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지역 AI기업 ‘딥아이’와 협업
‘AI IRIS 자동 평가 솔루션’ 첫 개발
김기수 딥아이 대표가 지난 24일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울산CLX)에서 ‘AI 비파괴검사(IRIS) 자동 평가 솔루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
“사람이 내시경을 하듯 수십에서 수백, 많게는 수천 개의 튜브관이 있는 열교환기는 초음파 검사를 합니다. 얇은 관 하나하나에서 수집된 초음파 신호는 1㎜ 픽셀 단위로 확인해요. 1000개의 구멍이 있는 10m 길이의 열교환기라면 10㎞ 도로를 걸어가며 떨어진 바늘을 줍는 임무인 거죠. 그걸 AI(인공지능)는 빠르고 정확하게 해낼 수 있습니다.”
지난 24일 찾은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울산CLX).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열교환기 앞에 선 김기수 딥아이(Deep AI) 대표가 ‘AI 비파괴검사(IRIS) 자동 평가 솔루션’을 실행하자 화면에는 튜브관 내부 신호가 나타났다. 몇 초쯤 자동분석을 하더니 관 어디쯤 부식이나 균열, 마모가 얼마나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그려 보여줬다. 아무리 전문가라도 맨눈으로는 6~10분쯤 걸렸을 작업이다.
김기수 대표는 “AI 솔루션으로 빠르게 평가 판독이 가능한 것은 물론 결함만 찾는 게 아니라 관의 균열이나 부식 상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에 대한 분석이나 예측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 지역 AI 기업인 딥아이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AI IRIS 자동 평가 솔루션을 개발했다.
1년 365일 가동되는 정유·석유화학 공정은 안전 운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정비 여부를 판단한다. 대표적으로 초음파를 이용해 결함을 찾는 비파괴 검사로 주로 열교환기 결함 검사에 사용된다.
열교환기는 온도가 높은 물체에서 낮은 물체로 열을 이동시키는 장치로 주로 열을 활용하는 정유·석유화학 공정에서는 제품 생산 시 온도 조절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이다. 울산CLX에만 약 7000기가 있고 울산 석유화학산업단지 내에는 약 3만기가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열교환기 고장 원인의 약 80% 이상은 튜브 손상이다. 열교환기가 손상되면 서로 다른 유체가 섞이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에는 초음파를 이용해 튜브 내부를 촬영한 뒤 전문가가 결함을 확인해 왔다. 사람의 경험과 역량에 의존하기에 정확도나 소요 시간 등에서 한계가 있다.
SK이노베이션과 딥아이가 개발한 AI IRIS기술은 초음파 촬영 후 AI가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결함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정확도가 95% 이상이고 검사 시간도 90% 이상 단축된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CLX에서 현장 실증을 거쳐 전면 적용하고 울산 정유·석유화학 단지로 확대하는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외에도 열교환기가 쓰이는 제철, 배터리 등 다른 공장이나 배관, 보일러, 탱크, 자동차, 항고기 부품 분야까지 시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AI를 통한 제조 혁신에 그치지 말고 개발한 AI를 상품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AI IRIS기술은 대기업이 축적한 노하우와 데이터, 중소기업의 AI 기술이 융합된 사례이기도 하다. 지역 AI 기업과 협력해 울산의 특성을 살린 ‘산업AI’를 키운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울산CLX는 AI와 디지털 전환(DX)을 접목한 ‘스마트 플랜트’로 진화하고 있다. 설비자산 관리 솔루션인 오션허브(OCEAN-H)와 모바일 기반의 작업 허가 시스템인 스마트 워크 퍼밋, 증강현실(AR) 정비작업 시뮬레이터 등이 이미 성공적으로 구축돼 있다. 울산=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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