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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친살해범 “범행후 기억상실” 주장…재판부 ‘심신미약’ 판단은?
살인직후 마사지업소 예약 정황
“분노와 어리석은 행동은 나란히 걷는다” 벤저민 프랭클린 명언으로 반성문 쓰기도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분노와 어리석은 행동은 나란히 길을 걷는다. 그리고 후회가 그들의 발굽을 문다.”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한 20대가 벤저민 프랭클린의 명언까지 인용하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법원은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의심된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수원고법 형사2-2부(고법판사 김종우 박광서 김민기)는 살인, 시체유기, 컴퓨터등사용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의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또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차례 반성문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재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이 사건 살인범행 직전부터 시체유기범행 직후까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며 “살인 범행 직후에도 지인과 사이에 마사지업소 예약과 출입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문자를 주고받았다. 진정 범행 당시 기억이 없었던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피해자와 사회에 끼친 해악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면서 진정으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A씨가 범행 후 기억이 상실됐다는 취지의 반성문을 1심에서부터 재판부에 여러 차례 제출했으나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또 “원심은 주요 양형 요소들을 두루 참작해 결정된 것으로 인정된다”며 “피고인과 검사가 법원에서 주장하는 여러 사정과 양형 조건을 감안하더라도 원심의 선고 형이 피고인의 행위책임 정도에 비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큰 죄를 지었지만 피해자를 진심으로 많이 좋아했고 그 날을 깊이 반성한다”면서 “매일 아침 일어나서 가슴으로 ‘내가 많이 미안하다 반성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울먹거렸다. 이어 “진심으로 좋아했던 여자친구의 인생을 위해 착실히 살겠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A씨는 2023년 4월 10일 오후 10시 40분쯤 경기도 화성시의 한 술집에서 여자친구 B씨와 다툰 뒤 주차장 내 차 안에서 B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인근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B씨는 A씨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연인 관계인 피해자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잘 알면서도 살해했고, 살해 후 피해자의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사용하기도 해 범행 후 정황이 좋지 않다”며 “피해자가 겪었을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극심했을 것으로 보이며 피해자의 유족들도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충격과 상처를 입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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