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개봉 대작 5편, 흥행 예상 실패 요인 분석
[헤럴드경제 문화팀=김재범 기자] 100억이란 돈이 준비돼 있다. 이 돈을 어떻게든 써야 한다. 여기서 ‘어떻게’가 중요하다. 쓰임에 따라서 100억이 0원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마이너스될 위험도 있다. 물론 기회가 좋다면 2배 3배 4배가 돼 돌아올 가능성도 크다. 여름 성수기 극장가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이런 가능성에서 출발을 한다. ‘기획’이 흥행 절반을 차지한다는 말에서부터 시작하면 이 가능성에 투자를 하기에는 그 위험이 너무 크다. 하지만 반대로 투자해 볼 가치를 생각해본다면 대박이란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셈이다. 여름 블록버스터의 명암은 그 가능성에서 드러나게 된다.한 해 극장가를 찾는 인원은 약 2억 명 정도다. 이들 가운데 여름 시즌에만 무려 5000만 명이 집중한다. 관객 1인당 1만원의 관람료를 기본으로 계산한다면 7월부터 8월 두 달 약 60일 동안 약 5000억 원이 움직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돈을 위해 국내 메이저 투자 배급사(CJ, 롯데, 쇼박스, NEW)는 기본 제작비 100억대에 달하는 기획성 블록버스터를 출전시킨다. 각 투자 배급사의 이른바 ‘텐트폴’(흥행이 확실한 기대작) 영화가 이 시기에 집중한다.
올 여름 각 투자배급사 라인업은 ‘부산행’(NEW) ‘인천상륙작전’(CJ) ‘덕혜옹주’(롯데) ‘터널’(쇼박스) ‘국가대표2’(KM컬처)순서다. 이들 영화는 세밀한 성격을 따지면 분명 달라질 수 있지만 철저한 기획에서 출발됐다. 흥행을 위한 소재, 스토리 전개 방식, 연출의 선택과 집중, 영화 전반 기승전결 공식, 타깃 관객층, 극장가 스크린 점유율 등 ‘기획성 대작’ 영화의 그것을 오롯이 따라가고 있다.
■ ‘5파전?’ 흥행 이어달리기 다음 주자는?
‘부산행’이 누적 관객 수 900만(3일 오전 기준)을 돌파한 현재 1000만 기록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인천상륙작전’도 손익분기점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이지만 의외의 동력을 유지하고 있다. 평론가와 언론의 혹평이 쏟아졌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대체로 ‘재미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3일 개봉한 ‘덕혜옹주’가 언론시사회 반응으로만 따지면 여름 대작 5편 가운데 가장 큰 점수를 얻고 있다. 손예진의 묵직한 연기와 허진호 감독의 절제미가 압권이란 평에 무게가 실린다. ‘부산행’이 사실상 1000만 흥행 분위기를 이어가는 와중에 ‘인천상륙작전’ 흥행 저력이 유지 중이지만 ‘덕혜옹주’ 출발이 두 영화의 흥행 전선에 분명한 영향력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3일 오전 기준 ‘덕혜옹주’ 사전 예매량이 10만에 육박하고 있으며 네티즌 평점 역시 ‘부산행’ ‘인천상륙작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8.2점을 기록 중이다.
가장 마지막 영화는 ‘터널’이다. ‘터널’ 속에 갇힌 한 남자의 생사를 건 사투와 터널 밖 사람들의 얘기가 부딪치며 발생하는 스토리의 무게감이 다른 경쟁작들과 분명한 차별점을 이룰 것으로 기대가 된다. 하지만 약점도 분명하다. 주인공 하정우가 전작 ‘더 테러 라이브’에서 선보인 연기 패턴이 반복되는 듯한 설정이 눈에 들어온다. 재난 영화 특유의 인물 간 관계스토리도 부족한 느낌이다.
사회 현상과 그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기획 영화는 매년 여름 시장을 장식한다. 하지만 영화가 기획 자체에 매몰될 경우 거대 제작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게 될 위험성이 크다. 이 지점이 기획 영화의 명과 암이며 올 여름 시장을 장식한 5편의 기획성 대작의 흥행을 점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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