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려아연 폐기물 처리장 만들려 해”
“고려아연 기술진, 경영권 넘어가면 옷 벗을 것”
“‘영풍, 전범기업 접촉’ 등 허위사실 유포” 법적 조치 예고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서재근 기자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4~5년 전부터 영풍이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유해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기려했고, 이것이 고려아연과 영풍의 75년 동업 관계에 금을 가게 한 불씨가 된 것입니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에서 회사의 핵심 기술인력 20여 명과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이하 MBK)라는 투기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대한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 선언 이후 고려아연 측이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려아연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이 부회장은 지난 1985년 고려아연에 입사한 이후 온산제련소장 겸 기술연구소장을 거친 정통 엔지니어로 40년 넘게 온산제련소 운영을 이끌어 왔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과 영풍 양사 간 갈등을 야기한 책임이 장형진 영풍 고문에 있다고 강조했다. 4∼5년 전 낙동강 상류에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카드뮴 등 유해폐기물 처리를 고려아연에 떠넘기려 하면서 양사 동업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는 게 이 부회장의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에서 근무한지 40년이 됐다. 현장에서 보낸 27년을 포함해 누구보다 가까이서 영풍과 고려아연의 관계를 지켜봤다”라며 “당시 장 고문은 70~80만톤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산업폐기물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통해 해결해 줄것을 요구했고, 최 회장이 이를 거절하면서 갈등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안동환경운동연합 제공] |
이 부회장은 영풍의 요구를 거절한 배경과 관련해 “우리(고려아연)는 남(영풍)의 공장 폐기물을 받아서 처리하는 것은 배임이고, 범죄행위여서 할 수 없었다”며 “이걸 막은 것이 바로 최 회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장 고문이 부당하게 고려아연을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고 부담을 떠안게 하려고 시도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4년 중금속으로 인한 토양·수질 오염 의혹이 불거졌고, 환경부가 조사에 나서 낙동강으로 카드뮴이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2021년 과징금 281억원을 부과받았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환경 범죄 혐의로 영풍 대표이사와 석포제련소장 등 임직원 8명을 기소해 이들은 현재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MBK와 영풍의 경영능력에 관해서도 물음표를 던졌다. 그는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영능력’과 ‘기술능력’이라고 생각하다”라며 “고추밭에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농사를 망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력을 지속해서 관리하고, 현장을 꾸준히 살피지 않으면 회사도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이것이 ‘현장관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이 매년 10%대 영업이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최 회장을 비롯한 현경영진의 경영·기술능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오로지 고려아연으로부터 받는 배당금으로 연명하는 영풍이 과연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은 또 최근 MBK 측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후에도 회사를 중국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절대 믿지 않는다”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 세계 비철 생산의 절반을 하고 있고, 관련된 분야 생산의 절반을 전부 중국이 하는데, 당연히 (기술은) 중국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며 “저를 비롯한 우리 기술진은 만에 하나 경영권이 투기자본에 넘어가면 모두 옷을 벗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왼쪽 세 번째)을 비롯해 고려아연 핵심기술진 20여 명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MBK의 적대적 M&A를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재근 기자 |
이 외에도 이 부회장은 MBK에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공급망 차질과 같은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원료의 절반을 공급한다”라며 “고려아연이 무너지면 반도체도 셧다운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동차, 철강 등의 소재 원가도 올라 국가산업 경쟁력 전체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MBK 측이 제기하는 고려아연의 투자 적절성에 관해서도 “이그니오홀딩스에 대한 투자의 주목적은 미국서 발생하는 생활 폐자재들을 전처리, 분리해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로 가져와 재활용하는 것”이라며 “미래·장기적 관점에서 돈벌이가 된다고 판단해 추진한 것으로 분명히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MBK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에 맞대응하기 위해 일본의 ‘전범기업’ 스미토모, 최근 ‘라인야후’ 사태를 일으킨 소프트뱅크와 접촉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며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곧바로 반박자료를 내고 “적대적M&A의 성공을 위해 온갖 마타도어와 추측성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이번에는 추측성 소문을 근거로 거짓 허위사실까지 보도자료로 배포한 영풍과 MBK에 강력한 법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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