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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잇 수다] 살인자의 기억법·7년의밤·남한산성 영화화, 원작 뛰어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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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남한산성' '7년의 밤' '신과 함께'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역사를 다룬 대작 영화판이다. 그 배턴은 원작소설을 리메이크한 영화들이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살인자의 기억법’부터 ‘7년의 밤’ ‘남한산성’ 등 기대작들이 포진해 있다. ‘태백산맥’부터 ‘퇴마록’ ‘국화꽃 향기’ ‘엽기적인 그녀’ ‘아버지’, 웹소설 웹툰을 영화화한 ‘늑대의 유혹’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까지. 텍스트의 힘을 빌린 영화들은 꾸준히 재생산돼왔다. 원작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대부분 혹평을 받아야 했던 원작 소설 영화화 작품들. 그럼에도 올해 하반기,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들이 높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유와 뒤따를 수밖에 없는 우려 요소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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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영화 포스터, 책표지


■ ‘살인자의 기억법’ 작가 유명세 흥행지수는 ‘+’, 텍스트의 힘 추격 ‘-’

장르의 귀재 원신연 감독의 신작 ‘살인자의 기억법’은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 특유의 냉소적 분위기와 반전 유머로 주가를 올린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특히 원작은 2013년 출간과 동시에 문단에 큰 화제를 몰고 오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은퇴한 연쇄살인범은 알츠하이머에 걸리고,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또 다른 연쇄살인범을 직감적으로 알아본다. 딸을 지키기 위해서 은퇴한 연쇄살인범은 마지막 살인을 계획한다.

살인범의 1인칭 시점에서 기록되는 원작소설은 연쇄살인범이 시를 쓰는 파격적인 설정과 더불어 김영하 작가의 시니컬한 유머가 더해지며 10만 부 이상이 팔렸다. ‘세븐데이즈’ ‘용의자’ 등을 내놓은 원신연 감독은 40분만에 원작 소설을 읽었고 소설이 주는 묵직한 울림을 영화적 재미로 담아내려 했다 밝혔다. 특히 원 감독은 “소설을 읽은 분도, 읽지 않은 분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게 캐릭터 설정의 변화나 감정 등 영화적 창작을 많이 얹었다”고 밝혔다.

바로 이 점이 원작소설 팬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대부분의 소설 리메이크 영화들이 원작 팬들이 읽었다는 점, 원작의 반전과 성공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과도한 시도를 했다가 참패한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 이 때문에 ‘살인자의 기억법’도 원 감독이 원작팬까지 아우를 탄탄한 시나리오를 구성했을 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원작은 ‘단편인가?’ 생각될 정도로 독자를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한 작품이라 독자의 뇌리에 더욱 깊이 박힐 수밖에 없었다. 이는 원 감독 말대로 영화화하고픈 소망을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원작에 만족한 팬들의 매서운 잣대를 감당해야 하는 가장 큰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말과도 같다. 다행히 원 감독은 장르의 귀재, 특히 스릴러에서 강점을 보이는 인물이라 높은 기대도 수반되고 있다.

반면 ‘살인자의 기억법’은 예능에 출연한 원작 작가 덕에 사실상 홍보 목표의 반은 이미 완성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알쓸신잡’에서 다양한 매력과 활약을 보인 덕에 영화를 기대하는 이들에게선 꼭 김영하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점도 영화의 성공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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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포스터, 책표지


■ ‘남한산성’ 경험자 감독과 연기 神 이병헌 김윤석 대결 ‘+’, 대작의 깊이 ‘-’

김훈 작가가 2007년 내놓은 동명의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김훈의 ‘남한산성’은 무려 70만부가 팔린 스테디셀러. 1636년 인조 14년, 청나라가 조선에 침입하면서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신한다. 이후 대응을 놓고 전쟁을 피하고 평화롭게 지내자고 주장하는 주화파와 죽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청과 싸우자는 척화파가 대립하는 내용을 담았다.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진 충신들의 대립과 더불어 치욕적인 ‘삼전도의 굴욕’으로 인해 역사상 가장 나약한 왕으로 평가받는 인조의 고뇌에 집중한다.

