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광주자영업 사장님들, “제발 살려달라”
1억5000만원 들인 홀덤펍 3일 만에 폐업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 사장님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자율방역, 영업시간 규제 완화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인주 기자] |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코로나에 걸려 죽는 것보다 폐업으로 당장 굶어 죽을 것 같습니다. 주변 사장님들 대다수가 대출로 근근이 버텨 왔지만 이제 한계가 왔습니다. 당장이라도 거리로 뛰쳐 나올 사장님들이 한둘이 아니에요.”
늦더위 뙤약볕이 강하게 내린 19일 오전 광주시청.
자영업·소상공인 사장님 십수명이 시민광장 앞에 얼굴을 내밀었다. 표정에는 절박함을 넘어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그들은 고깃집, 호프집, 노래방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웃들이다.
피크타임 점심 영업을 포기하고 거리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헤럴드경제가 이들과 시위현장을 동행하며 자영업자들의 속이야기를 들어봤다.
광주시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코로나19 방역수칙 완화’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이대로라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결론에서다.
“먹고 살 수만 있다면 점등시위 등 뭐든지 하겠다.” 힘없는 자영업자가 방역당국에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광주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코로나19 방역수칙 완화’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
이들은 영업제한·영업금지 등 방역패러다임 변화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확진자수 기준 대신 자율방역과 치명률 위주로 방역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일암 광주시연합회 상임부회장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수천에서 수억원을 빚진 자영업자는 죽음의 늪으로 내몰리고 있다” 며 “거리두기 연장이 무기한 이어지고 대출문턱마저 높아지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는 동료들도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광주시는 지난 6일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자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오는 22일까지 2주간 연장했다. 지난달부터는 유흥시설과 노래연습장에 대한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전국의 사정도 비슷하다.
영업제한 조치로 대한민국 자영업 현장은 초토화됐다. 특히 저녁영업 위주의 오피스상권과 대학상권, 특수매장은 매출이 80%가량 줄었다.
실제 광주선운지구에서 1억5000만원을 들여 홀덤펍을 운영하는 A사장은 오픈 3일 만에 문을 닫았다. 영업금지 조치로 임대료,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을 하는 게 적자를 줄일 수 있어서다. 이곳은 임대료가 반년 치가 밀려 있어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
수완지구와 하남지구에서 대형 고깃집을 운영 중인 B사장도 한 곳의 매장을 정리했다.
B사장은 “단체손님이 급감하고 회식마저 사라지면서 매달 수백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며 “폐업하는데도 철거비 등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폐업이 늘면서 자영업 실업급여 수급자도 급증하고 있다. 2019년 1166명에서 지난해 1495명, 7월 현재 1331명으로 늘었다. 4차 대유행으로 폐업이 늘면 작년 대비 1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연합회는 소상공인 스스로가 방역하고 자율적으로 업장시간을 조율할 수 있도록 방역수칙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회는 광주시가 내놓은 방역수위에 따라 점등시위, 개별집회 등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광복절 연휴 이후 수도권 등 전국적인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거리두기는 한층 강화될 조짐이다.
지난해 대학상권에서 삼겹살집을 접은 C대표는 “소상공인들은 지금까지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는 등 방역당국이 하라는 대로 다 해왔다” 며 “정부와 광주시는 사회주의 국가처럼 통제만 할 뿐 소상공인 생계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경채 소상공인연합회 광주연합회장 |
이경채 광주시소상공인연합회장은 “요식업 등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은 업종까지 일괄적으로 영업시간을 제한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며 “일부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긴 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와 광주시 행정명령에 대해 소상공인들은 더는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더는 소상공인들을 볼모로 잡지 말고 자율형 방역을 도입해야 한다” 며 “확진자가 발생한 업장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조치하고 방역수칙을 잘 지킨 업장은 자유롭게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si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