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시장, 천막 찢어지고 매출 뚝 고사위기
이용섭 광주시장의 민생탐방 첫날인 9일 광주대인시장 상인들은 광주시 골목상권 정책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서인주 기자 |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추석을 앞두고 민생탐방에 나선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재래시장 상인들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고사위기에 처한 상인들은 재래시장의 비참한 현실을 외면한 채 새로운 골목상권을 육성하려는 광주시 행태는 ‘생색내기의 전형’이라고 성토했다.
이 시장은 9일 민생탐방 첫 행선지로 동구 음식문화거리를 선택했다.
이곳은 지난 5월 행안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대인동예술담길 프로젝트 예산 8억원이 확보된 곳이다. 이 사업은 대인동 2만1222㎡에 상가 50개소를 지원하는 동구음식문화거리 육성 프로젝트다. 건물주, 상인, 예술가로 구성된 상생협의회가 구성된 이곳에는 이미 상생협의회가 구성됐고 스마트골목 조성, 안심보행로, 백신센터, 거버넌스 네트워킹 등에 예산이 투입된다.
이시장은 이날 김냇과에서 지역민과 상인, 임대인, 지역예술인이 참석한 가운데 사업추진현황과 지역상권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골목경제 회복 지원을 위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살펴보는 취지에서다.
이용섭 시장은 이날 김냇과에서 지역민과 상인, 임대인, 지역예술인이 참석한 가운데 사업추진현황과 지역상권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
이 시장의 방문소식이 알려지자 인근 대인시장 상인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상인들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대인시장은 ‘나몰라라’하고 젊은 상인과 예술인만 찾는 이 시장이 ‘산토끼’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상생협의회에도 대인시장 상인들은 포함되지 않아 소외감과 박탈감은 현장 곳곳에서 감지됐다.
기존 상권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상권을 키운다는 발상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동안 시와 동구는 대인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 등을 지원했지만 제 역할을 못했다. 청년 상인들 대다수가 폐업했고 기존 상인들도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다. 이는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도심공동화와 소비패턴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광주를 상징하던 대인시장은 존립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노후화된 시설과 열악한 인프라로 손님 발길이 끊긴지 오래다. 2000여세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인근에 들어섰지만 최신식 대형마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경쟁력은 오히려 악화됐다.
경기불황과 코로나 여파로 생존위기에 처한 소상공인과 자영업 사장님의 절박함은 분노로 이어졌다.
대인시장은 노후화된 시설과 열악한 인프라로 손님 발길이 끊긴지 오래다. 서인주기자 |
30년간 건어물 가게를 운영한 A씨는 “대인시장 상권이 갈수록 쇠락하는 가운데 대로변 사이를 두고 경쟁상권을 만든다고 하는데 기가 찬다” 며 “선거때만 표를 달라고 하는데 시장님이나 구청장님이 현장을 단 한번이라도 방문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인상인회 한 관계자는 “정부지원사업에 참여한 예술가와 청년창업가 대부분이 지원금이 떨어지자 썰물처럼 사라졌다. 현재 상인들 대부분이 임대료도 못낼 정도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며 “광주시가 집토끼는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산토끼만 찾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과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고 성토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광주다움을 가장 잘 보전하고 있는 곳이 동구다. 문화자원을 상품화하고 산업화한다면 일자리가 늘고 삶의 질이 향상된다” 며 “골목상권 사업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si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