‘남한산성’의 가장 큰 강점은 이미 원작소설을 영화화해본 감독과 연기로는 두 말할 필요없는 배우들이다. 황동혁 감독은 2011년 ‘도가니’를 영화화했다. 군복무 중 공지영 원작 ‘도가니’를 읽은 배우 공유가 영화화에 가장 앞장 선 인물로 알려졌다. 영화 주연으로도 나선 공유는 군 마지막 휴가 때 공지영 작가를 찾아 영화화를 물었고 제작 과정에도 참여했다.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도가니’는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 그렇기에 ‘남한산성’의 깊이있는 스토리를 잘 담아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주화파의 선봉에 선 최명길 역의 이병헌, 척화파수장인 김상헌 역의 김윤석 간 연기대결도 ‘남한산성’이 가진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다.

다만 영화 ‘남한산성’이 김훈 원작소설에 담긴 허무함과 영속성 진실성 등을 깊이 있게 조명할 수 있을지는 위험요소다. 김훈 작가는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여러 조건들-시대, 말, 관념, 야만성 같은 것들 속에서 삶이 빚어내는 풍경을 묘사하려고 했다”면서 이 주제에 따라 시대를 선택한 작품이라고 설명하기까지했다. 영화의 장르적 특성상 최명길 김상헌 인조 등 주요 인물의 감정선에만 가장 큰 비중을 뒀다간 관객에게 재미 대신 지루한 하품을 던져줄 공산이 크다. 반대로 병자호란이라는 전쟁에 집중한다면 자칫 원작 이름만 빌린 영화로서 평가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영화 ‘남한산성’의 장르는 드라마다. 9월 개봉을 앞둔 ‘남한산성’이 ‘광해:왕이 된 남자’가 될지 ‘순수의 시대’가 될 지에 관객들의 이목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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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촬영현장, 책표지


■ ‘7년의 밤’ 소설을 옮겨놓은 듯한 비주얼 ‘+’, 치밀한 구도와 감정선 ‘-’

추창민 감독, 류승룡과 장동건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7년의 밤’은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정유정 작가가 2011년 낸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다.

신비로운 호수를 낀 마을인 세령호에서 우발적인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한 또 다른 남자의 끝나지 않은 악연을 담아냈다. 치밀한 구성과 강렬한 문체, 압도적인 서사가 50만 독자를 사로잡았고 당시만 해도 국내 문학에서 흔하지 않은 스릴러 장르를 내세운 정유정은 이 작품으로 ‘한국의 스티븐 킹’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7년의 밤’은 1232만 관객을 동원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의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추 감독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속도감 있는 스토리와 서스펜스를 과연 어떻게 구현해낼지 궁금증을 모은다. 류승룡과 장동건이라는 의외의 조합 역시 돋보인다. 극 속에서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드러낼 류승룡과 딸을 죽인 범인을 향한 복수로 타오르는 장동건이 뜨거운 대립을 펼칠 전망이다.

‘7년의 밤’ 애독자들은 이미 공개된 영화 촬영현장에 합격점을 줬다. 소설의 배경인 세령호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는 것. 촬영현장 비주얼로 가산점을 얻었지만 갈 길은 멀다. 최현수 오영제 안승환 등 얽히고 설킨 인물 간 이야기가 얼마나 치밀하고 탄탄하게 짜여지는가가 관전 포인트다. 원작이 있는 작품은 늘 위험하다. 잘 하면 본전이고, 조금만 부족한 부분이 보여도 본연의 창작물에 비해 곱절의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그만큼 잣대는 엄격하다. 원작이 훌륭할수록 그 기준은 더욱 엄하다. ‘살인자 때려잡기’ 미션수행이 아닌 ‘절대악은 없다’는 미묘하고 깊이있는 내면의 터치가 잘 표현되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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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책표지, 롯데엔터테인먼트


■ ‘신과 함께’ 믿고 보는 배우들 화려한 라인업 ‘+’, 폭넓은 세계관·감동의 깊이 ‘-’

‘신과 함께’는 올해 12월 개봉 예정이다.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마동석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나선다.

