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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마트에 가면 당연히 플라스틱에 담겨 있는 과일과 채소들”
“음식 포장해서 여유 있게 집에서 먹고 싶다가도 플라스틱 포장기가 많이 생겨서 그냥 식당에서 먹고 들어오기도 한다”
“마라톤 대회에 자주 나가는데 물품 보관할 때 엄청나게 커다란 비닐봉지를 준다. 몇천 명의 참가자들이 이걸 하나씩 받는다고 생각하면 피로감을 느낀다”
어떤 때에 플라스틱으로 인한 피로감을 느끼는지 물었더니 이같은 대답이 돌아왔다.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올 때에 마음 한 켠이 불편하거나 자책하게 된다는 ‘플라스틱 피로감’을 일부 시민들만 겪는 게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 꼴로 플라스틱 피로감을 느낀다는 환경단체의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정부와 기업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마포·용산·은평구 주택가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 현장. 소재나 색상이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와 투명 페트병이 뒤섞여 배출되고 있다. [헤럴드DB] |
서울환경연합은 8일 발표한 플라스틱 피로도 온라인 설문 결과에 따르면 참여자 중 3572명(72%)이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한 피로’를 호소했다. 945명(18%)은 ‘높은 피로’ 상태로 조사됐다. 이외에 ‘중간 피로’와 ‘가벼운 피로’는 약 10%를 차지했다.
해당 설문은 8월 13일부터 약 두 달 간 진행됐다. 10개 문항으로 이뤄진 조사로 2지 선다로 ‘그렇다’는 응답에는 2점, ‘아니다’는 응답에는 0점으로 매겼다. 2~4점은 가벼운 피로, 5~8점은 중간 피로, 9~12점은 높은 피로, 13~20점은 심각한 피로로 분류했다.
조사에 응한 인원은 1만2000여 명으로, 이 중 총 10개 문항과 인적 사항을 묻는 3개 문항에 모두 답한 유효 인원은 4992명으로 집계됐다.
공동주택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장에 페트병이 쌓여있다. 주소현 기자 |
서울환경연합은 플라스틱 피로감을 플라스틱을 버리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무력감, 시간이 흐를수록 플라스틱은 더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고 있다는 두려움 등으로 정의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기후 우울’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났듯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감정들을 수면 위로 끌어내고 정량화하려는 시도다.
지구의 날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 |
플라스틱 피로감은 주로 스트레스와 불편함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뉴스를 볼 때 스트레스를 받는지’ 묻는 질문에 답한 5959명 중 5580명(93.64%)가 ‘그렇다’고 답했다.
‘플라스틱이 많은 장소에서 불편함을 느낀 경험’에 대해서는 5959명 중 5525명(92.72%)이 ‘플라스틱 쓰레기가 태워지거나 묻힐 텐데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며 마음이 불편하다’는 데 동의했다.
반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데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응답자는 많지 않았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여하고 있다고 느끼는지’ 묻는 질문에 ‘기여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4360명(73.17%)로 집계됐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에 관한 문항에는 4748명(79.68%)이 ‘거의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INC4를 앞둔 지난 4월 21일(현지시간) 전세계에서 모인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감소를 요구하며 캐나다 오타와를 행진했다. [그린피스 제공] |
구체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절반 수준이었다. ‘플라스틱 오염문제에 대해 다큐멘터리나 기사를 습관적으로 자주 찾아본다’는 응답은 2892명(48.53%), ‘플라스틱 오염 관련한 캠페인에 서명하거나 후원한 적 있다’는 응답은 3018명(50.65%)’로 조사됐다.
다만 향후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동참할 계획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플라스틱에 관련된 국제 행사가 열린다면 힘을 실을 의향이 있다’는 데 4911명(82.41%)이 동의했다.
오는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에서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열린다. 2022년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160여 개국이 지구를 위협하는 플라스틱 오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협약을 체결하기로 하면서 시작된 회의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플라스틱 피로도 결과 발표 및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 |
플라스틱 원료 및 제품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체 수명 주기에 이르는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체결하는 게 목표다. 그동안 네 차례 정부 간 협상을 마치고, 마지막 협상이 열리는 부산에서 협약문을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시민들의 플라스틱 피로감을 해소하고 국제 협약을 성안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플라스틱 피로감은 개인의 예민함으로 가볍게 여길 게 아니라 정부와 기업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며 “시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지금 당장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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