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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천우희 “판타지 女주인공은 예쁘고 청순가련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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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언니네홍보사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본드녀, 성폭행 피해자, 미친 여자. 어느 하나 쉬운 캐릭터가 없다. 전작이 강렬하고 화려하다 보니 오히려 ‘어느 날’ 속 천우희 캐릭터는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천우희는 천우희다. 쉬운 길을 거부하는 천우희의 성향은 ‘어느 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내가 죽은 후 삶의 희망을 잃고 살아가던 보험회사 과장 강수(김남길)이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미소(천우희)의 사건을 맡게 되고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소의 영혼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 ‘어느 날’. 천우희는 시각장애를 가진 미소를 맡아 1인2역 연기까지 펼쳤다.

“촬영 시작하기 전엔 ‘그렇게 어렵겠어?’ 했는데 쉽지 않더라. 대역이 있었지만 시선 처리나 제가 했던 연기를 똑같이 생각하면서 연기를 해야 되니까 집중이 필요했다. 1인2역 연기를 했던 분들이 다시 보였다.”

식물인간인 미소의 영혼이 강수에게만 보이면서 ‘어느 날’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화 전체를 어우르는 설정이 판타지다. 천우희는 언론시사회 때부터 흔한 판타지 영화의 여주인공 같이 보이길 거부했다. 전형적인 걸 싫어하냐고 묻자 천우희는 “그런가보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제 성향을 알아간다”며 웃었다.

“사실 많이 나왔던 걸 반복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 항상 새로운 게 좋다는 건 아니다. 뻔한 이야기가 감동을 줄 때도 있지 않나. 하지만 여배우의 역할이나 이미지가 같은 걸 원한다는 것에 불편함이 있다. 캐릭터가 꼭 그래야만 하는가를 작품마다 고민한다. 결국은 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다. ‘판타지 여주인공은 예쁘고 순수하고 착하고 청순가련해야하나’ 생각했을 때 전 좀 더 친근하고 사람다운 느낌이 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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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젊은 남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로맨스를 떠올리지만 ‘어느 날’의 김남길, 천우희는 남녀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엮여 있다. 이런 고정관념을 벗어난 것 역시 천우희의 선택다웠다.

“내부적으로 멜로적 느낌을 조금 보여주면 어땠을까 하는 얘기를 하셨다고 하더라. 근데 그게 보였다면 영화의 색이 달라졌을 것 같다. 꼭 남녀 주연의 영화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져야하나 생각했다. 전 오히려 멜로가 없어서 좋았다.”

김남길과 천우희의 조합만큼이나 ‘어느 날’이 관심은 모은 것은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주는 이윤기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김남길과 천우희의 감성 연기는 이윤기 감독 특유의 영상미와 음악과 맞물리면서 극대화 됐다. 시사회 현장에서 자신의 인생연기를 편집했다고 폭로했던 천우희도 이윤기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저랑 남길오빠,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감독님은 저랑 남길오빠가 말이 많다고 하는데 저희 못지않게 많으시다. 근데 현장에선 배우에게 대부분 맡겨주신다. 그래서 처음엔 감독님 성향을 파악하지 못해서 눈치를 살폈다. 완성본을 보니 음악이 좋더라. 감독님 취향의 음악이었다. 강수와 미소가 만날 때마다 흐르는 음악이 좋았다. 수족관 장면은 되게 와 닿아서 울컥했다. 감독님이 후반 작업에 힘을 많이 쓴다고 하던데 맞는 것 같더라.(웃음) 음악이 좋다고 했더니 따로 보내주신다고 하더라.”

‘어느 날’에서 판타지는 강수와 미소가 만나게 되는 요소일 뿐이다. 삶과 죽음, 상처와 치유, 남겨진 사람과 버림 받은 사람, 세세하겐 시각장애인을 향한 편견, 존엄사 등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마지막 장면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직접 연기한 천우희 역시 인터뷰를 할 당시까지도 고민하고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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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전 미소를 연기해서 미소의 입장이다. 마지막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민이 된다. 옳다, 그르다는 아닌데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했을 때 항상 바뀐다. 아픈 사람에 대해 치유하는 영화라고 하지만 전 아니다는 측면을 가질 때도 있다. 아픔을 치유한다는 것 보단 아픔에 대해 마주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가 생각한다. 결말과 메시지가 똑 떨어지는 영화가 아니다. 감독님과 남길오빠에게 ‘우리 영화는 어떤 얘기를 하는 거야? 한마디로 얘기할 수 있어?’라고 물어봤었다. 아마 한마디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한명도 없을 거다. 어떤 영화냐고 물어보면 명확하게 한줄로 표현하긴 어렵다.”

매 작품마다 뇌리에 남는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오며 믿고 보는 배우로 천천히 자리매김한 천우희. ‘어느 날’은 캐릭터보단 이야기가 중심인 작품이지만 천우희는 그 안에서 물 만난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한번 고사하긴 했지만 천우희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어떤 작품을 할 때나 똑같다. 영화 전체를 생각하고 연기를 하지 비중을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제가 이 인물을 표현해야 한다는 인식은 하지만 곡 어필하려고 하진 않는다. 그런 것들은 영화 안에 있으면 다 표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가 부족하더라도 연출이나 촬영 등 다른 것들이 도와줄 거다. 지금까지 밝은 역할도 했으면 좋겠다, 다른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어느 날’은 제 나름의 도전이기도 했고 역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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