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와 하팍, CMA CGM도 이미 인상
“ILA 파업 현실화 할 경우 수출업체들 불안감 계속 커질듯”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미국 항만 노동자들이 수십년만에 파업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해운업계가 이를 대비키 위한 할증료를 책정하고 나섰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의 운송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내달 19일 이후 미국 동안과 걸프항만(남부~멕시코만 연안 항구)에 20피트 컨테이너 기준 1500달러, 40피트 컨테이너 기준 3000달러의 항만 부과료를 징수하기로 했다. 다만 HMM 측은 이와 관련 “일정한 종류의 해운노동자 파업이 있을 경우”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주요 외신들은 앞서 스위스의 해운선사 MSC가 유럽발 북미 일대(미국 서안 제외) 할증료를 20피트당 1000달러, 40피트당 1500달러까지 인상하고,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도 내달 18일부터 TEU(20피트 컨테이너 하나 기준)당 1000달러의 할증료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해운선사 CMA CGM 역시 내달 11일부터 항구 할증료를 징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미국 동부와 걸프 연안 항구 부두 노동자를 대표하는 조직인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가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나온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내달 1일부터 파업이 개시될 경우 이는 ILA가 설립된지 50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ILA는 임금 77% 인상 등 강력한 조건을 노조안으로 내걸고 있어 협상 타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ILA 간부들은 현재 임금 협상 재개를 거부하고 있는데, 고용주 단체가 노조가 협상을 재개하도록 법원에 즉각적인 가처분 명령을 요구하는 등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 실제 ILA가 파업에 돌입하게 될 경우, 다른 해운사들도 할증안을 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운업체들이 이처럼 할증료를 검토하고 있는 이유는 해운노동자들이 파업할 경우, 항만이용료나 창고보관료 등 해운사가 부담해야 하는 체선료(예정된 기한 내에 화물을 선적·하역하지 못해 발생하는 비용)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1일 기준 한 컨테이너 당 15만~20만원 수준의 체선료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동부 항만에서 닷새 이상 대기할 경우 많게는 100만원 이상까지도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파업 장기화를 우려한 현지 화물수요가 벌써부터 몰리기 시작하면서, 해상운임 자체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해운사와 화주들이 동안과 걸프항만으로 들어올 물량 일부 물량을 서부나 항공으로 운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규모가 한정적인 만큼 요구가 집중될 경우, 운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편 이러한 운임료 변화는 우리 수출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블랙프라이데이(11월 29일)와 크리스마스(12월 25일) 등 미국 현지에서 소비가 집중되는 시즌을 맞는 현시점에서, 업계의 수익률에 타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가 지난 6월 3733으로 피크를 찍고 내려오기 시작해 지난 20일에는 2366까지 하락한 상황을 감안했을 때는 더욱 뼈아프다.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 자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본래 컨테이너에 실을 물량을 벌크 등으로 전환할 수 있는 품목은 크게 한정적이고, 항공으로 물건을 싣는 것은 막대한 비용 차이가 생긴다”면서 “올해 상반기 내내 해상운임 이슈로 골머리를 썩였는데, 하반기에도 해상운임에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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