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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돌 황금기] ②엠넷의 '아이돌 학교', 뿌린 씨 거두기인가? 산업 발전 기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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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Mnet


이쯤 되면 국민 프로듀서들이 피곤할 지경이다. 엠넷이 ‘프로듀서 101 시즌2’ 막을 내리자마자 ‘아이돌 학교’ 출격을 알렸다. ‘프로듀서 101’의 아이오아이(I.O.I) 성공 후 시즌2에 대한 기대가 무척 높았지만 ‘아이돌 학교’ 방송 소식이 들려오자 시청자들 사이에서 “또 아이돌 프로그램”이라는 반응부터 나왔다. 하지만 ‘아이돌’ 프로그램은 방송사와 연예기획사 모두 절대 놓칠 수 없는 ‘황금밭’이다. 프로그램 화제성으로 방송사가 얻는 효과는 말하면 입 아플 지경이고, 소속사 입장에서도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도 될까 말까 한 홍보효과와 팬덤 형성까지 출연 한 번으로 해결할 수 있다. 방송사와 가요계의 긴밀한 동반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아이돌 생태계를 바꿨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엠넷과 가요기획사의 윈-윈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긴 시간 소속사에서 공 들여 키운 연습생이 아이돌로 데뷔해 팬덤이 형성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다듬어지지 않은 연습생들이 방송 출연을 통해 팬부터 확보하고 시청자들의 선택 후 데뷔과정을 거친다. 언제 데뷔할지 몰랐던 연습생들만 절호의 기회가 아니다. 엠넷과 가요 기획사들이 거둔 성과는 실로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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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아이


■ 1R '누이좋고 매부좋고' 더없이 달콤했던 동행
이들은 ‘육성형’ 아이돌로 불린다. 기존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는 대단할 정도다. 지하철 광고를 기획하는 ‘국가대표 광고’ 측은 ‘프로듀스 101’ 시즌 2 출연 연습생들 광고에 대해 “팬클럽 지하철 광고는 3, 4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아직 데뷔하기 전 연습생들의 광고 문의가 이렇게 많은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면서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서 연습생 광고가 30건 이상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압구정, 신촌역, 홍대역 등은 광고비가 가장 비싼 역에 속하는데 최고 640만원에 달한다. 보컬을 담당하는 한 연습생을 위한 팬들의 광고는 청담동 건물 전광판에 올려졌다. 한 달 기준 500만원. 여기에 팬이 200만원을 입금했다는 등 조공 인증이 이어지면서 데뷔한 현역 아이돌보다 더한 인기를 누린다는 말도 나왔다.

그런가 하면 현역 아이돌이었던 뉴이스트와 핫샷은 더없는 홍보효과를 누렸다. 각자의 그룹으로 컴백하는 김종현과 강동호, 최민기, 그리고 하성운은 이미 올 하반기 기대 주자로 낙점된 상태다. 사무엘은 8월 솔로 데뷔를 발표하자마자 핫이슈로 떠올랐다. 이 뿐 아니다. 몇몇 연습생들은 워너원이 아님에도 광고계에서 꾸준한 러브콜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프로듀스 101’ 시즌2 파급력이 대단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소속사 입장에선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5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소속사는 연습생 1인당 월평균 147만6천원의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보고서에서 가수 연습생 평균 데뷔기간은 약 2년 2개월(26.4개월) 정도다. 연습생 계약서를 작성한 기획사의 경우 연습생 계약서의 평균 계약기간은 약 3년 5개월(41.3개월)이었다. 평균 데뷔기간으로 보면 연습생 한 명당 3800만원, 연습생 계약서상 평균 계약기간으로 보면 6000만원이 소요된다. 여기에 데뷔 앨범 및 뮤직비디오 제작을 비롯해 홍보와 관리 비용까지 합하면 연습생에 투자되는 비용은 껑충 뛴다. 이러한 비용을 들이고도 성공할지, 언제 성공할지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절로 홍보효과가 나고, 가요계 새로운 생존 수단인 ‘굿즈’를 소비해 줄 팬덤까지 형성하게 되니 엠넷이 마련해준 발판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가요기획사가 손 안대고 코를 풀게 해 준 엠넷은 누워서 떡 먹기 격이었다. ‘슈퍼스타K’를 시작으로 수많은 경연 프로그램을 거치며 갖춘 노하우에 ‘아이돌’을 더해 그야말로 대단한 매출을 기록했다. 걸그룹 아이오아이를 탄생시킨 시즌 1은 불과 10 여 개월 활동 기간에 약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번 시즌에선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것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시선이다. ‘프로듀스 101’ 시즌2 광고 단가는 시즌 1에 비해 대폭 상승, 지난 시즌보다 67% 증가한 690만원에 책정되며 많은 수익을 올렸다. 디지털 광고 매출도 무시할 수 없다. 포털사이트에 클립 형식으로 제공되는 콘텐트는 전체 조회수 3억건을 돌파, 3억 건의 광고가 함께 재생되며 고스란히 엠넷의 광고 수익이 됐다. ‘프로듀스 101’ 시즌2 마지막 생방송 투표 금액은 1억2000만원, 지난 1~2일 열린 파이털 콘서트 티켓값만 27억원에 달했다.

