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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칼럼] 친환경공장 실현시켜줄 ‘고온가스로’

기후변화라는 말을 넘어 기후위기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기후위기의 원인이 인간의 산업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데는 더 이상 이견이 없다. 즉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화석에너지에 의존도가 높아진 우리에게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이제 없으면 살 수 없는 전기의 많은 부분은 석탄과 가스로부터 생산되고 있고, 대부분의 열에너지는 석탄이나 가스를 태워 얻는다. 자동차나 비행기, 배 등 이동 수단에는 석유가 사용되고 있어, 인간의 문명은 화석연료의 탑으로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모한 도전이라 할 수 있는 화석에너지 줄이기는 그럼에도 시작되어야 한다. 발전 부문이 가장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번쯤 들어본 CFE 24/7와 RE100이 온실가스 배출 없이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캠페인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발생량이 발전부문과 비슷한 산업부문에서 온실가스를 줄일 방법은 뾰족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산업부문에서는 전기 뿐 아니라 열을 사용하는 공정이 많은데 화석연료를 태워 열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생에너지는 전기는 생산해도 산업에 필요한 대량의 열을 생산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고온가스로로부터 무탄소 공정열을 공급받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고온가스로를 산업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의 석유화학회사 Dow는 뉴멕시코만에 위치한 자사 화공단지 부지 내에 X-Energy의 80MWe급 고온가스로형 Xe-100 4기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도 차세대 모듈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USNC의 60MWth 이상 출력의 고온가스로(MMR)와 일본 JAEA의 200MWth 고온가스로를 2030년대에 실증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유럽의 제조업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폴란드도 USNC와 협력해 폭스바겐, 바스프 등 77여개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레그니차 경제 특별구역에 고온가스로를 설치하기 위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모든 움직임의 중심에 고온가스로가 있다.

고온가스로 기술을 주도하기 위한 경쟁이 심해질 것이 명확한 가운데,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차세대 원자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고온가스로 개발을 적극 지원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기업들 역시 작년 8월 고온가스로를 이용한 사업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원자력열이용협의체’를 출범시키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중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7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민관합작 고온가스로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4년간 연구원과 함께 고온가스로 개발을 위한 기본설계 사업을 수행하면서 원자로 설계기술 역량을 쌓아갈 계획을 밝히며 앞서 나가고 있다.

고온가스로가 지어지기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은 대중들의 불안감일 것이다. 고온가스로의 핵연료는 3중으로 코팅된 입자 핵연료로 1800℃의 초고온에서도 건정성을 유지할 수 있고, 만에 하나 핵연료가 외부에 노출되더라도 피복관 속에 핵분열 생성물들이 갇혀있기 때문에 방사선 사고가 날 확률이 극히 낮아 가장 안전한 원자로로 평가된다. 이러한 안전성과 무탄소 고온열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미래 성장동력으로 고온가스로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온실가스 배출 없는 무탄소 공장을 실현시켜 줄 고온가스로는 다시금 우리에게 선선한 가을 날씨와 함께 풍요로운 가을걷이를 선사해줄 희망이라 할 수 있다.

조윤기 포스코이앤씨 원자력사업단 마스터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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