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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국가, 거문도 간첩단 누명 일족에 55억 배상"
재심 결과 무죄 판결 이어
국가배상책임 승소
법원 “국가가 55억 배상”
법원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이른바 ‘거문도 간첩단' 누명을 쓴 일족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정부는 “소멸 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국가가 일족에게 55억2500여만원을 배상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 최규연)는 고(故) 김재민·이포례 부부의 유족 등 1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법원은 사망한 김재민 부부에게 각각 13억9800만원 등 이들 일가족에 총 55억2500만원을 국가가 위자료로 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거문도 간첩단 사건은 1976년 거문도에 살던 김재민 씨 일가 5명이 대남공작원들의 간첩 활동을 돕는 대신 금품을 받았다고 몰려 억울하게 처벌받은 사건이다. 자수한 남파간첩의 제보로 시작된 수사는 불법 구금과 고문으로 이어졌고, 김씨 부부와 자녀 3명 등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수사기관의 불법 수사는 법원에서도 바로잡히지 않았다. 당시 1997년 1심 법원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아내 이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자녀들도 징역 2∼4년이 선고됐다. 이들의 형량은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확정됐다. 김씨는 7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다 암으로 사망했고, 나머지 가족은 만기 출소했다.

이후 2020년 일족들은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중앙지법은 2022년 9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가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며 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수사기관이 불법 구금·고문 등으로 수집한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이어진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법원은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불법 구금 상태에서 고문·폭행·협박 등 가혹행위를 당해 수집된 위법 증거를 토대로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해 회복하기 어려운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가족들 역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 명백하다"며 "국가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소멸 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국가기관이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에 기초해 처벌받은 뒤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무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실제 정부가 지급할 배상액은 27억4000여만원이라고 봤다. 지난해 11월 무죄 판결 확정으로 지급된 형사보상금 27억8000여만원을 공제한 결과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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