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에 대한 뜻은 변함없어” 강조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에 대한 입장, 경영권 분쟁에 대한 향후 대응 계획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자사주 공개매수를 단행하면서, 향후의 지분율 변화에 대해서는 예상하지 못한 바가 아니다. 이미 예상하고 시작한 일이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23일 자사주 공개매수 마감을 앞두고 전날 서울 모처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내일 윤곽이 나올 공개매수 결과를 보고 추가적인 판단을 내릴 예정”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MBK파트너스는 앞서 마무리된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통해서 총 5.34%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고려아연(+우호세력)과 지분 격차를 4.42% 격차로 따돌렸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진행된 이번 기자회견은 우호세력을 결집하고, 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 사장은 “앞서 마무리된 MBK와 영풍의 지분 공개매수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여론전을 통해, 사기적 부정거래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원천 무효라고 생각하고 법적검토를 했고 다양한 방법의 수사와 조사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주변에서 일고 있는 자사주 소각 보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시점에 대해서는 추후 이사회나 내부논의로 결정하겠지만 소각한다는 결정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이미 공시로 발표도 한만큼 소각에 대한 의지는 명확하다”고 전했다.
이어서 “자사주 매입에 쓴 차입금 탓에 재무구조에 의구심을 품는 의견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선 저희의 재무구조는 튼튼하다는 게 입장”이라면서 “경영학 교과서에도 나오듯이 이번 차입금으로 야기된 부채비율 100%도 우량한 수준이고 이전에는 고려아연은 개별 재무제표상 20%대의 부채를 유지한 바 있다”고 항변했다.
또한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황도 아니고, 여전히 고려아연은 초우량기업인만큼 기존에 발표한 장기적인 투자전략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기적 부정거래에 대한 언급도 추가됐다. 자본시장법 178조에 기반해 ‘부정한 수단이나 계획, 기교를 통해서 금융투자 상품을 매매한 경우에 해당한다.
박 사장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가 주당 6만원이 더 높은 상황에서, 5.34%의 주주와 투자자들이 MBK의 공개매수를 선택했다”면서 “비정상적인 유인거래의 결과로 주주들은 직접적인 손해를 보게 된 셈이자, 건전한 자본시장을 훼손하는 반시장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와 조사를 통해 주가조작과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질서 교란이 규명되면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는 적법성과 유효성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헀다.
한편 23일 종료되는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앞으로 MBK·영풍과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선 공개매수에서 MBK가 5.34%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MBK·영풍의 지분은 38.47%까지 늘어났다. MBK·영풍은 최 회장 일가(15.65%)와 우호세력(18.04%)의 지분을 합한 34.05%보다 약 4.42%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하는 지분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최 회장 측은 당초 발표했던 목표 물량 20%(베인캐피탈 2.5% 포함)를 채우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현재 보유한 자사주 2.4% 일부인 1.4%의 의결권을 부활시키기는 작업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결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국민연금이 이익 실현을 목적으로 공개매수에 일부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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