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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뮤지컬 ‘아이다’ 이정화, 사랑 그 위대한 가치를 역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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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박진희 기자] “이야기는 아이다와 라다메스, 두 사람의 영원불멸의 사랑을 말하지만 가장 큰 사랑은 암네리스의 사랑이죠. 둘 만 생각한 사랑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사랑이었어요. 내가 사랑한 사람의 사랑은 내가 아니라 아이다였죠. 그의 사랑도 사랑으로 인정할 줄 아는 여자였어요. 또한 두 사람의 사랑을 더 큰 사랑으로 덮어주면서 모두에게 평화를 가져다 준 진짜 큰 사랑이 암네리스의 사랑인거죠”

뮤지컬 ‘아이다’에서 이정화는 이집트 파라오왕의 외동 딸 암네리스를 역을 맡았다. 타이틀롤 아이다는 그녀의 노예이자 친구다. 또한 자신이 약혼자 라다메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누비아의 공주이기도 하다.

암네리스의 아버지인 파라오왕은 영토 확장을 위해 끊임없는 전쟁을 한다. 그 선봉에 약혼자 라다메스가 서 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 속에서도 암네리스는 맑다. 1막에서 철없는 공주였던 암네리스의 성장은 곧 뮤지컬 ‘아이다’가 주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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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그 위대한 가치…


“1막과 2막의 온도차를 많이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인 것은 맞아요. 1막에서 화려하게 방방 뜨지만 2막에서 캐릭터의 깊이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생각을 많이 하죠. 암네리스의 성장은 사랑과 리더십 양쪽의 성장인 것 같아요. 내 사람이라고 믿었던 라다메스의 마음은 아이다에게 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느끼는 절망감과 더 큰 사랑, 늘 든든하게 있어줄 것 같던 아버지의 병과 죽음…그러면서 어느 날 갑자기 한 나라의 리더가 되어야 하는 인물이에요. 아이다와는 노예와 공주지만 우정을 나누기도 하기 때문에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하죠”

내면의 성장을 보여줘야 하는 인물은 작품의 시작과 끝이다. 1막 첫 장면인 박물관, 현대에서 환생한 아이다와 라다메스는 서로를 못 알아본다. 동시에 박물관에 서 있던 라다메스의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작품은 시작을 알린다. 마지막 장면은 두 사람이 영원을 뛰어 넘어 서로를 알아보는 모습이다. 그 가운데 서 있는 암네리스는 “그래, 그래, 그렇게라도 알아봐. 그렇게라도 만나”라는 듯 온화하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지면서 눈물이 나요. 끝나고 나면 항상 뭉클하죠. 제 생각에 암네리스는 아이다와 라다메스를 함께 죽인 후에 수 천년 동안 그 박물관에서 기다린 것 같아요. 결국 국법에 따라 처형을 당하지만 두 사람을 한 무덤에 가두면서 그 사랑을 인정해주고, 죽은 후에는 전쟁을 멈추면서 평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사랑을 실현하죠.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 아닐까 해요”

진정한 지도자, 지금을 사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에게 던져진 리더십에 대한 화두를 이정화도 언급했다. 그녀는 암네리스를 통해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었다.

“대사에도 있지요. ‘그들은 여신을 원하는데 나는 그냥 사람’이라는 텍스트가 있어요. 사람들이 원하는 공주는 여신이지만 정작 아빠가 안 계신 공주의 삶은 고민의 연속이죠. 지금까지 잔인한 전쟁을 통해 죽어간 사람들의 희생으로 암네리스는 치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실제를 모른 공주에서 리더로 성장하는 동안 깊은 슬픔과 무게를 한 번에 짊어져야 하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슬픔을 더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죠. 암네리스의 인간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게 곧 지도자의 성장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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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블캐스트 아이비와의 시너지

“아이비 언니는 워낙 화려한 이미지라서 암네리스 그 자체인 것 같아요. 그래서 1막의 암네리스를 표현할 때는 언니를 보면서 많이 에너지를 받죠. 반대로 저는 좀 차분한 성격이라서 아이비 언니가 2막에서의 포인트를 저를 보면서 찾는다고 해요”

극과 극의 모습과 감정을 보여줘야 하는 탓에 이정화는 바쁘다. 1막에서 화려하고 철 없는 암네리스를 연기할 때는 무대 뒤가 분주하다. 옷을 여러 번 갈아입으면서 패션쇼를 하기도 하고, 스파 장면도 선보여야 한다.

“모든 것을 한 방에 끝내야 해요. 암네리스가 얼마나 바쁜지는 암네리스 밖에 모르죠. 지퍼 한 번만 버벅 거려도 무대에 늦게 나가게 되기 때문에 스태프들과 호흡도 중요하고요”

화려한 의상과 하이힐은 이정화를 힘들게 한다. 어떤 의상은 5kg이 넘는 것도 있다니 무대 위에서의 운신이 여간 힘들지 않을 것. 또 2시간 40분 내내 신고 있어야 하는 하이힐은 어떤가.

“끝나고 나면 종아리가 퉁퉁 부어요. 그래서 이 역할 하면서는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씩씩하려고 하는데 자꾸 살은 쭉쭉 빠지네요(웃음)”

1막에서 볼거리를 제공한 암네리스는 2막에 들어 관객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가창력에 승부수를 띄운다. 맑고 고운 고음을 계속해서 내야 하는 탓에 목 관리에 여간 공을 들이는 게 아니다.

“파워풀하면서도 예쁜 목소리가 나야해요. 그러면서도 아이다나 라다메스처럼 깊고 굵은 창법이 아니기 때문에 좀처럼 인정받지 못하죠. 아이비 언니와 둘이서 조금 억울하다는 얘기를 하긴 했어요”

하지만 암네리스 역할을 소화해 낼 수 있는 배우는 제한적이다. 언급했다시피 파워풀하면서도 예쁜 목소리가 높은 음역대를 소화해야 하는 탓이다. 여기에 화려한 의상과 퍼포먼스를 겸비해야 하는 탓에 미모도 중요한 덕목이다.

이정화가 암네리스로 분한 뮤지컬 ‘아이다’는 3월 11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연말연시 특별한 이벤트를 생각한다면, 혹은 진정한 사랑과 리더십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면 그게 아니라도 뮤지컬 한 편의 쉼표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아이다’를 선택하기 권해본다.

무대 전환 없이도 분위기가 반전되는 묘미를 느낄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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