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 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 추진
합병 비율 재논의, 밥캣 ‘몸값’ 높아질 듯
적시 설비 증설 위해 1조 투자 재원 마련
분당 두산타워 전경 [두산 제공]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를 인적분할 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내용의 사업구조 재편을 재추진한다. 이를 통해 두산에너빌리티의 핵심인 원전 사업에 한층 더 집중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업 개편안을 의결한다. 구체적으로는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의 모회사가 될 신설법인으로 분할한 뒤,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것이다. 추진안대로라면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된다.
앞서 두산은 지난 7월 사업구조 개편을 발표하며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려 했으나 주주들의 거센 반발과 금융당국의 제동에 8월 말 이를 철회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를 인적분할 해 두산밥캣 지분을 소유한 신설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안은 철회하지 않았다.
시장의 관심은 합병 비율에 쏠린다. 이사회에서는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 비율에 대한 조정을 우선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연간 1조원 가량의 흑자를 내는 ‘알짜’ 두산밥캣의 저평가 논란이 불거지며 주주들이 강하게 반발했던 만큼, 신설법인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투자업계 등 일각에서는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비율이 기존 1대 0.031에서 약 30% 가량 오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두산 사업구조 개편과 관련해 “시장 요구에 맞고 주주가치 환원 정신에도 맞는 방향으로 수정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공장에 마련된 소형모듈원자로(SMR) 부품 제작 설비 전경.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
두산이 사업구조 재편을 재추진하는 이유는 핵심 산업에 집중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앞서 철회했던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하는 안은 당분간 추진하지 않는다.
최근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며 전력 수요가 급증.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가 해법으로 떠오르면서 적시 대응을 위한 설비 증설이 필수적인 상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5년간 연 4기(총 20기) 이상의 대형원전, SMR은 5년간 연 20기(총 100기 이상) 규모의 제작시설 확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을 분할함에 따라 약 1조원 수준의 신규 투자여력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산밥캣 차입금 약 7000억원이 감소하고, 외부 매각이나 차입에 활용하기 어려웠던 비영업용자산을 처분해 5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 역시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두면서 두산밥캣의 북미 및 유럽지역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 영업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번 사업 재편안이 별탈 없이 주주총회를 통과할지 여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15일 주주 서한을 보내 다음달 15일까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재추진 포기를 공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또, 두산밥캣의 이사회 독립성을 보장할 방안, 주식매수청구권에 활용하기로 했던 1조5000억원의 특별 배당 계획에 대한 답변도 요구하고 있다. 얼라인은 최근까지 두산밥캣 지분 1%(100만3500주)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yun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