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연 연구원들이 달과 같은 환경을 모사한 진공챔버를 살펴보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은 없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돈만 내면 논문 실어주는 부실학회에 15번 참가한 사람이 출연연 원장 후보라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선임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신임 원장 3배수 후보에 몇년 전 대한민국을 강타한 부실학회 논란에 연루된 인사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2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노조에 따르면 3명의 후보자 중 성균관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A 교수는 대표적 부실학회로 잘 아려진 와셋 등에서 무려 15건의 논문을 등재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학회는 논문 발표·출판 등 형식만 학회일 뿐 실체는 영리 목적의 단체로 참가비만 내면 별 다른 심사과정 없이 학회 발표 기회를 주거나 논문을 발간해 준다.
국내에 잘 알려진 단체로는 ‘오믹스’(OMICS)와 ‘와셋’(WASET)이다.
오믹스는 인도계 학회로, 정상적인 논문 출판 문화를 해치고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과장 광고를 한 혐의로 2016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에 공식 제소된 바 있다. 와셋은 세계의 유명 관광지에서 학회를 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전경.[헤럴드DB] |
지난 2018년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을 받는 대학·연구기관 연구자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이를 실적으로 보고하는 등 세금 낭비를 초래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됐다. 정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4∼2018년 총 1천317명의 국내 연구자가 두 학회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회 이상 참가한 연구자도 180명이나 됐다.
특히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 시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로 인사검증을 받던 조동호 KAIST 교수도 부실학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낙마한 바 있다.
건설연 노조는 “연구기관장으로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자질과 덕목인 연구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한 부도적적 행위”라면서 “기관장 선임을 책임지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연구 현장 종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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