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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미씽: 사라진 여자’ 공효진, 항상 그 이상을 넘어서는 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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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재범 기자] 상식선에서 작품을 접근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본인 역시 “그런 것 같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짐작이 맞는 듯하다. 그래서 이 여배우는 좀 독특해 보였다. 사실 좀 특이하게도 드라마와 영화란 매체의 구분선을 엄격하게 적용해서 선택의 폭을 줄여 나가는 듯 보이기도 한다. 드라마의 ‘로맨스’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면 영화에선 여배우 특유의 취향과는 사실 정 반대로 흘러가는 경향이 높았다. 굳이 일일이 언급하지 않아도 그가 걸어온 스크린의 발자취는 좀 특이하고 특별했다. ‘여배우라면 분명 꺼려할 수 있을 듯’한 작품에는 항상 그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본인 역시 스스로를 괴롭히는 타입 같기도 한다며 웃는다. 굳이 매체의 성향을 따지는 것 같지도 안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공효진의 행보는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 다시 한 번 정점을 찍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 것이 완벽한 꼭지점이 아니란 것은 우리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지난 25일 만난 공효진은 ‘다행이다’는 표정이었다. 여성 영화가 국내 영화 시장에서 흥행을 보장 받기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보다 힘이 드는 게 현실임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저 ‘작품성’을 인정받는 수준에서 의미를 되찾자면 ‘상업’이란 굴레 안에서 모든 걸 해석하기에는 배부른 자의 투정으로 밖에는 들릴 수 없는 현실을 프로 배우로서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 안타까워요. 먼저 이 영화가 여성 영화다? 내 맞죠. 여성 영화. 두 여자가 나오고. 감독님도 여자고(웃음). 지원 언니가 절 보고 ‘페미니스트’라고 하는데 일 할 때는 그래요. 하하하. 현장은 일하는 곳이고. 그리고 제가 아무래도 영화 쪽에선 여성 감독님들과 일을 많이 해봐서 그런가 봐요. 현장에서 가끔씩 감독님이 ‘여자’란 이유로 움츠려 드는 모습을 부지불식간에 볼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너무 화가 나요. 부정하기도 싫지만 인정하기도 좀 그런 게 남자들이 현재의 풍토를 만든 건 사실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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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그렇다고 공효진이 현장에서 여성 감독들과 전적으로 공감하고 또 모든 것을 수용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이미 설명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장은 일하는 곳’임을 분명히 했다. 너무도 당연한 그 말이 자칫 남성과 여성의 선을 흐릿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그는 절대 아니라고 한다.

“감독님이 여성이라고 나도 모든 것을 공감하지는 않죠. 명확한 연출 의도에 따라 분명히 배우는 따라가요. 하지만 미묘한 장면에선 약간의 대립은 어디에나 있어요. 남성 감독님이 연출할 때와 여성 감독님이 연출할 때의 분위기가 다른 건 사실이에요. 대립? 사실 타협이 맞을 거에요. 다 기억은 안 나는데. 뭐 제가 일일이 기억하는 스타일도 아니에요. 빨리 잊거든요. 하하하. 실제로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님은 제가 말릴 정도로 부딪히기도 했어요(웃음)”

영화 얘기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봤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을 듯했다. 등장하는 지선(엄지원)과 한매(공효진) 모두 ‘엄마’다. 특히 모두가 극 속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엄마의 모성애를 연기했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의 중심 축 3명 모두가 엄마가 아니다. 이언희 감독과 엄지원은 기혼이지만 아이가 없다. 공효진은 결혼도 안한 ‘미혼’이다.

“하하하. 제일 걱정하시는 부분도 우리가 걱정했던 부분도 그 지점이에요. 다들 엄마가 아닌데 엄마의 모성을 얘기해야 하고 그래서 작품 자체의 ‘톤 앤 매너’에 대해 얘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결론적으로는 그에 맞는 연기를 했다고 생각하구요. 글쎄요. 만약에 진짜 엄마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지금의 영화와는 정말 다른 색깔이 됐을 것 같아요. 진짜 엄마라면 ‘미쳐’ 버리죠. 단장의 고통이라고 하잖아요. 창자가 끊어지는.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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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지선의 모성과 한매의 모성, 이 두 가지의 감정이 부딪치며 발생하는 파열음에 집중한다. 어떤 모성이 맞고 틀리고의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 다만 두 여배우가 말하고 연기는 지점에서 모성의 연결점이 다른 톤으로 붙고 떨어지고를 계속한다. 또한 두 여배우는 한 화면에 등장하는 장면이 그리 많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두 여배우가 만들어 낸 호흡의 강도는 상당했다.

