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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임금님의 사건수첩', 이선균-안재홍의 오락 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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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주)더타워픽쳐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영준 기자] 사극이라 하면 은연 중에 떠오르는 '어떤' 이미지가 있다. 특유의 대사톤과 시대상이 반영된 화려한 의상들, 권력자들간의 암투 등이 그것이다. 특히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소재로 한 경우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이 사극이 코믹과 만나면 우리가 떠올리는 그 이미지는 여러모로 뒤틀리고 변형된다.

'코믹수사활극'이라는 전에 없던 장르를 내세운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예종'이라는 조선시대 8대 임금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영화 속 예종(이선균)은 실제 역사 속 예종과는 거리가 멀다. 이 예종이 왕성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과감한 행동력을 보이며 직접 사건을 파헤친다는 설정은 상상력으로 만들어졌고 이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되고 있다.

이쯤되면 역사와 비교하는 재미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주목할 건 스토리인데,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한양을 뒤흔든 괴소문의 실체를 예종과 그의 심복인 신입사관 이서(안재홍)가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엄청난 양의 철광석을 둘러싼 대신들과 임금의 힘 겨루기를 중심으로 각종 음모와 화려한 액션이 가미된 결투 등이 시선을 끌지만 권선징악적 스토리는 이미 결말을 쉽게 유추하게 한다.

영화가 주는 가장 큰 재미는 바로 예종과 이서의 찰떡 호흡에 있다. 임금과 신하라는 엄격한 군신(君臣) 관계이지만 의외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웃음을 선사한다. 예종은 근엄한 왕의 모습을 버렸고 이서는 장원급제라는 화려한 스펙에도 불구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인다. 이 둘의 '케미'가 영화 곳곳에서 빛을 발하면서 '임금님의 사건수첩'이 코믹 영화라는 점을 시시때때로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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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주)더타워픽쳐스)


실제 사극은 처음이라는 이선균과 안재홍은 이번 작품을 촬영하며 기존에 갖고 있던 사극에 대한 이미지를 내려놓고 연기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이들이 내뱉는 대사들은 우리가 익숙하게 보고 들었던 사극의 대사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덕분에 웃음은 배가시킬 수 있었지만 오히려 이러한 팩션 사극에 민감한 이들이라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영화 속 천방지축 임금님이 사건을 수사하며 명석한 추리를 내놓는 모습들이 여타 추리극에서 보아온 그런 밀도 있는 긴장감과 통쾌함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돋보기를 들고 있는 포스터 속 예종의 모습에서 조선판 셜록을 기대했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 이유를 알 수 없는 허무함이 밀려올 수 있다. 왓슨에 비견되는 이서 역시 다양한 활약을 펼쳤음에도 특유의 능력(?)을 발휘하는 장면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애초에 영화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코믹'에 충실한 면모를 보인다. 상영 내내 곳곳에서 터저나왔던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이를 방증한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분명 가볍게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다.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주지할 필요는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4분. 오는 26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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