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잘 사는 '행복경제'> “학생 개개인 적성 · 끼 살리는…맞춤형 공교육 시스템 절실”

2013-09-16 11:25

부모는 의사·판검사 엘리트직업만 관심
획일적 잣대 아래 적성을 못찾는 교육

교사 임용·평가방식 대혁신
학생들 다양한 욕구실현과 연계시켜야
학교서 폭넓은 ‘잡 스펙트럼’ 체험 기회 제공
맞춤형 진로 설계방안 적극 추진을



‘교육’이란 화두에 대해 국민들이 가진 문제의식은 뿌리 깊다. 누구나 반전문가가 되어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사회의 모든 시스템과 국민들의 인식에 복잡하게 얽힌 교육문제는 간단하게 풀려나갈 문제는 아니다. 분명한 것은 공교육 시스템을 보완해 사교육 의존성을 낮추면서 교육비의 사이즈를 줄이고, 나아가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 국가 역량을 제고하는 일이다.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교육비 걱정 없는 나라 만들기’를 주제로 우리나라 교육 문제와 정책의 방향을 논의했다.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교육비 걱정 없는 나라 만들기’를 주제로 개최한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공교육 정상화에 따른 사교육비 경감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왼쪽부터 황영남 영훈고 교장, 나승일 교육부 차관,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사회(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교육은 복잡한 여러 문제가 실타래처럼 엉켜 있어 쾌도난마처럼 해결해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통계상으로 총 교육비가 줄어들고 있다지만 가계로는 엄청난 부담입니다. 이 문제들은 어디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황영남 영훈고 교장=사교육비가 줄었다는 건 통계의 오류입니다. 학생 수가 줄어서 교육비 총액이 줄었고, 또 국민들의 가용소득이 감소한 걸 감안해야 합니다. 현 제도상 고등학교 1년당 4개의 시험성적이 전부 대입에 반영돼 내신에 대한 압박이 크고, 사교육 의존성이 높습니다. 실제 사교육으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북에 갔더니 여유 있는 가정이 아닌데도 월 100만원의 교육비를 쓰더군요. 심각한 문제입니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사교육비를 비롯한 기타 교육 문제들이 원인과 결과 관계가 명확히 짚어지지 않고,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같아 몇 가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사교육비를 들이면 효과가 있기 때문에 문제입니다. 따라서 사교육비를 써도 효과가 없도록 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근시적으로 입시 위주의 시각에서 판단할 게 아니라 개개인의 꿈과 끼를 살려주는 교육이란 큰 방향으로 설정해서 정책을 펼쳐갈 예정입니다. 하나하나 정책들을 보면 효과적이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여러 정책이 잘 연계돼 가면 결국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또 하나, 학부모들도 자신의 노후 문제와 아이들의 행복을 고려해 자녀교육 문제에 대한 시각을 재고해봐야 합니다. 세상이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교육 가치관이 자녀 행복에 관해서 오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 위주의 의사결정이 중요합니다.

-사회=‘현장’이라고 하는 직업세계의 수요도 바뀌고 있지요. 그 안에 대학입시제도, 학부모들의 인식, 학생과 교사 등 교육주체가 있을 텐데 가장 중요한 건 학생과 교사 간의 관계, 즉 공교육이 바로 서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교사가 열성적으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회사에서도 직원들의 열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평가시스템이나 인센티브 등을 들여오지 않습니까.

▶나 차관=학생과 교사, 교사와 부모 간의 불신감이 과거에 비해 커진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의 교육 열정도 식어가는 면이 있는 것 같아 현장의 목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정부에서는 현재 교직발전기획단을 꾸려서 교사 양성기관에서부터 임용, 재직교사들의 전문성을 키우는 등 전반적인 방안을 올해 안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황 교장=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최고 가치는 교육이어야 하는데, 인권이나 법적인 관계 등 사회적 잣대들이 들어오면서 교사들도 적극적인 교육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육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고, 학교에서의 문제는 우선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교육자의 권위를 회복해 줄 필요도 있습니다. 또 학교의 다양성을 등한시해서는 안 됩니다. 다양성이란 이름 아래 몇 개 선택지를 정해주고 고르라는 식의 정책이 아니라, 각각의 학교가 소신을 갖고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 원장=2012년에서 2013년까지 초중고등학교 학생이 24만명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학생수의 급속한 감소는 노동인력의 감소를 가져오기 때문에 더 이상 머릿수 싸움을 할 수 없는 여건입니다. 때문에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현시켜서 인구는 줄어도 역량의 총량을 늘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산ㆍ학ㆍ관ㆍ연 전체가 교육의 다양화, 전문화, 특성화, 세계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사회=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접해보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학생들이 쉽게 접하게 되는 진로는 크게 두 가지로, 부모가 말하는 의사, 판검사, 변호사 등 전통적인 엘리트직업과 본인들이 TV에서 보는 연예인 정도밖에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사회의 엄청나게 넓은 잡 스펙트럼을 접하고 진로설계를 능동적으로 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나 차관=직업 체험이 굉장히 중요한 것은 맞습니다만 현 상황에서 지역적인 인프라 차이가 있고, 수십만의 학생을 소화할 체험장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대신 표준화된 인ㆍ적성 검사, 흥미 검사를 강화하고 전ㆍ현직 종사자와 만남의 기회를 넓히는 방안으로 접근할 예정입니다. 개인의 흥미와 적성 면에 있어서 초등학교만 해도 개인의 소질을 파악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만 중학교에는 교과 전담제인 데다 그 생활기록부를 볼 수 없어 단절이 일어납니다. 이를 개선하는 법안을 현재 마련 중이고 ‘개인 맞춤형 진로설계방안’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백 원장=산업화 시대의 인재들은 매뉴얼 위주로 움직여왔지만 앞으로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자율적인 의사결정, 협업능력, 의사소통능력 등이 중요하게 됐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매뉴얼 중심이었던 공교육이 달라져야 할 것이고, 교사를 임용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선진국을 살펴보면 교사의 유형, 능력이나 분야가 정말 다양합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끼나 관심 분야에 에너지를 발산해보겠다고 할 때 다양한 교육이 시스템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황 교장=교사들이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들에 제재를 가하기 어려운 것이, 학생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학습권을 침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적분 수업을 들을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교육과정상 진행되는 그 수업은 고통일 뿐입니다. 학생이 원하는 학습권 보장은 교사의 교육권, 정부의 교육권보다도 더 우선해야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학생에게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 없이 학습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시스템을 갖추고 지원해야 합니다. 

정리=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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