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D 매출도 전년비 440% ↑
최태원 ‘HBM 선제투자’ 재조명
경기도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
SK하이닉스가 3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올해 연간 실적 역시 신기록 수립이 확실시되고 있다. 역대급 실적의 ‘1등 공신’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판매가 4분기에도 여전히 견고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HBM 제품의 빠른 세대교체를 주도하며 업계 선두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4분기에는 예정대로 엔비디아에 HBM3E 12단 제품을 본격 납품한다. HBM3E 12단은 36GB(기가바이트) 용량을 갖춰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D램 칩 12개를 수직으로 쌓아 올린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했다. 기존 HBM3E 8단보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만큼 4분기 실적도 보다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에는 HBM3E 12단 제품의 판매 비중이 전체 HBM3E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불과 세 분기 만에 연 매출 신기록 경신...연간 영업익도 신기록 눈앞=SK하이닉스의 1~3분기 누적 매출은 46조4260억원에 달한다. 앞서 세운 연간 최고 매출은 2022년 기록한 44조6216억원이다. 올해 불과 세 분기 만에 역대 최고 매출 성적을 갈아치운 것이다.
4분기에도 SK하이닉스의 매출은 고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예상한 올해 SK하이닉스의 연간 매출은 작년(32조7657억원)의 두 배 수준인 66조원이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7조30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6조7628억원)를 넘어섰다. 이로써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5조3845억원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연간 영업이익은 과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었던 2018년에 세운 최고 기록(20조8438억원)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은 올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을 23조원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AI 시대 HBM·eSSD 매출 폭발적 성장...1년 새 300~400%↑=‘실적 효자’는 단연 HBM이다. 3분기 PC와 스마트폰 등 일반 응용처에 들어가는 범용 메모리 제품의 수요는 여전히 약했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의 판매량 증가가 이를 충분히 상쇄했다.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 30%를 기록했다. 4분기에는 40%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이날 3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3분기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전년 동기 대비 330% 성장하며 매출 성장을 주도했다”며 “3분기 중 HBM3E 출하량이 HBM3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HBM과 함께 수익성이 높은 낸드 제품인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의 매출도 전 분기 대비 20%, 전년 동기 대비 440% 이상 성장하며 전체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 김우현 CFO는 “eSSD 매출이 계속 증가하면서 낸드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HBM 추가 공급요청 쇄도...‘수요둔화’ 거론 시기상조”=HBM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되지만 SK하이닉스는 여전히 수요가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다며 이를 일축했다. 내년에도 HBM의 공급보다 수요가 높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HBM뿐만 아니라 DDR5와 LPDDR5의 재고도 현재 타이트한 상황이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우려와 달리 AI향 제품의 수요는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고, 고객사의 추가적인 공급 요청도 있다”며 “앞으로 컴퓨팅 파워의 요구량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에 HBM의 수요 둔화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고객사 물량을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를 집행 중”이라면서도 “당초 계획보다 증가한 수요에 모두 대응하기엔 생산여력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응해 SK하이닉스는 수요가 낮은 범용 제품의 생산 비중은 빠르게 줄이고 HBM, DDR5, eSSD, LPDDR5 등 수요가 확실히 늘어나는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공정을 전환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HBM 시장 진입으로 경쟁 심화도 예상되지만 SK하이닉스는 기술력 등을 고려할 때 쉽게 따라잡히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도 내비쳤다.
김규현 담당은 “HBM 신제품 기술 개발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고, 고객사 인증 여부와 수율 로스(loss) 요인 등을 고려하면 고객사가 요구하는 품질의 제품을 메모리 업계가 적기에 충분히 공급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에 최태원 회장 ‘HBM 선제 투자’ 재조명=SK하이닉스가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HBM 시장 성장을 예견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결정한 최태원 회장 판단도 조명을 받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2년 하이닉스 인수 직후 HBM을 포함한 전 분야에 걸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힘을 실어줬다. 그 결과 2013년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기술 리더십을 확보했다.
앞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올 5월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SK하이닉스가 SK그룹으로 편입된 직후인 2012년부터 메모리 업황이 매우 좋지 않아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 규모를 예년 대비 10% 이상 줄였다”며 “그럼에도 SK그룹은 투자를 늘리는 결정을 했다. 언제 시장이 열릴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있는 HBM도 당시 투자에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각 고객사 및 협력사와의 협업 관계가 구축됐고, 그게 곧 AI 반도체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올해에도 AI 반도체를 직접 챙기며 현장 경영을 이어갔다. 1월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아 미래사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논의했고, 4월엔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CEO를 만나 글로벌 AI 동맹을 다졌다.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도 그룹 차원의 AI 성장 전략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5년간 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82조원을 투자하는 등 총 10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다음달 서울서 개최되는 국내 최대 민간 AI 포럼인 ‘SK AI 서밋’에서도 AI 글로벌 리더십을 강조할 예정이다. 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