이러한 방송사와 기획사 간 윈-윈 전략이 된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이돌은 시대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핫’한 캐릭터다. 더욱이 K-POP은 세계 흐름과 발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고 여기에 춤까지 더해진 종합선물세트 같은 존재”라면서 “하지만 기획사들로서는 아이돌이 너무 양산되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속 아이돌 얼굴을 한번이라도 내밀기 위해서 생존경쟁을 하는 상황이다. Mnet은 음악채널로 ‘슈퍼스타K’등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이슈가 됐지만 이 포맷이 식상해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활로를 생각한 것인데 이런 이해 조건들이 맞아 떨어진 것을 성공 요인으로 볼 수 있겠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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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아이돌학교'



■ 2R ‘이제부턴 경쟁자’ vs ‘그래도 조력자’
그러나 완벽한 것 같았던 달콤한 동행은 사정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CJ E&M과 가요기획사들의 동반체제가 이뤄졌다면 ‘아이돌 학교’부터는 경쟁자가 되기 때문. ‘아이돌 학교’는 일반인 출연자들로 구성됐고, 11주간 생방송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에는 CJ E&M 소속으로 활동하게 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아이오아이나 워너원 같은 시한부 그룹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에 가요기획사들의 불만은 커졌다. 각 소속사의 연습생을 한 데 모아 활동한 ‘프로듀스 101’ 1, 2의 경우는 기존 기획사들과 윈-윈하는 면이 컸지만 그러나 ‘아이돌학교’는 CJ E&M이 본격적으로 아이돌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선전포고와 같다는 것이다.

수익구조를 보면 혹자의 말처럼 골목길에 대기업 상권이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은 더해진다. 아이오아이의 경우 CJ E&M이 25%, 매니지먼트를 맡은 YMC엔터테인먼트가 25%, 각 멤버와 소속사에게 돌아가는게 50% 비율이었다. 현재 CJ E&M은 ‘아이돌 학교’ 매니지먼트는 맡지 않는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만약 기존과 같은 비율이라면 CJ E&M은 75%를 가져가게 되기에 일부 가요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비난의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계 관계자는 “유통에 방송에 아이돌까지, 다 해먹겠다는 말 밖엔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대형기획사가 연습생을 키워 데뷔시키나 방송사가 프로그램 제작해서 그룹을 론칭하나 비슷한 맥락이다. 이를 두고 갑자기 바꿨다고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아이돌 학교’에서 화제가 된 친구들이 모두 ‘아이돌 학교’ 멤버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이전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된 이들을 기획사에서 데려갔던 것처럼 각 기획사에서 눈 여겨 볼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친구들은 유명세는 보장됐으니 득이다”라고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이와 관련, 엠넷 측은 “‘아이돌 학교’ 출연자들은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은 일반인 섭외가 원칙이었다”면서 “일반인이 프로그램을 통해 걸그룹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최우수 학생 일부가 데뷔한다. 데뷔하는 학생들은 이들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매니지먼트 및 서포트를 하며 어떤 소속사에서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는 아직 논의 중에 있다. 앞서 ‘프로듀스 101’은 중소기획사와의 상생을 위해 기획됐다. 엠넷은 기본적으로 기획사들과의 상생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억측 자제를 당부했다.

엠넷의 변화, 그 중심에 선 ‘아이돌’이란 키워드는 시청자를 유입하려는 방송사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는 것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의 설명이다. 그는 “일반인 오디션 프로그램이 하나의 트렌드를 이뤘던 시대는 지나갔다. 프로그램은 패턴이 보이기 시작하면 지루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사 입장에서는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더라도 ‘쇼미더머니’의 힙합이라든지 ‘고등래퍼’의 고등학생 등 새로운 키워드와 장르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음악 방송의 스토리텔링으로서 오디션 경쟁 구도를 달리 해 나가는 가운데 아이돌이 있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변수를 집어넣어 새롭게 만들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엠넷이 ‘아이돌 학교’를 생방송으로 진행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출연자들을 다시 일반인으로 한정지은 것도 이런 맥락에 속할 것이다.

엠넷 측은 ‘아이돌’ 주력 프로그램이 연달아 방송되는 데 대해 “‘아이돌학교’는 ‘프로듀스101’ 시즌2의 첫 방송이 시작되기 전인 3월 28일에 이미 프로그램 컨셉을 밝히고 공개 입학생 모집을 시작했다. 준비 과정을 마쳐 예정대로 7월에 편성된 것이다. 아이돌 관련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높기때문에 아이돌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있지만, CJ E&M은 우리나라 음악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진정성 있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앞으로도 그 부분을 중점에 두고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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