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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기자 Pick] 몸 속에서 벌어지는 스릴러 '숙주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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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인간'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내 생각을 조종하는 또 다른 내가 있다. 바로 미생물이다. 런던 위생 및 열대의학교 교수 밸러스 커티스는 캐슬린 매콜리프의 ‘숙주인간’을 두고 “폭력과 유혈, 인종, 섹스 등 범죄 스릴러가 갖춰야 할 재미의 모든 요소를 지녔다. 다만 차이라면 그 범인이 미생물일 뿐”이라고 극찬하기까지 했다.

‘숙주인간’이 어려운 과학서적이라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다. 캐슬린 매콜리프는 낯설 수 있는 기생생물 세계를 쉽고 매력적으로 그려냈다는 찬사를 받은 미국 최고의 과학기사 수상자다. 내 몸 속, 또는 우리 사회 속에 숨은 작은 생명체를 탐험하고, 오랫동안 우리 눈에 띄지 않았지만 우리의 일부를 이루고 있던 그 세계를 마치 놀이기구를 타듯 경험해볼 수 있다. ‘숙주인간’에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우리 몸속에 오랜 시간 거주해 온 기생생물과 미생물들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나아가 우리들의 도덕관과 사회적 이념까지 조종하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한다. 꽃 속 카페인에 중독된 꿀벌 이야기, 질병 말기에 다다라 엄청난 성욕에 휩싸이는 에이즈 환자, 비만의 진짜 범인인 미생물, 소화 장애와 우울증에 숨은 비밀, 여성들의 뇌를 자극하는 요구르트에 대한 이야기 등 우리가 알 수 없었던 생명의 세계가 펼쳐진다. 특히 이 작은 생명체들이 어떻게 우리의 작은 감정에서부터 건강과 인간관계 등, 우리의 삶을 조종하는지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기생생물은 보이지 않는 이 탑승객과 비슷한 존재다. 면역계를 따돌리는 데 능한 이들이 우리 몸에 몰래 숨어들면 악마 같은 소행이 시작된다. 이들은 우리 몸에 발진, 병소, 통증 등을 일으킨다. 이들은 우리를 안쪽에서부터 파먹어 간다. 우리 몸을 이용해 자기 새끼를 키우거나, 우리의 기력을 떨어뜨리거나, 눈을 멀게 하거나, 중독시키거나, 불구로 만들고 심지어는 우리를 죽이기도 한다. 이들의 영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재주를 숨기고 있는 기생생물이 있다. 그 숨겨져 있던 재주가 어찌나 경탄스러운지, 그것을 연구해서 먹고 사는 과학자들조차 당혹스러워하면서 감탄할 지경이다.”

캐슬린 매콜리프는 뉴욕 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디스커버, 스미스소니언 등 저명한 잡지에 기고하고 있는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다. 그녀는 2010년 ‘우리는 진화하고 있는가?Are We Evolving?’라는 기사로 미국 최고의 과학기사(The Best American Science and nature Writing)수상자로 선정됐다.

우리 몸속에는 100만 조 이상의 유기체가 살고 있으며, 이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수의 10배에 이르는 수치라고 한다. 또한 미생물에서 기원한 유전물질의 양은 우리가 타고난 유전물질 양의 150배를 넘는다고 한다. ‘숙주인간’은 이 미생물들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나아가 우리들의 도덕관과 사회적 이념까지 조종하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한다. 캐슬린 매콜리프 지음 | 김성훈 옮김 | 이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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