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경쟁 ‘캐스팅보트’ 영풍정밀 인수가 상향 가능성
고려아연도 자사주 매수가 83만원 인상 가능성 유력 전망
최윤범(왼쪽)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연합]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가 MBK파트너스(이하 MBK)·영풍과 벌이는 경영권 분쟁의 핵심 고리로 꼽히는 영풍정밀 지분 공개매수가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최 회장 측과 동일한 가격으로 상향 조정한 만큼 매수가를 추가로 올려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그의 작은 아버지인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이하 제리코)는 이날 오전 이사회를 소집했다.
제리코는 지난 2일부터 영풍정밀 지분 393만7500주(지분율 25%)에 대해 주당 3만원으로 대항공개매수에 나섰다. 이에 MBK·영풍 측이 공개매수가를 동일하게 3만원으로 높인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사회를 통해 최 회장 일가가 대항공개매수 가격 및 인수 수량을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 보유하고 있어 이번 분쟁의 캐스팅보트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영풍정밀에 이어 고려아연도 이번 주 내로 공개매수가를 높일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시점은 MBK의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 종료일인 오는 14일보다 앞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MBK와 영풍은 지난 4일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최 회장 측과 동일안 83만원으로 올렸다. 지난달 26일 공개매수가를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린 이후 두 번째 인상 결정이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집을 위해 1조5000억원의 자기 자금을 비롯해 모두 4조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채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백기사’로 나서 고려아연 지분 약 2.5%를 공개 매수하려는 베인캐피털의 투자 금액 4300억원까지 합치면 자금 동원 규모는 4조6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MBK 측의 매수가 인상에 맞서 최 회장 측이 추가로 동원할 수 있는 현금 규모는 1조5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 영풍정밀은 MBK와 영풍 연합에 대해 경영협력계약 이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영풍정밀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영풍 측 장형진 고문과 사외이사, MBK와 MBK 김광일 부회장 등 간의 경영협력 계약 및 금전 소비대차 계약의 이행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고 밝혔다.
앞서 영풍정밀은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규정하고, 영풍 측 장형진 고문과 사외이사 3인, MBK 김광일 부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바 있다.
고려아연 역시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MBK와 영풍의 주주 간 계약은 중대한 법적 하자가 있다”며 “영풍의 주주인 영풍정밀을 비롯해 영풍정밀 경영진과 고려아연 경영진 등은 각종 가처분 신청과 민형사 고소 등 법적절차를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풍의 대표이사 2명이 중대재해로 모두 구속된 상태에서 사외이사들만으로 이뤄진 이사회가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위법하게 MBK와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한 것은 위법행위라는 게 고려아연 측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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