“우선 지원 언니는 한매 실체를 알아가면서 그 감정이 연결되는 구조잖아요. 사건이 또 등장하면 그 만큼 감정도 커지고. 하지만 한매는 달랐죠. 거의 ‘신 바이 신’(scene by scene) 구조였어요. 감정의 연결을 많이 고려하지 않아도 됐기에 크게 어려운 지점은 없었죠. 다만 한매와 지선의 연기가 톤이 다를 지언정 한 지점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어요 그래서 연결점은 분명히 가야 했고 결국에는 깊은 대화를 통해 연기의 톤 앤 매너를 매번 결정하고 들어갔죠.”

이번 영화에서 공효진의 연기가 관객들을 놀라게 할 지점은 두 가지에서다. 우선 첫 번째는 티저 예고편에도 공개된 ‘한매’의 오열 장면이다. 영화의 직접적 스포일러가 되기에 그 울음의 이유는 공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겹겹이 쌓여진 감정이 한매의 오열에서 봇물 터지듯 폭발하는 경험을 관객들은 하게 된다. 사실 터지는 오열이 아닌 안으로 삼키는 오열이기에 관객들의 감성은 더욱 흔들리는 명장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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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그 장면이 편집본 보다 더 길게 나왔더라구요. 배우들이 자기 연기 보고 감정 이입하기 되게 힘들어요. 그런데 저도 시사회날 보는 데 눈물이 나더라구요. 작품 속 인물과 연결된다기 보단 분리가 확실하게 되기에 드는 감정 같아요. 그러다 보니 더 그 감정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여운이 별로 없었거든요. 데뷔하고 한 2~3번 정도 되나? 너무 안됐고 슬펐고, 안타까웠어요.”

더욱 놀라운 점은 그의 중국어 연기다. 극중 ‘한매’는 중국인이다. 공효진은 ‘조선족이 아닌 완벽한 중국인 설정이다’고 잘못 알려진 지점을 수정해 줬다. 사실 중국어 연기보단 어눌한 한국어 연기가 더 압권이었다. 얼굴에 찍은 수 십 여개의 점과 중국어 그리고 어색한 한국어 연기는 금새 그를 배우 공효진이 아닌 ‘한매’로 만들어 버렸다.

“진짜 그 지점은 성공적이었고 다행이에요(웃음). 중국어 연기는 실제 중국인분들이 보시면 이상하게 보이겠죠. 당연하죠. 문제는 어눌한 한국어에요. 누가 봐도 ‘한국말 잘하는 공효진’인데 이상하게 어눌거리는 말을 하면 되게 어색할 것 같았어요. 그냥 중국어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의 말을 고스란히 따라했어요. 몇 개의 포인트가 있는데 ‘ㅗ’ 발음과 ‘ㄴ’ 발음 그리고 그 두 가지가 합쳐진 발음. 이를 테면 ‘돈’ 이런 게 중국분들에겐 좀 어렵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 점을 잘 잡고 했는데 ‘잘했다’고 칭찬해 주시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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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다양한 작품을 선택하고 작업하고 또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쉴새없이 달리는 공효진이다. 그럼에도 그를 원하는 작품과 감독 그리고 제작자는 아직도 넘쳐나고 있다. 공효진의 존재감은 그래서 아직도 대체 불가다.

“사실 정말 쉬고 싶어요. 근데 모르죠. 또 이러다 두 달 혹은 한 달 뒤에 또 다른 거 할 수도 있고. 제가 호기심을 느끼는 작품이요? ‘이거 공효진이 되겠어? 가능하겠어?’ 이런 느낌의 작품에는 제가 이상하게 투지를 느껴요. 하하하. 그런 작품이라면 다음 주에라도 또 들어가야죠. 진짜요. 하하하.”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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