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건물철거참사와 관련해 미국으로 도피한 문흥식이 11일 인천공항에서 체포돼 광주서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
[헤럴드경제(광주)=황성철기자]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 직후 해외로 도피한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이 체포되면서 경찰의 수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11일(어제) 귀국한 문씨 체포에 따라 업체 선정과 재개발 비위 분야 수사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씨는 철거건물 붕괴 참사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업체들로부터 공범과 함께 수억원의 금품을 받고 업체 선정을 알선한 혐의(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로 입건된 상태다. 문씨는 붕괴 참사 직후부터 해당 재개발 사업 현장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지목되자, 참사 발생 후 나흘 만에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석 달째 귀국하지 않았다.
업체 선정·재개발 비위 분야에서 18명을 입건(1명 구속)한 경찰은 ▲ 브로커 공사 수주 과정 금품 수수 행위 ▲ 수주업체 간 입찰 담합과 불법 재하도급 ▲ 재개발 조합 자체의 이권 개입 ▲ 재개발 사업 자체 비리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문씨와 구속된 공범이 철거 업체 등 선정과정에서 수억원의 금품을 받고 브로커 역할을 한 혐의를 구체적으로 확인했지만, 문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가 일부 지연된 모양새였다.
문씨 귀국으로 신병이 확보된 만큼 수사는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브로커에게 업체선정 알선을 대가로 금품을 건넨 업체들은 실제 해당 사업의 여러 공사를 따내기도 해, 수사의 초점이 계약 주체인 원청과 조합 측으로 향할지가 관심이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일반건축물 철거 업체 선정을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 브로커에게 돈을 건넨 2곳 업체를 지명해 입찰에 참여시킨것이다. 결국 원청은 2곳 중 1곳을 철거 하도급 업체로 선정했고, 탈락 업체는 선정업체와 이면계약을 맺어 철거 공사에 직접 참여했다. 이는 업체선정의 불법 행위 과정에서 원청의 공모가 의심되는 대목으로 형사처벌 대상에 현대산업개발 측이 포함될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 밖에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대상은 계약 주체인 조합과 함께 원청 측도 포함된다.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만연한 하도급 불법 행위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이 구역 각종 사업을 하도급받은 업체들은 각자 3~5개의 회사 이름을 돌려쓰며 각종 사업 수주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전에 선정 업체를 미리 지정해 지분 쪼개기 형태로 참여하거나 컨소시엄 형태로 공동 참여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렇게 선정된 업체들은 실제 공사를 불법 재하도급해 공사비를 ‘후려치기’한 것으로 의심된다. 문씨는 ‘비리의 복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수사의 시작이자, 중요한 연결고리인 셈이다.
한편, 문씨는 광주경찰청 붕괴참사 전담 수사팀 호송차를 타고 어제(11일)밤 10시 20분쯤 광주 서부경찰서에 도착했다. 그는 “미국으로 떠난 이유가 뭐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등의 질문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방역복에 장갑까지 착용한 문씨는 코로나 19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된 서부경찰서에 당분간 홀로 수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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