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매매단지 자료사진.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온·오프라인 판매망을 통해 전국 41개 중고차 지점망을 갖춘 케이카(K Car)가 전남 첫 순천점 출점을 예고하자 중고차 매매상들이 “매물 싹쓸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케이카는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2018년 SK엔카 직영부문을 인수한 뒤 사명을 바꿔 출범된 회사로,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41개 매장을 두고 지난해 매출 1조3000억여원, 영업이익 377억원을 거둔 중고차 업계 대형 업체다.
이 회사는 중소도시로까지 영업망을 넓히는 추세로 전남에서는 처음으로 순천시 연향동 부지 4302㎡(1301평)에 모 지주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10월 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제53조 ③항에는 ‘자동차관리사업 등록의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특별·광역시,광역시·도 또는 인구 50만명 이상의 시의 조례로 정한다’고 규정돼 등록 조항이 까다롭지 않다.
순천시 교통과 관계자는 “케이카 업체가 입점한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아직 서류 접수된 거는 없으며 허가제가 아닌 신고사항이다”고 말했다.
케이카 입점설에 순천을 비롯한 여수·광양지역 중고차 업계는 즉각 반발하며 영세사업자 위주로 버티는 중고차 시장에서 케이카가 중고차 매집을 싹쓸이 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중고차 매매협회에서는 케이카 대주주인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인수를 시도했던 회사라는 점에서, 회사 가치를 높여 되파는데 소질이 있어 대대적인 전국 체인망을 갖춘뒤 재벌에 ‘통매각’할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순천에는 87개 중고차 매매업체가 등록돼 과당경쟁이 빚어지는 가운데 전국 유통망을 가진 회사가 자본을 앞세워 중고차 물량을 사들이게 되면 지역업체는 구색을 갖추지 못해 판로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는 주장이다.
전남자동차매매사업조합 조병규 조합장은 “중고차 핵심인 매입을 싹쓸이하게 되면 우리 영세매매상들은 매물이 없어 판매를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며 “소비자들은 편하게 장사하는 줄 아시지만, 중고차를 매입해서 판매하기까지는 세차, 썬팅, 도색, 광택, 크리닝, 타이어 등 10여 가지의 상품화 공정이 필요한데 중고차로 먹고 사는 관련 산업 생태계 축이 무너져 지역 소상공인들만 피해를 본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4월 지역사회 반대를 무릅쓰고 개인사업자를 내세워 우회 입점한 케이카 경북 포항점이 들어선 이후 포항지역 중고차 업체들의 매출이 30% 이상 감소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 중고차 업계 고충이다.
이에 따라 지역 자동차매매협의회는 종사자와 시민 등 1500여 명의 케이카 입점 반대 서명을 받아 순천시와 시의회에 명부를 제출하는 등 총력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순천시의회도 지난달 15일 ‘중소 중고차 매매업 말살하는 K카 순천시 입점 반대 건의안’을 채택하며 전남도에 자동차매매업 등록기준 개정 등을 요청했다.
반면에 중고차 시장에 불신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은 중고차 업체의 자정노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한다는 여론이 있다는 점은 업계도 자성해야 할 대목이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케이카 본사 관계자는 “순천점 출점계획은 최종 결정되지 않았으며,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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