안일했더라고요.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생각으로 소녀주의보를 결성했어요. 애초에 멤버들에게 이야기했죠. ‘방송에 못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농사꾼처럼 좋은 땅에 좋은 씨를 뿌리고 좋은 수확물을 거두겠다는 믿음으로 활동하자’고요. 현재는 보육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걸그룹으로 입소문이 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기도 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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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과 제이닉이 듀엣무대에 섰다.


■ 임창정, 다시 한 번 손을 내밀다


소녀주의보와 기꺼이 러닝메이트가 된 아티스트는 제이닉이다. 제이닉은 최근 임창정 앨범에 듀엣으로 참여하면서 가능성을 알린 가수다.

“버스킹하던 친구에요. 노래를 듣자마자 반해서 영입을 했죠. 창정이 형에게 제이닉 노래를 들려 준 후 프로듀싱을 부탁했는데 형 앨범에 듀엣을 하자고 제안하셔서 정말 고마웠죠. 그렇게 지난 10월 23일 창정이 형 쇼케이스를 통해서 데뷔하게 됐어요”

20대 중반의 제이닉은 재즈팝 느낌이 강한 가수다. 데뷔 전부터 임창정이라는 실력파 가수와 함께 곡 작업을 하면서 급성장한, 어떤 의미에서는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제이닉 역시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수 활동을 할 예정이에요. 이 친구는 어릴 때부터 노인복지에 관심이 많았더라고요. 양로원 등에 찾아다니면서 어르신을 위한 공연을 많이 해서인지 목소리에 뽕기도 조금 있어요. 심수봉 노래를 커버곡으로 할 정도로 양로원에서 노인 위한 공연을 많이 하고 있어요. 소녀주의보가 청소년을 위한 복지에 힘쓴다면 제이닉은 노인들을 위한 복지에 앞장서고 있죠”

김태현 대표의 이토록 선한 에너지와 의지는 임창정으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정이 형은 싫든 좋든 제 존재 이유에요. 엄청난 힘이 되는 형이죠. 연예인이긴하지만 나에게는 정말 좋은 형이에요. 형이 나에게 해준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존재의 이유가 됐으면 좋겠어요. 배운 게 정말 많아서 나 역시 베풀면서 살려고 노력합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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