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부산시 남구 오륙도 주변 연안에 버려진 쓰레기들. [eehcl0307@hanmail.net]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지난 27일 부산시 남구 오륙도 주변 연안에 버려진 쓰레기들. 과연 바다가 맞을까 싶을 만큼 연안에는 각종 쓰레기가 가득하다.
지난 28일 제주 비양도 남단 수심 5m 암반 지대. 돌 틈에 끼어있던 우유맛 탄산 음료 캔을 건져냈다. 도대체 이 캔은 왜 여기에 버려져 있는 걸까?
지난 29일 울릉도 현포해안. 물티슈, 찌그러진 컵라면 용기, 담뱃갑 등이 있었다. 이 일대에서는 음료용 페트병 11개, 식품포장용 비닐 4개, 스티로폼 부표 3개, 비닐봉지 1개의 쓰레기가 나왔다.
같은 날 강원도 고성 덕명해안에서도 15명이 쓰레기를 주웠다. 이날 스티로폼 부표가 55개,어업용 밧줄 32개, 페트병 8개 등 168개의 쓰레기를 치웠다.
지난 29일 강원 고성군 덕명해변 [poly0322@naver.com] |
전국 곳곳에서 매일 누군가 바다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줍고 돌아서면 또 쌓이지만 청소를 하고 기록을 이어간다.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바다쓰레기에 접근하는 시민단체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가 벌이는 활동의 일환이다.
이들은 2021년부터 ‘오션클라우드’라는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사이트 또는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한 시민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치운 쓰레기를 직접 등록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연구자나 학교, 지방자치단체나 시민단체 등 누구나 이곳에 쌓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지난 28일 제주도 비양도 남단 수심 5m에서 발견된 음료수 캔 쓰레기 [wlals9496@naver.com] |
특히 쓰레기가 무엇이며, 언제, 어디에 있던 것인지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식별 및 분류한다. 휴대전화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를 켜고 사진을 찍으면 된다. 위치 정보를 공개하고 싶지 않다면 임의로 위치를 지정할 수도 있다.
바다 쓰레기는 스티로폼 부표, 기타, 어업용 밧줄, 낚시쓰레기(낚싯줄, 바늘, 미끼 등), 페트병, 플라스틱노끈(양식업 및 포장용), 비닐봉지, 식품포장용 비닐(커피포장, 라면, 과자 등), 담배 꽁초, 폭죽쓰레기, 장어통발 등 11가지다. 이 분류에는 항상 바다에서 발견되고 피해를 일으키는 쓰레기들이 반영돼 있다.
인천 옹진군 소이작도 북측에 버려진 스티로폼 부표 [cndgus2ek@naver.com] |
쓰레기 기록과 분석까지 놓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미 발생한 쓰레기를 치우는 데 그치지 않고 발생 자체를 줄이기 위해서다.
잘 부서지는 특성 탓에 악명 높았던 바다 쓰레기 ‘스티로폼 부표’가 대표적이다. 오션은 2008년부터 2년 간 해양쓰레기를 모니터링해 스티로폼 부표가 얼마나 많이 쓰이고, 생태계와 인간에 어떤 피해를 입히는지 알렸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작년 11월, 국내 모든 어장에서 스티로폼 부표의 신규 설치가 금지됐다.
홍선욱 오션 대표는 “스티로폼 부표의 60% 가까이 교체가 되면서 쓰레기의 개수와 무게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며 “스티로폼 부표가 바다 쓰레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 등대해안의 쓰레기 [hanbahralbooks@gmail.com] |
부표로 인한 오염은 조금씩 해결되고 있지만, 여전히 어업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많다. 최근 오션이 주목하는 쓰레기는 어업용 밧줄. 부표를 고정하고 어망을 늘어뜨리거나 통발을 설치하는 등 밧줄이 여기저기 쓰이는 탓이다.
다 쓴 어업용 밧줄들을 잘 모아 항포구로 갖다 두기만 해도 쓰레기가 된 어업용 밧줄을 애써 치우지 않아도 된다는 게 오션 측의 설명이다.
지난 28일 제주 비양도 서쪽 해안에서 기록된 페트병과 통발 등 쓰레기 [wlals9496@naver.com] |
물론 어업에 종사하지 않는 시민들도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어업용 쓰레기가 부각되고 있지만 페트병, 비닐봉지, 담배꽁초, 식품 포장 비닐 등 생활 쓰레기도 못지 않다.
홍선욱 대표는 “국내 어업 인구는 약 20만 명인데 바다 쓰레기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럼 나머지 절반의 바다 쓰레기는 우리나라 전체가 만든다는 뜻”이라며 “ 바다 쓰레기를 없애려면 결국 전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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