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환자, 소상공인 등 사회적약자 해법은
헤럴드경제 호남취재본부 서인주 부장. |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甘呑苦吐(감탄고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뜻이다.
광주시 도시개발 행정도 이와 비슷한 면이 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정작 광주시 대응은 그때 그때 다른 분위기다.
광주시가 민간사업으로 추진중인 전남·일신방직 부지(16만㎡)를 놓고 몸살을 앓고 있다.
이곳은 지난 2020년 광주시에 개발계획이 제출되면서 특급호텔, 상업시설 등 대규모 개발을 앞두고 있다. 시도 사업계획을 승인하면서 구도심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사실상 재개발이 진행된 셈이다.
이를 위해 이용섭 광주시장은 기자간담회,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전략적 상업지 육성’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벼랑 끝에 놓인 자영업·소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도 강조했다. 시민 삶의 질 향상과 도시경쟁력 등 ‘지속가능한 광주’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영하권 맹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달 말.
사업부지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서는 법원의 강제철거가 진행됐다. 무연고·고령 중증환자 300여명이 입원해 있는 이곳은 식당 등이 철거돼 고령환자들이 도시락으로 끼니를 채우고 있다. 불똥이 ‘사회자 약자’로 튀면서 힘없는 노인들이 볼모로 잡힌 셈이다.
배경은 전전세 등 복잡한 사연에서 찾을 수 있다. 임대차계약 만료를 놓고 땅주인과 세입자간 감정다툼이 이어졌다. 문제는 전남방직이 계열사로 부동산 관리회사를 설립 후 전세권을 해지하면서 불거졌다. 명도소송 등 법정다툼으로 번졌고 세입자는 패소했다. 결국 20여곳의 소상공인들은 가게를 스스로 비우거나 강제철거를 당했다. 일부는 ‘대기업 꼼수’라며 억울함을 호소중이다.
이와 관련 헤럴드경제는 지난 5일 ‘요양병원 노인 300명 길거리 내몰릴 판’이라는 기사를 단독보도했다. 사업성 못지않게 중요한 게 공공성이라는 판단에서다.
해당 보도 후 몇시간만에 광주시는 ‘이 사업은 민간개발사업이다. 재개발이 아니다’는 해명 보도자료를 냈다. ‘임차인 의견수렴 등 민원중재에도 나섰다’며 사실상 선을 그었다.
하지만 마지막 민원중재가 있던 지난달 27일 이틀 뒤 강제집행은 진행됐다. 형식적인 중재는 아니었는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한겨울 강제철거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건 아닌지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소상공인 보호’, ‘협상조건 사업자 수용’, ‘아파트 최소화’
해명 보도자료가 나간지 3일만에 이 시장은 광주의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사업 추진의지를 공식 표명했다. ‘유리할 때와 불리할 때’ 뜻을 달리하는 감탄고토가 떠오른 이유다. 이는 민간영역에 광주시가 과도한 개입을 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자칫 단체장 치적쌓기라는 오해마저 살 수 있다.
실제 시는 용도변경, 인허가 등의 승인권자다. 시간이 지연되거나 거절당하면 사업은 좌초될 수 있다. 아무리 민간사업이어도 행정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방송을 보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민간사업을 광주시가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가 기자뿐일까? 150만 광주시민 상당수가 헷갈릴 듯 하다.
갑자기 찻잔 속 커피가 쓰게 느껴져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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