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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 닦는 사람들→지구를 닦는 남자들’, 이게 안 비슷해? [지구, 뭐래?]
[지구를 닦는 남자들 공식 홈페이지]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불필요한 소비는 곧 쓰레기다.”

최근 시작된 MBC 새 예능 프로그램, ‘지구를 닦는 남자들’의 소개다. 연예인들이 여행을 떠나며 환경을 고민하는 여행 예능 프로그램이다. 에코여행이란 콘셉트로 쓰레기 매립장을 가는 등 환경의 중요성을 환기시켜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니, 환경단체들도 크게 환영할 만하다.

문제는 해당 프로그램의 제목, ‘지구를 닦는 남자들’을 두고 논란이 벌어진 데에 있다. 6년째 활동 중인 비영리법인 환경단체, ‘지구 닦는 사람들’의 법인명과 프로그램 제목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작진은 프로그램 제목 선정 단계에서도 해당 법인명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 닦는 사람들 SNS 캡쳐]

‘지구 닦는 사람들(와이퍼스)’은 플로깅 활동으로 시작한 환경단체로, 2022년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지금까지 약 1만2000여명의 플로깅 활동을 이어갔으며, 11만 개비 이상의 담배꽁초 어텍, 마라톤 쓰레기 절감을 위한 다회용컵 급수대 도입 등 다양한 플라스틱 절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방송인 줄리안이나 정주희 아나운서가 명예이사로 활동 중이며, 기존 방송이나 팟캐스트 등에서도 수차례 언급된 바 있는 비영리 법인이다.

[지구 닦는 사람들 SNS 캡쳐]

발단은 ‘지구를 닦는 남자들’이란 방송을 접한 후 ‘지구 닦는 사람들’과의 연관성을 묻는 문의가 쇄도하면서다. 이에 ‘지구 닦는 사람들’ 측은 제작진에 배경 설명을 요청했다.

이에 제작진은 “‘지구를 닦는다’란 표현이 프로그램의 취지와 잘 맞아 사용했다”며 “제목 결정 후 ‘지구 닦는 사람들’이란 법인이 활동 중인 사실을 알게 됐지만, 업종이 다르고 프로그램과 단체 성격이 달라 혼동 여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다시 말해, 사전에 법인명을 인지했고, 그럼에도 동의나 양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후 추가 답변 과정에서도 제작진은 “(‘지구를 닦다’란) 단어 및 표현이 평소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특별히 어려운 단어이거나, 잘 쓰지 않아 눈에 띄는 단어가 아녔다”고 밝혔다.

‘지구 닦는 사람들’ 측은 이 같은 질의응답 내용을 SNS에 공개하며 “방영 전 법인의 존재를 알고도 미리 연락 주지 않았다”며 “차라리 몰랐다면 실수로 이해하겠지만, 알고도 연락하지 않은 채 이제라도 ‘양해해 달라’는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지구’나 ‘닦다’란 표현이 모두 일상에 흔히 쓰이는 단어와 조합이라는데, 길이나 그릇이 아닌 ‘지구를 닦다’란 표현도 정말 흔하게 쓰는 표현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2020년 3월부터 사용하다가 상표 출원까지 한 이 단체의 정체성을 가볍게 보는 발언이라 가장 속상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환경이란) 같은 목표를 함께 가려면 다른 단체에 대한 배려와 예의도 꼭 필요하다”며 “제작진과 MBC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기다린다”고 밝혔다.

[지구 닦는 사람들 SNS 캡쳐]

‘지구 닦는 사람들’이 강경 대응에 나선 건, 이 같은 일이 다른 단체 등에도 재발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개인이나 단체와 방송 제작진과의 표절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과거엔 방송사 간 표절 시비가 논란이었다면, 최근엔 유튜버나 단체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구 닦는 사람들’의 황승용 닦장은 “대기업 등이었다면 애초부터 조심하고 문제가 되더라도 즉각 사과가 이어졌을 것”이라며 “알고도 연락을 주지 않았다는 데에 얼마나 시민 재산권을 쉽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좋은 일이니까 같이 하는 것’이라는 명목으로, 좋은 활동의 노하우나 정체성을 사용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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