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당 83만원에 자사주 매입 결정
“적대적 M&A로 경영권 빼앗기면, 회사 미래 없어”
“MBK·영풍, 허위사실 유포…잘못된 주장에 현혹되선 안 돼”
최윤범 회장이 2일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서재근·김성우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자기주식 공개매수 추진 결정을 내린 배경과 관련해 “회사와 주주, 임직원, 협력업체를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며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최 회장은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고민 끝에 이사회 의장으로서 우리 회사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결정을 주주, 임직원, 협력업체 그리고 국민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 선언 이후 최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먼저 최 회장은 이날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2조7000억원 규모 자사주 공개매수를 결의한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주당 83만원의 금액으로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총 취득 규모는 2조6634억원으로 고려아연은 동시에 자사주 취득 후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자사주 취득을 위한 공개매수는 베인캐피탈과 공동으로 이뤄진다. 베인캐피탈의 최대 취득예정 주식수는 발행주식 총수의 약 2.5%인 51만7582주다.
최 회장은 “이번 결정은 고려아연 이사회와 경영진들이 현재 상황 및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많은 고민과 토론을 거친 결과”라며 “고려아연이 취득하는 자사주는 향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전량 소각함으로써 주주 가치를 확고히 높이고, 정부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추진 중인 정책에 부합하는 ‘밸류업’ 전략을 통해서도 고려아연의 장기적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입이 배임이며, 자기주식 취득 배당가능이익이 586억원에 불과하다’라는 MBK·영풍 측의 주장과 관련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잘못된 주장으로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들의 모든 주장은 이미 법원의 재판 단계에서 모두 주장되었으나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허구”라며 “앞으로도 아마 회사와 회사의 공개매수를 비난하거나 흠집내기 위한 무수한 허위사실 들이 유포될 것인데 주주와 투자자분들은 현혹되시지 마시고 회사가 공시하는 내용을 신뢰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지금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유는 제가 고려아연의 주주여서도 아니고 제 성이 최씨이기 때문도 아니다. 지난 50년 동안 이들이 탐내는 고려아연의 경영권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을 포함하는 전체 주주들의 총의에 기반한 주주총회와 이사회에 있다”고 강조했다.
강성두(왼쪽) 영풍 사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내 프레스클럽에서 열린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설명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최 회장은 또 “MBK와 영풍이 적대적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빼앗는 경우 고려아연의 미래는 없다”라며 “MBK가 경영권을 장악하는 경우 결국 MBK는 고려아연을 중국기업이든 누구든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매수인에게 매각할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방지함으로써 비철제련 세계 1위의 토종기업으로서 2차전지 공급망에서 니켈 등 핵심 원소재를 생산하는 국가기간산업을 지켜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영풍에 관한 쓴소리도 이어갔다. 그는 “영풍은 자신들의 가장 우량한 자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MBK에 넘기고자 한다”라며 “영풍의 당면 과제는 낙동강 환경오염 우려 해소, 대규모 황산 처리방안 마련, 석포제련소의 정상적인 운영 회복과 사내이사인 대표이사 전원이 구속된 비정상적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 회장은 “영풍은 MBK의 적대적 M&A에 가담해 이용당하며 고려아연 지분을 MBK에 헐값에 넘길 것이 아니라 고려아연 지분을 투자재원으로 하여 석포제련소 개선 등 경영정상화를 우선으로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풍이 적법한 경영판단을 통해 이번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경우, 영풍의 중대재해 및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투자 확대 등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만약 영풍이 원한다면, 우리는 석포제련소의 현안 해결에 기꺼이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인 저를 비롯한 모든 이사들, 임직원, 그리고 국내와 전 세계에 있는 모든 계열사 임직원은 여러분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든든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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