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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곽도원, 배우라는 이름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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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배우는 도 닦는 직업이라던데요?”

세상 편하게 연기하는 것 같은 배우 곽도원은 “편한 건 절대 없다”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모든 일, 직업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나 싶지만 곽도원의 연기에는 자연스러운 카리스마가 느껴지기 마련이다. 마치 천직인 것처럼.

■곽도원이라서 가능했던 ‘특별시민’의 심혁수

최근 개봉한 영화 ‘특별시민’에서도 제 옷을 입은 양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특별시민’에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변종구(최민식)를 돕는 선거대책위원장 심혁수 역을 맡아 최민식과 연기대결을 펼쳤다. 국회의원 심혁수라는 캐릭터에 그만의 연기력으로 설득력과 현실감을 부여한다. 자신만의 심혁수를 만들면서 그의 어떤 면에 집중했을까.

“캐릭터에 어떤 살을 보탰냐고요? 턱살 못 봤어요? 하하. 농담이고요.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실제 TV에 나오는 정치인들의 이중적인 면들을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심혁수 역시 그런 현실적인 면을 돋보이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심리적인 불안감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들도 곳곳에 배치했고요. 영화 편집본을 봤는데 신경 썼던 표현의 장치들이 잘 보여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런 표현의 장치들 중 가장 인상적인 건 아무래도 ‘구두’일 것이다. 극중 심혁수는 구두에 유난히 집착한다. 수시로 구두를 헝겊으로 문질러 광을 내고 집 안에도 수십 켤레의 구두를 진열해놓는다. 또 구두가 진열된 그 곳은 그에게 ‘어떤’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어떤 유명한 개그맨이 그런 말을 했잖아요. ‘오는 덴 순서 있어도 가는 덴 없다’고요.(웃음) 그 구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권력욕이라는 것 자체가 이렇게 허무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요? 사실 가장 심하게 냄새가 나는 곳이 발이잖아요. 그걸 깨끗하게 닦고 광을 내다보면 하찮은 곳에서 좋은 곳으로 나를 끌고 갈 거라는 일종의 부적 같은 거예요.”

‘특별시민’의 심혁수라서가 아니다. 곽도원은 평소 영화에 임할 때마다 자신의 캐릭터를 직접 설계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나 스스로도 준비를 하고 각본을 쓸 때 준비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연기하는 사람과 글을 쓰는 사람이 같이 이야기를 하면 분명 다른 의견이 나오기 마련이에요. 그럼 대사를 바꾸기도 하고요. 그런 게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한 팀이니까. 똘똘 뭉쳐서 관객들에게 포장해서 드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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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박스)


■곽도원, 배우라는 이름의 무게


곽도원은 그동안 ‘범죄와의 전쟁’(2012)과 ‘아수라’(2016)에서 검사, ‘변호인’(2013)과 ‘곡성’(2016)에서 경찰을 연기했다. 주로 전문직 연기를 했던 곽도원이 이번에는 선거대책본부장으로 긴장감을 형성했다. 무엇보다 무서울 정도의 연기 내공을 자랑하는 최민식과 130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게 배우로서 가장 힘든 일 같아요. 꼭 이 영화 뿐만 아니라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것 말이에요. 신구 선생님이 ‘배우는 도 닦는 직업’이라고 말하신 적이 있어요. 아직도 그에 대한 답을 찾지는 못했어요. 무엇인가가 되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가 그 것들이 표현이 되어야 하는 거 같아요. 해내려고 하면 오히려 안 되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그런 면에서 배우 최민식은 곽도원에게 큰 본보기가 됐다. 평소 술한잔 기울이며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지만 촬영장에서 분위기는 그와는 또 달랐을 거다. 곽도원은 “확실히 최민식 선생님은 무엇을 해내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와’ ‘이야’ ‘우와’ 등 연신 감탄사를 내뱉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최민식 선생님과 두 번째 호흡이라고 다들 편하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솔직히 편하겠어요? 하하. 편한 건 절대 없어요. 그나마 낯섦이 없을 뿐이죠. 연기에 익숙함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비슷한 전문직 캐릭터를 많이 해봤지만 분명 다 다른 인물이잖아요. 뭐든 어렵고 힘들어요. 그래도 해야지. 결국 그 낯섦을 이겨내야 하는 것 같아요.”

아, 마지막으로 연기자 중 몇 명의 ‘다작 요정’들이 있는데 곽도원도 그 중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다작 요정’으로써 느끼는 책임감이 있을까?

“아! 체력관리. 이제 진짜 체력관리 좀 해야겠네요. 하하.”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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