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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칼럼] 노벨과학상도 문학상같이

한국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은 힘든 해외 생활에 큰 힘이 된다. 최근 며칠 동안은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과 관련한 기사를 읽느라 즐겁게 보냈다. 인도 최대 일간지 ‘더 힌두(The Hindu)’는 지난 15일 ‘한국의 승리(A Korean win)’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통해 한강의 실험적 문학 스타일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적 서사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처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올해는 과학 분야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 특히 노벨과학상에서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중요한 기여가 빛났다. 올해 노벨화학상은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연구에 돌아갔다. 수상자인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는 단백질 구조 예측 프로그램인 로제타(Rosetta)를 개발했으며, 이 연구의 핵심 논문은 서울대 백민경 교수가 주저자로 작성했다.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게리 러브컨 교수의 연구에는 하일호 박사가 공동1저자로 참여했다.

논문의 시작과 완성은 제1저자의 손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연구 논문의 저자는 기여도에 따라 주저자, 공동1저자, 교신저자로 나뉜다. 주저자는 연구의 실험, 분석, 논문 작성 등을 주도하며, 논문에서 가장 크게 기여한 저자로 볼 수 있다. 공동1저자도 자료 수집, 보완 실험, 측정 등에서 주저자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교신저자는 논문을 게재할 학술지와 직접 소통하며, 연구 아이디어 제공, 논문 검토, 편집, 감독 등을 맡고, 대부분의 경우 연구비를 관리한다

과학은 한순간에 이뤄지는 결과가 아닌, 하나씩 단계를 밟아 나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과학’ 뒤에 ‘변화’가 아닌 ‘발전’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초기에는 모방을 통해 작은 기여를 시작하지만, 점차 중요한 역할을 하며 독창적인 연구로 나아가게 된다. 올해 노벨과학상은 우리 과학자들이 모방과 소규모의 기여를 넘어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줬다. 1980년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딛은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은, 40여 년 만에 세계적으로 중요한 기여를 할 만큼 성장했다. 이는 한국의 고도경제성장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빠른 속도다.

한국의 연구 수준과 저변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러한 성과는 비단 과학자들만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매년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 예산을 편성해온 정부의 지원과, “우리나라의 미래는 과학기술에 달려 있다”며 아낌없이 지지해준 국민들의 힘이 만들어낸 결과다. 노벨과학상 수준의 독창적이고 세계적인 연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큰 격려와 성원이 필요하다. 닿을 듯 닿을 듯 부족한 2%의 가능성을 채우는 것도 결국 중단 없는 관심과 지원에서 비롯된다.

더 나아가, 연구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꾸준히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사회의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국민들이 과학기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성원을 보내는 것이 우리의 과학기술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노벨과학상은 단지 도달해야 할 목표가 아닌, 우리 과학기술이 세계 무대에서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나아가는 과정의 일부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발전의 이야기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승철 KIST 한·인도 협력센터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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