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팩을 재활용한 ‘갈색 휴지’ [서울환경연합 갈색 휴지 서포터즈 후기]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다른 건 색깔밖에 없었어요”
한 번쯤 본 적 있는 갈색 휴지. 워낙 흰색 휴지에 비해 깔끔하지 않거나 거칠거칠한 것 같아 손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갈색 휴지를 쓰는 게 더 재활용에 좋다고 한다.
두유나 주스를 먹으면 나오는 멸균팩을 재활용해서 휴지를 만들면 갈색 휴지가 되기 때문이다. 이 갈색 재생 휴지를 많이 써야 선순환이 가능하다. 재활용을 할 동력도 늘게 되고, 그럼 시장도 커진다.
역으로, 분리배출 등을 통해 어렵사리 재생 휴지를 만들어도 소비자들이 외면하면 재활용을 강화할 동력이 떨어진다. 갈색 휴지, 재생 휴지에 담긴 의미다.
종이팩을 재활용한 ‘갈색 휴지’ [서울환경연합 갈색 휴지 서포터즈 후기] |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연간 생산되는 휴지는 약 60만톤 중 재생 휴지는 약 21만톤(35%) 정도다. 한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천연 펄프를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다 보니 과거보다 재생 휴지 선호가 높지 않다”며 “수요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만큼 소비자들이 재생 휴지를 수용해야 업체들도 재생 휴지 비중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지가 특히 재활용 생태계에서 중요한 건 바로 종이팩·멸균팩을 통해 재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생 휴지를 많이 쓰게 되면 그만큼 종이팩이나 멸균팩을 분리배출하고 재활용할 시장이 커진다.
환경단체들도 재생 휴지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지난달 9일부터 27일까지 참여자들은 종이팩을 30장 이상 모으면 보상으로 ‘갈색 휴지’ 3롤을 나눠주는 캠페인을 벌였다. 멸균팩 분리배출을 하는 동시에 멸균팩을 재활용한 휴지를 사용해보라는 취지다.
이들이 특히 갈색 휴지에 집중하는 건, 종이팩 중에서도 재활용하면 갈색이 되는 멸균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종이팩은 냉장 보관하는 ‘일반팩’과 실온 보관할 수 있는 ‘멸균팩’으로 나뉜다. 일반팩은구성이 펄프와 합성수지로 간단한 데 비해, 멸균팩은 알루미늄 등 다른 소재가 추가로 들어가 재활용 과정에서 갈변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종이팩을 재활용한 ‘갈색 휴지’ [서울환경연합 갈색 휴지 서포터즈 후기] |
갈색 휴지를 실제로 써보면 색만 다를 뿐 보통의 휴지와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고 한다. 2022년 7월 한국소비자원에서 진행한 품질 비교에 따르면 갈색 재생 휴지와 흰색 천연 펄프 휴지가 물에 풀리는 데에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먼지 날림이 적어 재채기를 덜하게 됐다는 후기도 있다.
서울환경연합의 캠페인을 통해 갈색 휴지를 써 본 한 참여자는 “부드러운 정도, 먼지 날림에 큰 차이가 없었다”며 “갈색 휴지를 많이 쓸수록 종이팩 재활용 공장이 더 생기고 재활용률도 높아질 것 같다”며 기대했다.
종이팩을 재활용한 ‘갈색 휴지’ [서울환경연합 갈색 휴지 서포터즈 후기] |
정부 차원의 재생 휴지 사용 독려도 시급하다. 공공기관은 의무적으로 녹색제품을 구매해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재생 휴지다.
녹색제품은 에너지·자원의 투입과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제품에 부여하는 인증이다.
종이팩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도 녹색제품으로 인증 받을 수 있다. 단, 제한이 있다. 상자나 일회용품 등으로 만들면 녹색인증을 주지 않는다. 휴지는 가능하다. 종이팩을 재활용해 녹색인증을 획득한 제품 중 상당수가 재생 휴지인 이유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구매의무 대상인 1163개 기관 중 348개 기관(약 29.9%)가 지난해 녹색제품 구매이행계획을 달성하지 못했다. 미이행 금액만 1881억330만원에 달했다.
박지혜 의원은 “공공기관이 앞장서 녹색제품 구매를 촉진함으로써 저탄소 녹색성장 발전을 위해 도입했지만 일부 공공기관의 규정 위반이 이러한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ddress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