주호민 작가의 원작은 1, 2, 3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영화 ‘신과 함께’는 가장 큰 호평을 받은 저승편을 그린다. 나쁘지도 착하지도 않은 평범한 남자 김자홍이 저승에서 49일 동안 일곱 번의 재판을 받게 되는 과정과 함께 이승에서는 인간사에 개입하면 안 되는 저승차사들이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일에 동참하게 된다.

원작이 그려내는 세계관과 심오한 인간의 내면,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와 감동까지 그 깊이를 모두 담아내기란 무리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영화 ‘신과 함께’가 웹툰 속에서 주요 내용을 얼마나 잘 선별해낼지, 어떻게 표현해낼지가 관건이다. 자칫 화려하기만 할 뿐 알맹이 없는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 내용상 CG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 퀄리티 역시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그러나 출연진이 ‘신과 함께’의 가장 큰 강점이다. 두말 할 필요없는 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이 영화는 될 것 같다”는 말들이 나온다. 착하게만 살아온 자홍을 맡은 차태현이나 뚝심있는 강림 역 하정우나 더할 나위 없이 원작 캐릭터와 어울린다.

여기에 더해 이정재, 김향기, 김동욱, 도경수, 김해숙, 오달수, 임원희, 장광, 정해균과 김하늘까지 화려한 라인업은 영화에 대한 우려보다는 기대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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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82년생 김지영', '우리의 소원은 전쟁'



■ ‘제작 단계 중’ 이토록 다양한 즐거움

작가가 그려내는 세계는 영화나 드라마보다 훨씬 폭넓다.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그려지는 점도 매력적이다. 방대한 세계를 품은 텍스트를 스크린 위에 펼치는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7년의 밤’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은 은행나무 출판사와 부천만화홀딩스가 영화화 판권 계약을 체결하며 제작에 돌입했다. 영화 ‘종의 기원’ 측은 소설 속 ‘유진’이 조금씩 살인자로 변해가며, 악인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더욱 치밀한 장면을 통해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원작 속 유진은 한없이 몸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약과 늘 주눅 들게 하는 어머니의 철저한 규칙, 그리고 자신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듯한 기분 나쁜 이모의 감시 아래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없던 인물로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모든 것을 없애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여성’이라는 젠더적 기준으로 선별된 에피소드로 구성된 소설이다. 슬하에 딸을 두고 있는 서른네 살 김지영은 어느 날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이며, 이를 이상하게 여긴 남편이 김지영 정신 상담을 주선하고, 김지영의 이야기를 들은 담당 의사가 그녀의 인생을 재구성해 기록한 리포트 형식이다.

제도적 차별이 사라진 시대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내면화된 성차별적 요소와 주인공을 통한 사회적 폭력은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재탄생될 예정이다. 영화사 출신 2명이 뭉쳐 만든 신생 영화제작사 봄바람 영화사의 창립작인 만큼 의미가 깊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와 덱스터스튜디오가 영화 제작에 합의한 ‘우리의 소원은 전쟁’ 원작은 김씨 왕조 붕괴 이후의 북한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소설이다. 이유는 숨긴 채 신천복수대 출신을 찾아 헤매다 남한과 가장 가깝다는 장풍군으로 온 장리철, 북한에 파견될 평화유지군이자 영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군대를 두 번 오게 된’ 남한 청년 강민준이 겪게 되는 사건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 가상의 역사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소설이 영화로 제작되는 데다 ‘공조’ 이후 북한 남자와 남한 남자의 만남으로 인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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