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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가 사람들] 알바에서 예능 PD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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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KBS, MBC, 픽사베이)

[헤럴드경제 문화팀=장영준 기자] 올해로 방송일만 13년째 하고 있는 프리랜서 김피디(가명)는 20살 때 처음 아르바이트로 이 업계에 발을 들였다. 아버지가 방송 관련 일을 하시긴 했지만 그가 처음부터 이쪽에서 일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그리 원하는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의 인생에서 방송을 빼면 아무것도 얘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촬영 현장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던 어느 날 그에게 FD제안이 왔다. 김병욱 감독의 시트콤에서 막내 FD로 약 2년간 일한 김피디는 자신도 모르게 현장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쾌감을 느꼈다. 분명 몸은 고단하고 딱히 재밌다고 할 만한 일도 없었는데 그저 촬영 현장에서 일하고 부딪히는 자체가 그에게는 하나의 활력소가 돼 있었다.

이후 그는 SBS 소품실에서 약 1년 반 정도를 일했다. 다양한 소도구들을 만들고 디자인도 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일하며 그가 일주일동안 소화한 프로그램만 무려 22개. 당시가 '엑스맨' '연애편지' 등 SBS 예능 프로그램들이 가장 '핫' 할 때였다.

"그때 특별한 일은 없었는데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한 게 기억이 나네요. 트리가 한 두개가 아니라 7~8개였어요. 그때 '반전드라마' '솔로몬' 등에서 재연 드라마를 촬영하면 스튜디오에 집을 만들어야 했는데 가구같은 집기류들을 모두 나르는 일을 했죠. 그때는 정말 집 하나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어요. 왠만한 이삿짐 센터보다 짐 나르는 게 빨랐죠.(웃음)"

그랬던 그에게 기회가 왔다. FD로 일하던 시절 자신을 가르쳐주던 선배가 메인 PD로 일하면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마침 그때는 김피디도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쉬고 있을 때였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렇게 김피디는 본격적으로 예능에 발을 들였고 시간은 어느새 9년이 흘렀다. 그리고 그 사이 김피디는 여러 회사들을 전전하며 다양한 경험들을 쌓기 시작했다.

"예능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1년짜리 프로젝트를 마치고 연예뉴스에 투입됐어요. 그곳에서 1년 정도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방송에서 남자 가수와 여자 배우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보고 해당 제작사를 수소문해 그 회사에 들어갔죠. 순전히 그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어서 내린 결정이었어요. 그리고 바로 그 프로그램에 투입돼 제작을 했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콘셉트거든요."

프로그램 종영 후 김피디는 잠시 교양 프로그램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를 타고 인터뷰를 하고 새벽에 가서 쭈꾸미까지 잡는 모습을 촬영하는 게 그에게는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러다 대형 외주제작사로 들어가 일을 했던 그는 퇴사 후 본격적으로 프로그램 기획에 매달렸다. 현재는 자신이 기획한 프로그램이 제작과 함께 편성을 앞두고 있어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피디가 그동안 제작한 프로그램 중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것은 중국 예능프로그램이었다. 총 제작비만 300억. 10회 분량이었는데 투입된 스태프만 300명 정도였다. 새삼 '대륙의 스케일'을 느끼게 하는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로 일하며 김피디 역시 제법 많은 돈을 벌 것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어차피 나는 월급을 받는다. 그리고 출연료의 3분의 1 이상은 다 연예인 몸값"이라며 "나머지로 제작비를 충당하는 거다. 솔직히 제작진은 정말 박봉인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피디는 최근 업계의 변화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9년 전까지는 조연출이 제일 부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컨(PD)이 가장 부족하다. 7~9년차가 많이 없다"며 "후배들이 못 버티기도 하지만 편집 PD로 많이 빠졌다. 말 그대로 편집만 하는 PD들인데 이들이 모여서 회사를 차린 경우도 있다. 보통 1, 2차 가편집에 투입된다. 아마 하는 일은 더 편하고 책임 질 일도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카메라팀에서 VJ팀이 떨어져 나간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세분화 되면 제작비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피디가 바라보는 앞으로의 예능 PD의 전망은 어떨까. 그는 예능 PD라는 직업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 역시 TV에서 모바일로 넘어가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금 예능 PD 하다가 외주로 나가서 모바일 쪽으로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대부분 특별한 수익 구조가 없어서 실패했어요. 그리고 다시 방송으로 돌아갔죠. 하지만 언젠가는 방송 판도 자체가 모바일 중심이 될 거라고 봐요. 아직 TV를 보시는 분들이 많지만 모바일로 방송을 즐기는 분들도 적지 않거든요. 화면 비율이 SD(4:3)에서 HD(16:9)로 넘어가는 데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어요. 그러니 모바일 패턴으로 바뀌는 것도 얼마 걸리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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