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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로 온 지식인] ②이경제·허지웅·설민석 등...예능 속 지식인 트렌드, 부작용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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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방송캡처)



한 우물만 파던 시대는 지났다. 스포츠 선수, 연예인까지 멀티 플레이어가 각광을 받는 시대다. TV도 시청자의 니즈(Needs)를 파악하고 변화에 나섰다. 자신의 분야에서 고지에 오른 지식인들을 속속 TV 속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기본으로 예능인 못지않은 예능감을 뽐내는 지식인들 덕분에 시청자들은 어려운 정보를 쉽게 접하게 됐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속출하기 시작했다. 지식인들을 찾는 예능과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정선 기자] 자기 분야에서 고지에 오른 셀럽을 TV에서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됐다. 최근에 와서 지식인들의 예능출연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과거에도 이런 현상은 계속해서 진행됐다. 다만 한 가지 분야에 있어 말 그대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한 조언이나 첨언 정도였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멀티’를 추구한다. 전문성에 예능감까지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지식인들의 예능출연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가 두드러지다 보니 ‘어쩌다 어른’ ‘말하는대로’ ‘김제동의 톡투유’처럼 강연을 바탕으로 한 교양예능이 줄지어 시청자를 찾는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적인 정보를 대중적인 화법으로 풀어내는 지식인들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예능 속 지식인들의 특징을 짚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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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무한도전 캡처)


■의술만큼 뛰어난 화술 ‘한의사’ 이경제


“의술보다 화술이 뛰어나다”. 유재석은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이경제 한의사를 이 같이 소개했다. 유재석의 설명대로 이경제 원장은 능수능란한 입담을 자랑하며 예능감을 뽐냈다. ‘무한도전’ 이전부터 그는 각종 인포테인먼트쇼에서 꾸준히 방송경력을 쌓아왔다. 특히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는 6년째 고정출연하고 있다. ‘어쩌다 어른’에서는 이경제를 ‘한의학 대중화’에 앞장선 건강강연의 1인자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예능에 지나치게 치우친 나머지 실제 한의학에 대한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이 원장은 무도 멤버들을 진료하면서 침술 뿐 아니라 사상체질과 몸에 받는 약재, 안 받는 약재를 진단했고 즉석에서 활력(정력) 순위를 매기기도 했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이 한의학에 기초를 두고 있는 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멤버들을 진단하는 진단법 역시 한의학에는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물론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그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게 재미를 연출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그의 발언에 네티즌의 갑론을박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가. 그가 지식인 셀럽으로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만큼 건강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그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순간 그건 예능이 아니게 된다. 알기 쉽고 흥미로운 이경제 변호사의 화술은 그래서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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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글쟁이’ 허지웅, 예능 위한 준비된 인재?

허지웅을 방송으로 불러들인 건 JTBC ‘썰전’이다. 당시 허지웅은 영화기자 출신 SNS 진보논객으로 대중문화 비평가로서 얼굴을 비췄다. 다양한 분야에 있어 폭넓은 지식과 무심한 투로 툭툭 내뱉는 날카로운 모습, 더해 젊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트렌디함까지 더해 이 방송을 시작으로 수많은 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았다. 이후 그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속사정쌀롱’ ‘미운 우리 새끼’ ‘런드리 데이’ 등 수많은 예능에 출연했고 심지어 연기에도 살짝 발을 걸쳤다. 허지웅은 현재 방송가에서 원하는 지식인 셀럽으로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최근 허지웅은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면접관으로 자리했다. 한 나라의 수장을 뽑기 전 그 후보들에 대한 검증을 하는 곳에 허지웅을 왜 면접관으로 뒀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물론 허지웅 본인의 준비 부족도 있었지만 이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일반 시사예능의 형태와 구분하지 못한 제작진의 잘못이 크다. 허지웅의 다양한 방송출연으로 인해 대중에게 지식인 패널보다 방송인으로서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와 닿는다. 방송을 많이 한다고 해서 그의 중심이, 직업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사실상 대중의 체감이 달라진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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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한국사 붐 일으킨 설민석, 지나친 단순화는 불편


‘어쩌다 어른’의 최다 출연 강사인 설민석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한국사 전문가가 됐다. 그는 ‘무한도전’ ‘배틀트립’ 등에도 출연했다. 그의 가장 큰 무기는 어려운 한국사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를 ‘이야기꾼’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 이유다. 연극영화과 출신답게 설민석은 강연을 하나의 연극무대처럼 꾸며 몰입을 높인다.

설민석은 이전에도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보였지만 사실 지금의 갑작스러운 인기는 작년 말부터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중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일깨워주는 지식과 의식을 담은 콘텐츠에 뜨거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실의 은유가 담겨 있는 데다, 국정교과서 논란까지 겹쳐지다보니 역사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한국사 강의는 호불호가 나뉜다. 수능 스타 강사답게 교과서에 수록된 사료들에 대해서는 확실한 정보를 전달하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민족주의를 내세운다. 그의 강의를 두고 국뽕 또는 아시아 중심주의에 심취한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한 예로 ‘어쩌다 어른’에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과 명나라 정화의 원정을 비교하면서 정화가 29년 동안 7회 항해했다고 하고 콜럼버스는 두 달만 항해했다고 말했다. 즉 정화를 콜럼버스를 뛰어넘는 최고의 탐험가 칭한 것이다. 하지만 정화는 29년 동안 7차례 항해 한 것이고 콜럼버스는 항해 기간이 단지 두 달이다. 역사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키고 배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결국 그를 ‘국뽕’ ‘아시아주의’로 귀결시키고 있는 셈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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