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이민자들이 현지 사회에 통합되는 과정을 놓고 미국에서는 흔히 ‘멜팅 팟(melting pot)’, 캐나다는 ‘모자이크(mosaic)’라고 각각 비유된다. 이처럼 개념적으로만 이해했던 것을 캐나다 토론토에서 생활하면서 생생하게 체감하고 있다.
현지 거리를 걷다 보면 오히려 백인을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인종들이 분포해 있다. 체감상 영어가 70%, 다른 언어가 30% 정도 비율로 들려온다. 영어 발음도 각자 모국어의 억양이 섞여 있어 제각각이다. 특히 인도계 이민자가 매우 많은데, 캐나다에 와서 뜻하지 않게 인도 영어 듣기 실력이 늘고 있다.
무역관 현지 직원을 채용할 때 접수된 이력서에는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취득한 학위와 경력이 적혀 있다. 학교의 위치를 구글맵으로 검색하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나라여서 놀란다.
올림픽이나 코파 아메리카 등이 열리는 기간에는 응원의 의미로 국기를 걸고 다니는 자동차들이 많은데, 이때에도 캐나다 국기를 찾아보기가 더 어려울 정도이다. 중화권 부동산 투자자들의 영향으로 숫자 4가 들어가는 층이 없는 건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렇듯 캐나다는 수용적인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다. 사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캐나다는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문화의 영향력이 지배적이었다.
1971년 피에르 트뤼도 총리가 세계 최초로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를 국가적 정책으로 채택했고, 1988년 캐나다 다문화주의법이 제정되며 지금과 같은 다문화주의가 자리 잡게 되었다. 캐나다의 다문화주의는 시민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캐나다 사회에 동화(assimilation)되는 것이 아닌 통합(integration)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캐나다의 다문화주의는 캐나다의 인구 증가,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적극적인 이민 정책 덕분에 여타 선진국들과 달리 빠른 속도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1998년 3000만 명 수준이던 캐나다 인구는 2023년 4000만 명을 넘어섰고, 특히 2023년 인구 증가율은 3.2%로 6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캐나다인들의 인식 또한 더욱 긍정적으로 굳어지고 있다. 한 여론 조사 기관에 따르면, 다문화주의를 캐나다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1994년 35%에서 2022년 64%로 증가했다.
하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너무 많은 다양성을 강조하기에 통일성이 희미해지고, 오히려 분열된다는 의견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문화나 음식, 생활방식 등에서 뚜렷하게 ‘캐나다 다운 것’을 찾기 힘든 느낌이다. 또한 각 문화권별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다보니, 캐나다 주류 문화에 진입하는 것, 서로 다른 문화권과 섞이는 것에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급격한 이민자 유입으로 주택 가격 상승, 실업률 증가 등 실제적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다문화주의는 그 자체로 캐나다의 정체성이며, 캐나다를 경제적·문화적으로 풍부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문화 모자이크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캐나다가 안고 있는 숙제로 보인다.
윤지원 코트라 토론토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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