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민 책 쓰기 운동에 시청 공무원 100여명이 동참한 가운데 이기정 총무과장이 자서전을 쓰기 위해 평소 틈틈이 메모해 둔 노트를 펼쳐 보이고 있다. |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전남 순천시가 '전 시민 책 쓰기 운동'을 벌이는 가운데 시청 공무원 100여명(팀)이 자서전을 출간해 화제다.
29일 순천시에 따르면 지난 11일 하루 동안 공무원 100여명을 포함해 시민 1540명의 책을 출간, '단일 지방자치단체 거주 시민 최다 동시 출판’ 분야의 최고 기록으로 공식 인증(기네스 기록)을 받았다.
시는 이를 기반으로 지난 11일 기네스 기록에 도전했고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WRC(World Record Committee, 세계기록위원회)의 세계 기록 도전도 앞두고 있으며, 2023년에는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가입 신청을 할 계획이다.
시에서는 1540명의 시민들이 인쇄본 911종, 전자책 252종 총 1163종의 책을 동시 출판했는데, 만 5세에서 최고령 시민작가는 만 87세로 거의 모든 연령의 시민들이 책 출판에 참여했다.
순천시는 올 초부터 도서관 정책 목표를 ‘전 시민 책 쓰기 문화 조성’으로 정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책 출판 지원과 책 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으며, 출간된 1540권의 책 가운데 1400여권이 석현동 시립삼산도서관 서가에 보관돼 있다.
시는 2019년부터 1인 1책 쓰기 사업을 시작,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책 쓰기 프로그램과 책 출판 지원 사업을 실시하며 시민 작가들을 양성해 왔다.
지난해에는 시민과 직원에게 출판 비용 일부와 출판 원고 교정 등 출판 지원을 했고, 시립도서관 6곳, 작은도서관 7곳, 지역서점 5곳, 관내 초·중·고 17개교에서 책 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허석 시장은 “책 읽는 도시, 도서관의 도시는 많지만 시민이 책을 쓰는 도시는 많지 않다”며 “누구나 책을 쓰는 시민작가를 배출해 순천 시민이 쓴 책으로만 돼 있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고 희망을 말했다.
논술 강사이자 노동운동가 출신 허석 순천시장은 야인 시절부터 '순천의 설화', '고비끼연가', '대가야', '시장실 25시' 등 20여 권의 책을 펴낸 다(多)작가이기도하다.
순천은 예로부터 문학적 자산이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순천(승평) 지역은 1500년 이후 유학적 지식을 갖춘 지식층과 유배객들에 의해 시문학이 발달했다. 지역 출신으로 승평사은(조선 명종(1534∼1567) 때 순천사림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배숙,정소.허엄,정사익)과 승평팔문장(조선 효종(1619∼1659)때 순천출신 문인으로 최만갑,양명웅,박시영,정우형,정하,정시관,황일구,허빈 및 ‘강남악부’의 저자 조현범) 등이 있다.
순천의 근·현대문학의 출발을 알린 임학수(1911∼1982) 시인·평론가를 시작으로 어른 동화시장을 개척한 정채봉(1946∼2001) 작가, 소설 ‘무진기행’의 김승옥, 승주군 선암사 출신 1000만 스테디셀러 작가 조정래, 리얼리즘의 대가 서정인 소설가와 허형만 시인, 서정춘 시인, 고향은 아니지만, 순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평역에서' 곽재구 시인 등을 비롯한 수많은 문호들을 배출한 도시다.
순천은 전국 제1호 기적의 도서관(어린이 전용 도서관)을 비롯해 공공도서관 8곳과 작은도서관이 91개가 있으며, 현재 건립 중인 공공도서관도 2곳이 된다.
시민 1인당 장서 수는 4.1권에 도서관 이용자 수는 연간 90만여 명, 도서관 프로그램 이용자 수는 연간 9만5000명에 달하는 교육도시로 불리고 있다.
시 도서관운영과 관계자는 “올 초부터 8개 도서관에서 글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책 출간 노력을 해 온 결과물이 시민 1540명이 출간에 동참하게 됐다”며 “순천시는 유네스코 창의도시 문학 분야 도전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parkd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