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대형유리 산산조각·파편물 덮쳐 쑥대밭…영업중단 ‘정적’
가뜩이나 자영업 어려운데 붕괴 날벼락, 민원만 수백건
“현대산업개발 건설면허 취소…광주시도 관리감독 부실”
현대아이파크 광주아파트 붕괴 사고로 금호하이빌 상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김기홍 조은유통 사장이 당시 긴박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가게는 대형 유리창이 깨지고 낙하물이 떨어지면서 현재 영업 중단 상태다. 서인주 기자 |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꽝’ 하고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섬광이 번쩍이면서 순간 암흑에 빠졌습니다. 콘크리트 잔해물이 가게 안을 덮치면서 대형 유리가 깨졌는데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14일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과 불과 5m거리에 위치한 금호하이빌 주상복합상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지난 11일 사고 발생 당일 수백여t의 철근·콘트리트 파편물이 무너지면서 상가를 덮쳤다. 30여곳에 달하는 가게들의 영업이 올스톱 됐고 일부는 파편에 부상하기도 했다. 코로나와 경기침체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 현실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조은유통은 아파트 붕괴 피해로 매장 유리창과 시설물이 파손됐다. 가게 바닥과 집기, 상품이 붕괴 직후 날아든 파편물과 돌가루로 덮혀 있다. 서인주 기자 |
대부분 상가는 불이 꺼져 있고 곳곳에 먼지를 뒤집어쓴 상태다. 사고 현장 도로는 철골구조물과 콘크리트구조물로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다. 추가 붕괴 우려로 도로마저 통제되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다. 전날부터 구조작업이 재개됐지만 실종자 수색에는 난항이 거듭되고 있다. 오는 16일 타워크레인 해체를 마무리해 건물 상층부 수색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2006년부터 문구도매사업을 하고 있는 김기홍 조은유통 사장은 “이번 사고는 인재나 다름없다. 그동안 철근 조각과 볼트 등이 수십차례 떨어졌고 건물 균열도 나타나면서 민원을 제기했지만 이를 묵살한 게 참사로 이어졌다” 며 “아직도 가슴이 두근댄다. 지금은 실종자 구조가 우선이라 당국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조은유통 2층 매장에서 바라본 구조 현장은 당시의 긴박감을 엿볼수 있다. 14일 포클레인이 건물에서 떨어져 내린 잔해물을 처리하고 있다. 서인주 기자 |
실제 사고 현장을 직접 가보니 ‘참혹’ 그 자체였다.
통행량이 많은 가게 앞 도로는 자동차 20여대가 매몰돼 있었다. 이 중 10대가량은 형체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구겨져 있었다. 사고 당시 차 안에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또 다른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다.
지난 1997년 문을 연 금호하이빌은 한때 호남을 대표하는 문구 도매 전문상가였다. 현재 지하 1~3층에 문구, 완구, 꽃가게 등 30여곳 상가와 121세대가 거주하는 주상복합건물이다.
30여곳의 금호하이빌문구종합상가는 대부분 영업을 중단한채 텅빈 상태다. 서인주 기자 |
상가에서 만난 또 다른 가게 주인 A씨는 “1분만 빨리 밖에 나갔다면 영락없이 죽었을 겁니다. 학동 사고가 난 지 불과 반 년 만에 또다시 대형 사고를 낸 현대산업개발의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 면서 “시공사도 문제지만 이 사업을 승인하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한 광주시나 서구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붕괴 사고 주변에는 10여곳의 모텔·식당 등이 운영 중인데 개점 휴업 상태다. 문제는 영업 재개를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공사 중지 행정명령과 함께 전면 재시공 카드를 꺼내 들어서다. 결국 4~6년 공사기일이 연기될 것으로 보여 현실적 피해 보상이나 손실 보상에도 차질을 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도로 주변에 주차된 차량 10여대는 완파된 상태다. 다행히 운전자가 없었지만 또 다른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서인주 기자 |
한편 광주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수사본부를 구성,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위한 광범위한 수사에 돌입했다.
사고 원인과 과실 관련 수사와는 별도로 시경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인허가 과정, 지자체의 민원처리 내용, 공사 하도급 관계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광범위하게 자료를 확보해 검토하고 있다.
광주 경찰청 관계자는 “우선 가능한 곳부터 강제 수사에 돌입한 것”이라며 “현장 진입이 가능하면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i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