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사례 1호 될라 우려하며 새해 공사 착공 일정 미루기도
지난달 13일 여수산단 이일산업 석유화학물질 저장탱크에서 폭발화재가 발생, 노동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여수)=박대성 기자] 오는 27일부터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 등 산재 발생시 원청사 최고책임자까지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산단 밀집지역인 여수와 광양산단 기업들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처벌 사례 1호로 기록될 경우 재계와 노동계 안팎의 과도한 관심을 받고, 시범 케이스로 꼽혀 징벌적 처벌을 받지 않지 않기 위해 내심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일부 기업에서는 새해 공사 착공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보름 이상 미루거나 전년도 계속 공사의 경우에도 1월 하순부터 시행하도록 하는 갖가지 미봉책 묘안을 짜내고 있다.
산단 주요 기업들과 일부 건설사들은 대표이사인 원청사 CEO 책임을 면하기 위해 별도의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라는 '옥상옥' 조직을 만들어 시행도 되기 전에 도입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말 'CSO' 직제를 신설해 대표이사로 승진시켜며 책임과 권한을 강화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한 승진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안전관리 담당자 교육 강화 등 기본적인 것은 안전교육과 산업안전관리자 인원 보강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CSO 대표이사 책임하에 전사적인 사고 줄이기에 나섰다”고 밝혔다.
LG화학 여수공장도 “대표이사 와는 별도로 개별공장 단위는 생산총괄부서가 생기고 이 부서에서 안전을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며 “이 법이 부담은 되지만 시행된 법을 안 할수는 없고 첫 처벌사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현장책임과 산업안전의 중요성을 감안해 지난해 최근 철강부문장 직속 안전환경본부를 신설한데 이어 그룹 차원의 산업보건 관리 조직을 꾸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도 그룹 차원에서 변호사, 노무사 등을 투입해 법리검토에 착수했고, 공장 단위별로 안전보건담당 책임자 회의와 직원 교육 등을 통해 산업재해 없는 사업장 조성을 독려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측도 “산단 사고예방에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누군가의 조그만 잘못이나 예측을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위험요소가 있다보니 산단 기업들이 모두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료생산업체인 남해화학도 전담 부서를 조직하는 등 안전환경 부서 책임하에 산업재해 없는 사업장 만들기에 부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마찬가지다.
50인 이상 대형 건설사들은 안전사고가 상대적으로 많은 건설업 특성상 처벌 1호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안전관리에 각별한 대책을 쏟고 산업안전 담당 직원 채용을 늘리고 있다.
여수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세상에 어떤 사업주가 사망사고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기업들은 경제 활동에 위축을 느끼고 염려를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주요 내용으로는,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법인 또는 기관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에 부과토록 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원청사 사업주나 최고경영 책임자에 벌금형 처벌을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과 큰 차이를 보인다.
50인 이상 사업장은 이달 27일부터 본격 시행되며, 50인 이하 사업장은 2년 유예 돼 2024년 1월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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