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부진에 재고 증가, 여론도 부정적
실익없어 ‘가격협상용 카드’ 가능성 분석도
쌍용C&E 동해공장의 시멘트 소성로 [쌍용C&E 제공] |
건설업계와 시멘트업계의 해묵은 가격갈등이 급기야 ‘중국산 시멘트 수입’ 시도로 번졌다. 정부도 이를 후원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27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6일 국내 주요 건설업체의 자재 구매담당자 모임인 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중국산 시멘트 중개업체인 ㈜썬인더스트리와 시멘트 수입을 논의했다. 접안 및 보관이 가능한 선석을 평택항에 이미 확보했고, 저장시설(사일로) 건설이 완료되는 2026년부터 연간 78만t을 수입해 점차 물량을 확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 간 비용분담도 논의됐다. 저장시설 공사비로 약 235억원을 산출하고, 중국측 시멘트 수출업체가 100억원, 국내 건설업계가 135억원을 분담하기로 했다. 실제 건자회는 지난 23일까지 중국산 수입을 희망하는 건설업체도 모집했다. 중국 시멘트업체는 산동성 소재 산수이(山水)시멘트 사로, 그동안 한국 수출을 지속 타진해 왔다.
그러나 막상 수입이 이뤄질 경우 국내 소비자들의 부정적 반응이 예상된다.
시멘트 제조용 원료나 연료 사용 등에서 투명성이 부족한 중국산에 대해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는 없으나 참고할 만한 전례가 있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수 년 간 ‘발암시멘트’ 논란에 시달려 왔다.
한 환경활동가를 자처하는 이가 불붙인 이 논란에 일부 정치인들까지 가세하면서 시멘트업계는 5년 넘게 곤욕을 치렸다. 몇 번에 걸친 전문가 검증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어진 논란에 업계는 적잖은 영업상의 피해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검증 결과 유해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장기간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시멘트 재고량이 늘어나면서 업계는 조업단축 등으로 공장가동률을 낮추는 상황도 부담이다. 즉, 국내산도 남아도는데 중국산을 수입하려 한다는 게 시멘트업계의 볼멘 소리다.
국내 시멘트 7개 사의 2023년 기준 클링커(시멘트 반제품) 생산능력은 연간 6147만4000t이며, 가동률은 68.3%. 올 상반기 가동률은 63.7%로 더 낮아졌다. 올 상반기 생산량 2274만t(전년비 12.6%↓), 출하량은 2316만t으로 전년보다 각각 12.6%, 12.0% 하락했다. 반면 재고량은 126만t으로 15.6% 증가했다. 이밖에 중국산 수입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건설업계가 예상하는 중국산 수입가격은 9만5400원. 국내 시멘트의 기준가격은 11만2000원이지만, 할인율을 적용한 실거래가격은 이의 86% 정도인 9만5957원이다. 별 차이가 없다. 따라서 건설업계의 중국산 시멘트 수입 추진은 ‘가격협상용’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건자회는 국산 시멘트 기준가격을 지금보다 10% 내린 1만1000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멘트업계는 원가상승 등을 이유로 지난해 2차례, 올해 1차례 기준가격을 올렸다. 그 결과 10만500원에서 6.7% 인상된 11만2000원이 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공급망 재편은 비교우위에 따른 교역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제 역내분업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며 “중국은 내수 부진에 따라 급증한 재고량을 수출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 한번 무너지면 산업기반 자체를 중국에 내주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조문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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