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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광주요양병원 노인 300명 길거리 내몰릴 판
강제대집행에 식당폐쇄…찬밥먹는 의료취약계층
공공성·사업성 강조한 개발사업 ‘부끄러운 인권도시’
법원은 지난해 12월 전남방직 재개발부지 내 요양병원의 강제 집행을 진행했다. 식당 등 주요 시설이 폐쇄되면서 환자들은 도시락으로 끼니를 이어가고 있다.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공공성을 강조한 광주의 대규모 민간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 300여명의 고령·중증 환자가 한겨울 병원에서 강제로 퇴거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특히 이 중 30여명은 가족들과 연락이 끊긴 ‘무연고’ 환자들이기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병원은 법원의 강제 집행으로 식당 등 주요 시설이 폐쇄되면서 고령의 중증 환자들이 제대로 된 식사도 못하고 있다. 광주가 내세운 ‘인권도시’와 배치되는 도시개발 현장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근대산업 유산 품은 광주 노른자위 땅=광주시는 북구 임동에 있는 전남방직(16만㎡)과 일신방직(14만㎡) 부지의 민간개발사업을 승인했다. 이곳은 광주 지역 근대산업 유산이자 충장로와 인접한 도심권 노른자위 땅으로 알려져 있다. 시와 민간사업자는 이 부지를 특급 호텔과 복합문화시설 등 전략적 중심상업지로 개발할 방침을 세우고 추진절차를 협의중이다.

현재 이 부지는 지난 2020년 수도권 부동산 개발회사가 전남방직(3660억원)과 일신방직(3189억원) 부동산을 매입한 상태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공공성과 사업성을 보장하고 보존과 개발을 융합한 상업지로 개발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명분과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 차는 크다. 대기업과 임대사업자 간 전전세 논란이 법정 다툼으로 번지면서 갈등은 확산되고 있다. 결국 ‘고령의 환자’가 볼모로 잡힌 형국이다 보니 우려만 커지고 있다.

이곳 요양병원에는 무연고자 30명 등 300여명의 고령 중증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서인주 기자

▶울고 웃는 재개발 실태=문제는 전남방직의 임대차계약 방식에서 불거졌다. 전남방직은 자회사인 전방오토를 설립해 부지 내 창고·기숙사·물류센터 등을 임대하는 업무를 이관했다. A요양병원은 지난 2018년 전남방직 기숙사를 리모델링한 기존 병원을 인수해 전전세 권리를 승계했다. 하지만 이게 문제가 됐다. A요양병원이 땅주인인 전남방직과 직접 계약한 게 아니라 전방오토와 임대차 권리를 맺으면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됐다. 결국 A요양병원은 명도소송에서 모두 패소하면서 세 차례에 걸쳐 강제 대집행이 이어졌다.

▶ 형식적 대책(?) 광주시 눈총=도시개발사업의 인허가권을 가진 광주시도 눈총을 사고 있다. 시가 내세운 공공성이 사업성에 밀렸다는 우려에서다. A요양병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부동산권리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책임은 인정하지만 이주대책 등 협상안이 전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A요양병원 관계자는 “전방 측에서는 ‘두 달가량 임대료를 받지 않을 테니 나가라’는 말만 반복했고 결국 해결책은 마련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남방직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부동산 임대차계약에 의해 정당하게 명도소송을 진행했는데 도리어 병원이 환자를 내세우며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 며 “진료 등 인도적 차원에서 충분히 배려했고 향후 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불똥은 결국 사회적 약자에게=A요양병원에는 환자 320명이 입원 중이다. 이 가운데 돌봐줄 이가 없는 무연고자 30명을 비롯해 80대 이상 고령·중증 환자가 150명에 달한다. 이곳을 떠나면 갈 곳이 없는 이가 상당수다. 이들을 돕는 의료진과 직원 등 170명도 강제 집행이 이뤄지면 실직위기에 처한다. 실제 식당, 병원장실, 총무과 등 핵심 시설은 강제 이행 조치가 내려졌다. 사실상 병원의 팔다리가 잘려버린 셈이다. 환자 측 보호자도 지난 2일 청와대 게시판에 ‘병상의 아버지께 뜨뜻한 국물과 밥 좀 드시게 해주세요’라는 청원을 제기하며 인도적 배려를 요청했다.

강제 집행으로 병원 식당은 폐쇄된 상태다.

광주의 한 사회복지센터 관계자는 “전쟁 중에도 병원은 건드리지 않는데 해외 토픽에 나올 만한 뉴스가 ‘인권도시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병원 역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개발 현장에서 난무하는 꼼수와 편법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달주 복지건강국장은 “사적 영역인 데다 법률전문가가 아니어서 경솔하게 대안을 제시하기가 어렵다” 며 “어제 현장을 방문했다. 관련부서와 협의해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si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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