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전경. |
[헤렬드경제(여수)=박준일 기자] 지난 2019년 봄 여수산단 배출 조작사건 이후 해법을 놓고 갈등을 빚어 오던 입주기업과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거버넌스 회의에서 2년 6개월 만에 드디어 최종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이번 합의안 도출에 앞서 민관협력 거버넌스 회의에서는 올해 3월 여수산단 환경관리 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제22차 회의 끝에 권고안을 확정했었다.
그러나 여수산단 주요 기업들로 구성된 ‘여수산단환경협의회’가 거버넌스 진행 과정의 절차적 문제와 당사자 간 협의가 되지 않은 사항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환경개선 권고안을 거부하면서 난항 6개월 만에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그 의미가 크다.
산단 기업들은 당시 연구과제 용역비 분담 등 여러 사안에 대해 “전남도가 거버넌스에 전체 산단 회원사들과 협의가 완료된 것처럼 보고했으나 실제로는 회원사들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거나 진의가 왜곡됐다”고 반발했었다.
여수산단의 권고안 거부 이후 시민사회와 지역정치권에서는 줄곧 기업들의 권고안 수용 촉구와 전남도의 강력한 행정권 집행을 촉구해 왔었다.
이번 합의에 이른 민관협력 거버넌스 권고안은 여수산단 주변 환경오염 실태조사와 주민건강 역학조사 및 위해성 평가, 민간환경감시센터 설치·운영, 유해대기 물질 측정망 설치 등 9개 항이다.
기업들의 민·관 거버넌스 권고안 거부로 이어졌던 산단 주변 환경실태조사와 주민건강 역학조사 연구용역에 대해서는 산단 반경 10km를 두 차례로 나눠 우선 산단과 그 주변 마을부터 먼저 시행하기로 했다.
특히 기업들이 객관성과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며 수용을 거부했던 연구과제의 실효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연구과제 추진 전문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환경오염 실태조사와 여수산단 주변 주민건강 역학조사 용역비 53억3천만원은 산단 위반기업들이 분담키로 했다. 이번 합의안은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단체, 지방자치단체, 지역국회의원,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등 모두의 인내와 양보, 상호 존중의 결과물이다.
물론 이번 합의안 도출을 두고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권고안 합의가 기업의 입장만 받아들인 것”이라고 여전히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기업들을 참여시켰다는 것은 실천 의지가 있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전남도는 지난 3월 합의안 도장을 찍기 직전 산단 기업들의 예기치 못한 반란에 속수무책이었으나 그동안 물밑 접촉으로 설득하고 한편에서는 환경오염에 대한 불시 특별점검에 나서는 등 강온 전략을 구사해 왔다.
또 여수환경운동엽합 등 여수지역 48개 시민단체도 사건에 연루된 대기업 총수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공론화하고 나서면서 힘을 보탰다.
결국 2019년 3월 배출 조작사건 적발 직후 기업 대표들이 여수시의회를 방문해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보상 등 모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년 6개월 만에 해결을 향한 첫 단추를 달았다.
반목을 끝내고 기업과 지역민들이 새로운 상생에 나서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julyj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