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이사회 후속절차 돌입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 ‘투트랙’
자사주 매입가 75만원보다 높을듯
추가 법적대응·공개매수가 재인상
영풍·MBK, 맞불 대응카드 고심
법원이 영풍과 MBK파트너스(이하 MBK)에서 신청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금지 가처분을 기각하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회심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 측이 자사주 매입과 소각,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 등 경영권 방어에 속도를 낼 전망인 가운데 영풍·MBK의 대응카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영풍이 고려아연의 최 회장, 박기덕·정태웅 대표이사와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법원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면서 최 회장 측은 곧바로 회사 자금 등을 투입해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소집해 자사주 공개매수와 소각, 회사채 발행 의결 등 후속 절차에 돌입했다. 사실상 대항공개매수 절차에 돌입한 셈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공개매수를 통한 자기주식(자사주) 취득 및 취득한 자사주에 대한 소각 결정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이를 통해 단기 차익과 수익률 극대화 만을 노리는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도록 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여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 주식 1주당 75만원에 공개매수를 하는 만큼,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자사주 매입과 전량 소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자사주 매입 결정 내용을 공시하는 것 자체로도 영풍·MBK 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또한 고려아연은 이달 중 총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지난달 총 4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발행액과 현재 보유한 순현금 8000억원 등 2조원 규모의 유동성이 자사주 매입 등에 투입될 수 있다고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을 두고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배수진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과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 등 투트랙으로 경영권 방어 구상을 짠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이 75만원보다 높은 가격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겠다고 공시하고,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주주가 최소 목표에 미달할 경우 공개매수는 무산된다.
이날 고려아연은 오는 21일까지 주당 3만원에 영풍정밀 주식 393만7500주(25%)에 대한 공개 매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투입금액은 약 1181억원이다.
현재 최씨 일가는 영풍정밀 지분 35.45%를 보유하고 있다.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장씨 일가의 지분율(21.25%)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다. MBK·영풍 측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6일까지 영풍정밀 대상 공개 매수를 진행 중인 만큼 확고하게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MBK 연합의 공개 매수가는 최초 주당 2만원이었지만 분쟁이 격화하면서 현재 2만5000원까지 가격이 올라갔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다. 영풍정밀의 경영권을 가져오면 3.7%의 고려아연 의결권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MBK 측은 이날 판결과 관련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는 정상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취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MBK 측은 “고려아연의 실제 시가가 50만원 수준인데 이런 주식을 주당 80만원에 취득하면 그 즉시 주당 30만원 가량 손해를 입게 된다”며 “이런 의사결정을 한 고려아연 이사는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MBK는 실제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더라도 규모가 586억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당사의 자기주식 취득 한도는 직전 사업연도말 이후 이익배당금액 및 이익준비금을 공제한 금액에 자기주식 처분 금액을 가산해 6조986억원으로 확인됐다”면서 “법원이 승인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고의적으로 방해하기 위해서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에 맞서 추가 법적 대응과 공개매수가 재인상 등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으로 세운 회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경영권 갈등에 돌입했다.
양대근·김상수·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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