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인디아 블로그’는 자리가 없어서 못 볼 정도다. 28일 마지막 공연까지 전 회 매진됐다. 원래 좌석 80석에 추가로 통로 좌석까지 꽉꽉 채워 120석을 만들었지만, 예매를 서두르지 않았다면 이제 공연을 볼 수 없다.
흔히 소극장 연극은 ‘개그콘서트’류의 폭소코미디, 달콤한 로맨틱코미디, 아니면 대중적 감각으로는 절대 이해 못할(?) 심각한 작품 등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인디아 블로그’는 소극장 연극의 선입견을 깬 작품이다. ‘개콘’ 같은 폭소는 아니지만 시종일관 잔재미가 쏟아진다. 배우라는 껍질을 벗은 친근한 인물들이 따뜻한 추억이 담긴 여행담을 들려준다. 인생 고민도 있지만 지나간, 다가올 사랑에 대한 로맨스도 담고 있다.
타이틀이 ‘인디아 블로그’인 것처럼 두 남자의 인도 여행기를 마치 블로그에 올리듯 에피소드 형식의 사연을 들려준다. 사랑을 찾아 떠난 남자 혁진(전석호 분)과 사랑을 잊고 사는 남자 찬영(박동욱 분)의 인도 여행 여정을 무대 위에 풀어놓은 일종의 로드시어터다. 공연 전 배우(박동욱, 전석호)들은 연출가(박선희)와 함께 34일간 인도 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의 경험과 상상력을 버무려 극을 완성했다. 박선희 연출가는 “우리의 연습실은 인도 여행에서 접한 기차 안, 낯선 카페, 게스트하우스, 바닷가였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친절하고 따스하다. 공연 시작 전 입장하는 관객들에게 인도의 차 ‘차이’를 한 잔씩 나눠주는 성의부터 100분 러닝타임 내내 관객 한명 한명에게 말을 걸고, 눈을 맞추려 노력한다. 마지막엔 인도의 상징인 ‘카레’를 선물로 주는 귀여운 이벤트도 마련했다.
배우들은 우리 주변의 친구 같다. 무대언어의 힘을 빼고, 평범한 일상어로 얘기하니 듣는 관객도 마음이 한결 가볍다.
이들이 직접 인도에서 찍어온 영상을 배경으로 활용해 연극이라는 장르의 한계를 보완했다. 두 남자는 발바닥에 땀이 나게 뜀박질하고, 허공에 팔을 휘저으며 수영하거나 상의를 벗어 던지는 몸 개그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작품은 청춘과 사랑, 여행을 향한 로망을 담았다. 객석은 누구나 한 번쯤 지나친 따뜻했던 여행, 그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두 남자가 사막에 누워 별을 보며 흥분하는 모습, 갠지스 강에 향초를 띄우며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며 되새김질하는 모습까지. 우리가 잊고 있던 청춘의 뜨거운 열정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해진다.
<조민선 기자@bonjod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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